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측 지분있다"…남욱, 폭로전 왜 동참했나

유영규 기자 2022. 11. 22.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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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개발을 둘러싼 특혜·로비 의혹 사건으로 구속됐던 민간사업자 남욱 씨가 재판에서 연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폭로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구속기한 만료로 어제(21일) 석방된 첫날부터 "사실을 말하겠다"며 이 대표에게 불리한 언급을 쏟아냈습니다.

남씨는 과거 유력 대선 후보였던 이 대표의 입지가 두려워 털어놓지 못한 진실을 밝히는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향후 수사와 재판에서의 유불리를 따진 계산적인 행동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남 씨가 기소된 공소사실의 핵심은 대장동 사업을 통해 막대한 이득을 취하고, 공공의 이익을 가로챘다는 배임 혐의입니다.

검찰은 남 씨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이하 공사) 기획본부장 등과 공모해 '651억 5천만 원 +α'의 재산상 이득을 취하고, 공사에 같은 금액의 손해를 끼쳤다고 판단했습니다.

앞선 수사팀은 이러한 범죄 행위를 벌인 주동자가 남 씨를 비롯한 '대장동팀'이라고 봤습니다.

특히 그중에서도 남 씨와 유 전 본부장, 김만배 씨가 주범에 가깝다고 보고 구속기소 했습니다.

언론에 자주 쓰이는 표현인 '대장동 일당'도 통상 이들 3명을 일컫습니다.

남 씨는 그러나 21일 재판에서 대장동 개발 수익에 이 대표 측근인 정진상 민주당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지분이 상당하다고 주장했습니다.

2015년부터 천화동인 1호 지분이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실 지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며, 실제 배당이 시작된 시기에도 민간사업자들의 보통주 가운데 24.5%가량은 이 대표 측 지분으로 정해져 있었다는 게 남 씨의 주장입니다.

반대로 자신은 사업이 진행될수록 '대장동팀' 내 발언권과 역할이 줄어들었으며, 실제 사업 지분도 45%→35%→25%로 점점 줄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러한 남 씨의 주장은 대장동 개발의 결정권을 쥐고 위험 없이 큰 이득을 챙겨간 '진짜 몸통'을 이 대표의 측근과 유 전 본부장, 김 씨로 몰아세우고, 자신의 역할은 사업자금이나 선거자금을 대 준 정도로 축소하려는 시도로 해석됩니다.

남 씨는 실제로 천화동인 1호의 실소유주 사안은 자신의 혐의사실과 관련이 없는데도 이를 상세하게 법정에서 증언했습니다.

이 때문에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함으로써 향후 공소장 변경이나 추가 기소 상황에서 자신의 책임을 줄이고, 현재 진행중인 재판 양형에 영향을 미쳐 선고 형량을 낮추려는 의도가 담긴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옵니다.

남 씨는 이 대표 측에 여러 차례 금품을 건넸다는 주장도 새로 내놨습니다.

그는 재판에서 2014년 지방선거 당시 성남시장 재선에 도전했던 이 대표 측에 최소 4억 원을 건넸다고 진술했습니다.

2018년 경기도지사 선거와 2021년 대선 경선 과정에서도 이 대표 측에 선거자금 명목의 뒷돈을 전달했다는 주장도 했습니다.

법조계에서는 남 씨의 이러한 진술이 먼저 '폭로전'의 포문을 연 유 전 본부장의 영향을 받았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대장동팀'과 이 대표 측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 유 전 본부장이 여러 차례 금품을 전달한 사실을 진술하고, 이에 기반한 검찰 수사가 성과를 거두면서 남 씨 역시 그동안 감춰둔 사실을 털어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자백성 진술로 인해 남 씨의 공소사실에는 뇌물 및 정치자금법 공여 혐의가 추가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남 씨는 이미 김용 부원장에게 8억여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혐의로 이달 8일 추가 기소됐습니다.

남 씨가 일부 진술에서 정 실장과 김 부원장의 의중을 전달하는 유 전 본부장의 요구에 응해 돈을 마련하는 제공하는 수동적 역할이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은 이런 추가 기소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입니다.

남 씨는 자신이 회삿돈을 횡령해 투자금으로 둔갑시켜 정민용씨에게 35억 원을 뇌물로 건넸다는 혐의는 여전히 "투자금이 맞다"며 부인하고 있습니다.

유 전 본부장이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면 대북지원사업으로 추천하겠다'며 사업성이 뛰어나다고 말해 투자했다는 게 남 씨 주장입니다.

정치적 지형의 변화도 남 씨의 폭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남 씨는 지난해 수사 과정에서 이 대표 측 관련 진술을 하지 않은 이유로 "선거(대선)도 있었고, 겁도 많고, 입국하자마자 체포돼 조사받느라 정신이 없어서 솔직하게 말을 못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이 대표가 유력 대선후보였던 상황에서, 이 대표의 측근들에 대해 불리하게 진술할 수 없었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 대표가 대선에서 패배하고, 대장동 사건 외에도 '쌍방울 사건', '성남FC 사건' 등으로 이 대표나 측근들이 수사 대상에 오르면서 진술 번복에 심적 부담을 덜 느꼈으리란 분석이 나옵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정권이 교체되고, 검찰의 수사망이 곳곳에서 이 대표를 향해 좁혀들어오면서 남 씨도 심경 변화가 있었을 것"이라며 "(검찰로선) 수사 성과가 다른 수사의 물꼬를 터주는 일종의 '선순환'이 나타난 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유영규 기자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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