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칼럼]트럼프 망령, 공화당이 제거해야 ?

여론독자부 2022. 11. 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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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CNN‘GPS’호스트)
민주주의 기반 갖춘 유럽과 달리
美정치는 SNS·유명인사에 좌우
공화당, 극단주의 빠지지 않으려면
스스로 '트럼프 리스크' 떨쳐내야
[서울경제]

공화당의 일부 중견 의원들이 도널드 트럼프의 대선 재출마에 반발하고 나선 것은 꽤나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트럼프가 무슬림의 입국 금지를 제안하고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겁박했을 때, 혹은 탄핵 소추를 당하고 선거 결과를 뒤집으려 들었을 때 이들 중 상당수가 그를 두둔하고 나섰던 사실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이들의 눈에 비친 트럼프의 진짜 잘못은 인기를 잃어가고 있다는 것 단 하나뿐이다.

하지만 트럼프의 슬럼프에 큰 변화가 올 수 있다. 트럼프는 축소된 지지 기반 위에서 후보 경선을 시작하지만 곧바로 세간의 폭발적인 관심을 끌어모으면서 예비선거 초반에 최다 득표율을 기록한 후보로 떠오른다. 그 어떤 주에서도 50%의 지지를 확보하지 못하지만 공화당 강세 주의 예비선거 시스템은 선두 주자에게 유리하다. 트럼프는 50% 선을 넘어서지 못하면서도 계속 다른 경선 후보들보다 많은 표를 가져간다. 로널드 브라운스타인이 상기시키듯 바로 이것이 전체 투표수의 40%를 차지하는 데 그친 트럼프가 공화당 유권자들 사이에 자신을 2016년 선거에 나설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각인시킨 방법이다.

중간선거 결과는 트럼프와 로널드 디샌티스 사이의 맞대결에 관해 별다른 이야기를 해주지 않는다. 이번에 치러진 플로리다주지사 선거에서 디샌티스는 인상적인 승리를 거두었다. 하지만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 초반에 디샌티스는 트럼프의 맞상대가 아니라 다수의 선택지 가운데 하나로 여겨질 것이다. 최근 몇 주 사이에 디샌티스의 인기가 급상승했다 하더라도 2024년 대선에 도전할 경우 ‘반(反)트럼프’ 유권자들을 등에 업어야 하는데 공화당 내부에서 반트럼프 기치를 내걸고 출마할 도전자들은 한두 명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가 기세를 회복한다면 많은 공화당 인사들이 다시 그의 지지 대열에 합류할 것이다.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공화당·텍사스)은 트럼프가 후보 지명을 받는다면 “열렬히 지지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이미 자신의 자리를 예약했다. 공화당 지도부는 유권자들이 나서서 그들을 트럼프로부터 구해주기를 원한다. 아무리 봐도 이건 지도자와 추종자의 역할이 완전히 뒤바뀐 모양새다. 그러나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이제 공화당은 도덕적 비루함에 마침표를 찍고 당 내부에 도사린 암덩어리에 결연히 맞서야 한다. 공화당 지도자들은 지지자들을 향해 트럼프는 미국의 민주주주의를 약화시키려 했던 선동가이기에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분명하게 설명해야 한다.

바너드칼리지 교수인 셰리 버먼은 포린어페어스에 실린 흥미로운 에세이에서 미국이 민주주의가 확립된 국가들로부터 멀찍이 떨어져 있다고 지적한다. 그에 따르면 극단주의 노선에서 강제로 밀려난 서유럽 국가의 우익 포퓰리스트 정당들은 유럽연합(EU)과 우크라이나전과 관련한 주류의 입장을 대폭 수용했다. 그러나 미국은 달랐다. 트럼프 혁명의 여파 속에 극단주의 노선을 택한 공화당은 기꺼이 그의 지시를 따랐고 대선 결과를 부인하는 300여 명을 중간선거 후보로 내세웠다.

버먼은 유럽의 경우 자유민주주의의 제도와 규범이 확실히 자리를 잡았기에 미국과 상반된 모습이 연출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정당들은 책임 있게 행동했고 EU와 개별 국가의 기관들은 독립성을 유지했으며 지도자들은 서슴없이 잘못된 행동을 꾸짖었다. 그 결과 권력을 장악한 스웨덴과 이탈리아의 급진 우익 정당들은 한때 그들이 요구했던 극적인 정책 변화를 밀어붙일 수 없게 됐다. 버먼은 스웨덴과 이탈리아의 극우 정당들은 대중의 지지를 확보하고 그들 역시 국가를 경영하기에 충분할 만큼 진지하다는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수사와 정책을 온건하게 다듬었다고 강조했다.

아쉽게도 유럽에 비해 훨씬 허약하고 개방적인 오늘날의 미국 정치 시스템은 예비선거와 돈, 소셜미디어와 유명 인사들에 의해 정의된다. 이런 모든 것들이 트럼프와 같은 기업가 정치인이 주요 정당을 장악해 개인숭배 집단으로 바꿔놓는 것을 가능하게 해준다. 유럽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버먼은 “프리덤하우스 등 민주주의 발전을 추적하는 단체들에 따르면 미국의 민주주의가 급속히 약화되고 있는 반면 서유럽에서는 유사한 징후가 포착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헝가리·튀르키예, 그리고 미국처럼 민주적 제도가 허약한 국가에서는 역으로 선동이 정당을 바꾼다. 이런 위협을 털어내려면 공화당 지도자들이 당 안팎의 극단주의를 제거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중간선거 이후에도 트럼프와 트펌프주의는 마술처럼 저절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여론독자부 opinion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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