속 비운 유자에 채 썬 밤 · 대추 - 과육 · 꿀 다져 넣어… 시럽에 담가 냉장 보관… 아삭아삭 씹는 맛 ‘일품’[빵요정의 세상의 모든 디저트]

2022. 11. 22.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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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자는 얼었어도 선비 손에서 놀고 탱자는 잘생겼어도 거지 손에서 논다'란 속담을 들어 본 적 있으신가요.

하지만 비싸고 귀한 석이버섯을 꼭 넣지 않더라도 밤과 대추, 유자의 과육과 꿀만으로도 충분히 도전할 수 있으니 울퉁불퉁 밝은 노란빛의 유자를 발견하면 꼭 집어 들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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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사진은 완성된 유자단자. 오른쪽은 유자 안에 채워 넣은 속 재료. 유자 과육과 밤과 대추, 꿀 등이 들어간다.

■ 빵요정의 세상의 모든 디저트 - 서촌 ‘이이엄’ 의 유자단지

‘유자는 얼었어도 선비 손에서 놀고 탱자는 잘생겼어도 거지 손에서 논다’란 속담을 들어 본 적 있으신가요. 우리나라 남해·고흥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재배, 수확한다는 유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본격적으로 겨울에 진입하는 이 시기에 유자는 약 한 달간, 짧은 기간에 나옵니다. 인조 때에는 사신에게 대접할 정도로 고귀하고 향기로운 과일로 칭송받았던 유자는 화폐의 가치까지 가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한국 전통 음식을 공부하다 보면 유자를 이용하여 만든 간식으로 귀하게는 왕에게 진상하거나 집에 방문하시는 손님께 대접하며 겨우내 즐겼던 기록이 있습니다. 바로 유자단자, 유자단지로 불리는 음식입니다.

유자는 레몬보다 비타민 C가 월등하게 많아 감기 예방이나 피부 미용에도 좋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어릴 적 어머니께서 유자를 산더미처럼 쌓아두고 씨와 과육, 껍질을 분리하여 설탕을 더해 유자청을 담가 일 년 내내 따스한 차로, 차가운 냉차로 즐겨 마시던 추억이 있습니다.

지난 주말, 서울 서촌의 작고 따스한 찻집 ‘이이엄’에서 열린 유자단지 워크숍을 다녀왔습니다. 바로 이 유자단지를 직접 만들어 보고, 집에서 복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유자단지는 약간 작은 크기의 유자를 선택해 칼집을 내어 과육을 꺼내고 씨를 분리하여 사용합니다. 여기에 요즘 맛이 좋은 생율(밤)을 얇게 채를 썰고, 대추를 칼로 돌려 깎아 씨를 분리한 후 총총 채를 썹니다. 여기에 과육을 다져 넣고 꿀을 더해 모든 재료들을 버무려 속을 만들게 됩니다. 속을 비운 유자에 만들어 놓은 속을 꾹꾹 눌러가며 채운 후 두툼한 명주실로 움직이지 않도록 꽁꽁 야무지게 묶어 미리 끓여 식혀 둔 심플 시럽(설탕 1 : 물 1)과 소독한 병에 넣고 숙성을 시킵니다.

실온이 아닌 냉장고에 바로 보관하며 1~3주 정도 놔둔 후 개봉하여 맛을 보면 되는데, 선생님께서 김치 냉장고 안쪽 깊숙이 넣어 1년을 보관한 유자단지 맛도 좋았다며 시식을 시켜 주었습니다. 과연 과육은 시럽에 숙성이 되어 쫄깃해지고(지난주 오렌지를 당절임한 ‘오랑제트’ 생각나시지요?) 안쪽의 밤채는 아직 아삭아삭 씹히는 놀라운 맛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오래 절여 둔 시럽은 물과 희석해서 즐길 수도 있으니 온전하게 그리고 귀하게 겨울을 기억할 수 있는 아름다운 간식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보통은 석이버섯이 꼭 들어갑니다. 말린 석이버섯을 물에 불리고 표면의 물기를 제거한 후 총총 채를 곱게 썰어 속에 더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비싸고 귀한 석이버섯을 꼭 넣지 않더라도 밤과 대추, 유자의 과육과 꿀만으로도 충분히 도전할 수 있으니 울퉁불퉁 밝은 노란빛의 유자를 발견하면 꼭 집어 들어 보세요.

유난히 채를 써는 재료들을 많이 만나는 겨울, 다양한 저장음식들을 만드는 김장 시즌을 활용해 친구들과 모여 만두 빚듯 유자단자를 함께 만들어 보는 것도 연말 모임의 즐거운 프로그램이 될 듯합니다. 이이엄. 서울시 종로구 필운대로9길 3 / 예약제로 차실을 제공합니다. 워크숍은 인스타그램 문의. https://www.instagram.com/_eeum/

김혜준 푸드 콘텐츠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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