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기증자는 '영웅'···한국서 인식 개선되길"

연승 기자 2022. 11. 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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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성 장기조직기증원장
국내 뇌사자 기증률 9%대 불과
美·스페인에 비해 현저히 낮아
韓 수술기술은 세계서 최고수준
이식 대상자도 공정하게 선정
유가족 예우하고 추모공간 마련을
문인성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 사진 제공=장기조직기증원
문인성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 사진 제공=장기조직기증원
문인성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 사진 제공=장기조직기증원
문인성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 사진 제공=장기조직기증원
[서울경제]

“콩팥·간 등 기증을 받은 환자들이 회복하는 모습은 기적에 가깝습니다. 하루하루, 아니 서너 시간마다 달라지거든요. 피부가 새까맣던 여성 환자들이 하얘져서 퇴원할 때 제가 ‘화장값은 내고 가셔야겠어요’라고 농담을 던지고는 했죠. 이처럼 생체 이식으로 새로운 생명과 삶을 얻게 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뇌사자의 장기 기증률은 매우 낮습니다.”

문인성(사진)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21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뇌사자의 장기이식률이 현저히 낮은 현실이 안타깝다. 장기이식은 이타적인 행위라는 인식이 널리 퍼졌으면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외과의사로 40년 동안 수많은 환자들의 생체 이식을 하며 기적같은 장면들을 직접 목격했던 그이기 때문에 뇌사자의 장기이식이 얼마나 숭고한 행위인지를 절감하고 장기이식 희망자 등록을 독려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뇌사자 장기 기증률은 9.2%로, 미국(38%)과 스페인(37%)에 비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한 해 500명 정도의 뇌사자만이 장기 기증을 하고 세상을 떠난다. 장기조직기증원은 병원에서 발생하는 모든 뇌사 추정자 신고를 받아 장기 기증을 돕고 있다. 최근에는 이태원 참사로 중상을 당해 뇌사 판정을 받은 국군 장병이 장기를 기증, 생의 마지막에 생명 나눔을 실천해 감동을 선사했다.

뇌사는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데다 장기 기증 희망자로 등록하지 않은 경우 가족 구성원 모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뇌사자로 판정받은 환자의 가족으로부터 장기 기증 동의를 받는 과정은 아무리 장기 기증이 생명을 다시 살리는 숭고한 행위라고 해도 조심스럽고 어려운 게 사실이다. 문 원장은 “만약 자식이 뇌사자가 됐다면 부모가 쉽게 그렇게 (장기이식)하라고 할 수 있겠나”라며 “장기 기증을 결정하는 것이 정말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환자들이 새로운 삶을 얻는 것을 지켜본 그는 장기 기증 희망 등록률이 현재보다는 높아졌으면 한다는 생각이다. 특히 한국 외과의사들의 수술 테크닉은 세계 최고 수준인 데다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이 공정하게 장기이식 대상자를 선정해 가장 적합한 환자를 선정하고 있어 이식 성공률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는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국가가 뇌사자의 장기이식을 컨트롤하고 있어 가장 잘 맞는 사람을 선정한다”며 “2000년대 들어와서는 뇌사자의 장기는 공공재라는 인식이 강해져 국가에서 장기이식을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도 뇌사자의 장기이식에 대한 인식이 개선돼 30%까지 기증률이 높아졌으면 하는 게 그의 바람이다.

문 원장은 어렵게 뇌사자의 장기 기증 결정을 하는 유가족에 대한 예우를 비롯해 배려도 강조했다. 장기조직기증원이 생명 나눔 기증자 추모 행사인 ‘별을 그리다’를 진행하고 유가족을 위한 다양한 지원 사업을 펼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별을 그리다’라는 게 무슨 뜻이냐 하면 뇌사자가 돼서 장기를 기증하신 분들을 저희는 ‘밤 하늘의 별’이 됐다고 한다”며 “까만 밤을 비춰주는 별이 아직도 장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저 여기 있어요’라고 하면서 가르쳐주는 그런 의미가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내는 가족들이 얼마나 짠하고, 지금 생각해도 눈물이 나고 그럴 텐데. 그래서 그들을 위로하는 밤을 마련했다”며 “지난해에는 서울에서 했지만 많이 오시지 않아서 이번에는 중부·영남·호남 이렇게 세 권역에서 각각 진행해 많은 분이 오실 수 있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또 장기조직기증원은 한국상담심리학회와 최근 기증자 유가족 심리 상담 연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지역별 1급 상담심리사가 유가족의 심리 치료를 도울 예정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기증자를 위한 추모 공간이 용산공원 등에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도 전했다. 장기 기증자 역시 생명을 살리고 떠난 ‘영웅’이라는 생각에서다. 현재는 순천만국가정원·인하대병원·삼성서울병원·은평성모병원 등에 흩어져 있는 데다 기증자의 이름이 새겨진 것은 아니고 조형물 정도만 마련해 기증자를 추모하고 있다. 그는 “용산공원에 추모 공간을 마련하고자 유가족들의 서명을 받는 등 노력을 했는데 아직은 이렇다 할 진척이 없다”며 “보다 국민적인 관심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연승 기자 yeonv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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