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포럼] 빈 공간의 역설

정영욱 한국원자력연구원 초고속방사선연구실 책임연구원 2022. 11. 22.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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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의 대표적인 경전인 반야경(般若經)은 '최고무상의 지혜'에 관한 책이라고 한다.

학자들은 지혜를 뜻하는 '반야'라는 명칭의 경전들이 만들어진 시기를 기원전 1세기에서 기원후 1세기경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에테르가 우주 공간을 채우고 있으며 빛을 전파하는 매개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빈 공간에 아주 강력한 전자기장을 한군데로 모으면 입자와 반입자가 탄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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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욱 한국원자력연구원 초고속방사선연구실 책임연구원

불교의 대표적인 경전인 반야경(般若經)은 '최고무상의 지혜'에 관한 책이라고 한다. 학자들은 지혜를 뜻하는 '반야'라는 명칭의 경전들이 만들어진 시기를 기원전 1세기에서 기원후 1세기경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 옛날 삶의 환경은 지금과 비교하면 매우 열악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시기에 정리된 최고의 지혜에 이르는 가르침은 현대의 우리가 생각해도 무척 놀랍다.

전체 600권에 이르는 대반야경의 요점만 추린 반야심경의 다음 구절은 이미 우리에게도 익숙하다. '색불이공(色不異空), 공불이색(空不異色), 색즉시공(色卽是空), 공즉시색(空卽是色)'. 존재 또는 본질에 대한 고정적인 인식보다는 상반되는 개념 사이의 상대적인 관계성과 연결을 통해 최고의 지혜에 도달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한다. 자신의 마음을 닦는 주옥과도 같은 경구가 물리학을 공부한 평범한 과학자에게는 우주의 비밀을 여는 열쇠처럼 다가온다.

우주 공간이 비어 있는지 아니면 특정 물질로 구성돼 있는지에 대한 의문은 빛의 본질에 대한 물음에서 촉발됐다. 빛이 파동인지 입자인지에 대한 오랜 논쟁은 '뉴턴' 이전까지 거슬러 간다. 19세기까지 파동설을 믿었던 많은 과학자는 에테르(ether)라는 매질을 통해 빛이 전달된다고 주장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영'의 이중 슬릿 간섭 실험으로 빛의 파동설은 당시 대세가 되었고, '패러데이', '톰슨', '맥스웰'과 같은 당대 물리학의 대가들은 에테르 이론을 더욱 다듬었다.

이 에테르가 우주 공간을 채우고 있으며 빛을 전파하는 매개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믿음은 에테르 신봉자 중 한 명이었던 미국의 실험물리학자 '마이켈슨'에 의해서 무너졌다. 1887년 '마이켈슨'은 '몰리'와 함께 태양에서 오는 빛의 간섭을 이용해 에테르의 존재를 증명하는 매우 정교한 실험을 했다. 하지만 '마이켈슨-몰리 실험'을 통해 우주 공간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졌고, 역사상 가장 위대한 부정실험이 됐다.

우주 공간이 비어있다는 사실은 '아인슈타인'이 특수상대성 이론을 주장하는 계기가 됐다. 우주에는 에테르와 같은 절대좌표계가 없고, 모든 것은 상대적 관점에서 기술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시기에 태동한 양자물리학은 이후 발전을 거듭하면서 더 놀라운 세상의 비밀에 다가갔다. 독일의 물리학자인 '하이젠베르크'는 불확정성의 원리를 통해 입자, 물질 등 모든 존재는 애초에 고정된 상태로 존재할 수 없음을 밝혔다.

이후 과학자들은 아무것도 없는 무(無)의 상태인 빈 공간조차 고정된 상태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빈 공간은 에너지가 아주 미약하지만 일렁일렁 변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서는 잠재적으로 입자를 무한히 생산할 수 있는 보물 창고라는 것이다.

실제로 빈 공간에 아주 강력한 전자기장을 한군데로 모으면 입자와 반입자가 탄생한다. 블랙홀의 죽음도 이러한 현상으로 설명한다. 입자와 반입자가 다시 합쳐져서 사라지기 전에 하나가 블랙홀 초입에 있는 사건의 지평선을 빠져나오면, 블랙홀은 아주 천천히 에너지를 잃으면서 식어가다가 결국은 소멸한다고 '호킹'은 예측했다. 그리고 실제 진공의 매질 특성을 연구하는 실험도 준비 중이라는 소식이다. 중국에서는 세계 최고 출력인 10경 와트(1017 W)의 레이저를 건설해 실험에 활용할 계획이다.

인간과 우주의 진리에 관한 가르침은 2000여 년의 역사를 관통하며 교차하고 있다. '색(色)'은 '공(空)'과 다른 것이 아니고, '공(空)'은 바로 '색(色)'이다. 반복되는 가르침에도 어리석음을 깨우치지 못하는 것은 다름 아닌 바로 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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