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말하겠다"…'대장동 일당' 폭로에 수세 몰리는 이재명
대장동 개발사업 민간업자 남욱 씨가 출소 당일인 어제(21일)부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향한 포문을 열었습니다.
이 대표의 최측근 2명이 잇달아 구속된데다 한 달 전 석방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 이어 남 씨가 "사실을 말하겠다"며 '폭로전'에 가세하면서 이 대표의 입지는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검찰 역시 수사의 종착점이 대장동 개발 사업 당시 성남시장으로서 최종 결재권자인 이 대표라는 점을 분명하게 드러낸 만큼 수사에 속도가 붙을 전망입니다.
19일 이 대표의 최측근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전반을 '지방자치 권력 사유화'로 규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검찰은 정 실장의 혐의의 중대성을 강조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지만, 이 대표의 배임·부패방지법 위반 등 혐의 수사를 시사한 것으로도 풀이됩니다.
검찰 관계자는 "구속된 정 실장 조사를 진행하고 남 씨의 법정 증언은 증언대로 따라가면서 차분하게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남 씨는 석방 첫날 재판에 출석해 이 대표 측이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나온 거액의 배당금뿐 아니라 자신이 제공한 뇌물의 최종 수수자라며 파상 공세를 폈습니다.
어제 오전 0시쯤 서울구치소에서 출소한 남 씨는 어제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준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그는 대장동 사업 민간 지분의 30%를 차지하는 '천화동인 1호'에 대해 "이재명 지분이라는 것을 김만배 씨에게 들었다"며 "2015년 2월부터는 이 지분이 이재명 시장실 지분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정 실장이 받는 부정처사후수뢰 혐의는 2015년 2월 대장동 사업자로 선정해주는 대가로 김 씨의 보통주 지분 중 24.5%(700억원·세후 428억원)를 정 실장과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 유 전 본부장과 나눠 갖기로 했다는 내용입니다.
이런 남 씨의 법정 증언은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지분이 '정진상·김용·유동규' 3인방 것으로 구체화하기 이전 애초부터 '이재명 지분'으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것으로 해석돼 주목됩니다.
이른바 '정영학 녹취록'상 김 씨가 "천화동인 1호의 절반은 '그분' 것"이라고 언급하며 시작한 실소유주 논란이 종결되는 실마리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남 씨는 김 씨가 자신을 제치고 대장동 사업 주도권을 차지한 것에 대해서도 2014년 이 시장 재선 과정에서 김 씨가 이 대표의 최측근(정진상·김용)과 '의형제'를 맺고 천화동인 1호 지분을 이 대표 측이 갖기로 합의하게 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다만, 현재 김 씨는 '그분'이 이 대표라는 해석을 부인하면서 천화동인 1호의 실소유주가 자신이라고 주장합니다.
남 씨는 공판에서는 이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재선된 2014년 지방선거 전후 이 대표 측에게 전달됐다는 금액과 그 경로도 상세히 말했습니다.
그는 박영수 전 특검의 인척이자 위례 신도시·대장동 개발 사업에서 아파트 분양을 대행한 업자 이 모 씨로부터 빌린 약 22억5천만 원 중 12억5천만 원가량이 김 씨에게 전달됐다고 증언했습니다.
남 씨는 이 12억5천만 원이 유 전 본부장을 통해 '형들'에게 지급한 선거 자금, 강한구·최윤길 성남시의회 의원 등이 이재명 시장의 재선을 하는 데 쓴 자금, 이재명 시장 투표에 활용하기 위해 종교 단체에 지급한 자금 등으로 쓰였다고 주장했습니다.
'형들'이라는 주장이 사실이라면 시기상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 실장과 김 부원장이 유 전 본부장에게 각각 받았다는 의혹을 사는 5천만 원과 1억 원의 출처로 연결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유 전 본부장에게 금전을 제공한 동기가 개인적 요구가 아니라 이 대표의 성남시장 재선을 염두에 두고 대장동 사업 특혜가 계속되길 기대하며 '이 시장 측'에 보냈을 가능성이 있어서입니다.
남 씨는 특히 "선거 기간에 이재명 시장 측에 전달된 금액이 최소 4억 원 이상"이라고도 했습니다.
검찰도 정 실장의 압수수색 영장 배경 사실에서 이 4억 원의 존재를 적시했기 때문에 향후 이 대표 수사의 포인트가 될 수 있습니다.
남 씨는 2013년 4∼8월 유 전 본부장에게 전달한 뇌물 3억5천200만 원에 대해서도 "(유 전 본부장이) 본인이 쓸 돈이 아니고 높은 분들한테 드려야 하는 돈이라고 얘기했다"고 새롭게 증언했습니다.
그는 '높은 분들'로 역시 정 실장과 김 부원장을 지목했습니다.
이 밖에 호재성 정보인 '서판교 터널' 개발 계획을 2014년 9월쯤 유 전 본부장에게 들었다고도 진술했습니다.
이 대표의 성남시는 대장동 사업자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이 계획을 사업자 선정 1년여 뒤인 2016년 11월 고시했습니다.
남 씨가 사업자 선정 전에 이 정보를 미리 들었다고 증언함에 따라 이 대표의 업무상 배임 혐의에 대한 수사도 예상됩니다.
유영규 기자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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