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 가본 사람은 없다'는 日마을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정영효 2022. 11. 22. 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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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역전패 당한 한국 인구문제 (9)
'사진이 가장 예쁘게 나오는 마을' 히가시카와
이주자·관계인구 확보 '두마리토끼' 잡은 비결
사진 고시엔·日 유일 공립일본어학교 유치
'워케이션 성지'·주주제도 등으로 관계인구 확보
공통점은 '한번이라도 더 마을 찾게 만드는 제도'
"이주지원금 받고 떠나는 '먹튀' 없애야 지속가능성"


히가시카와는 이주자 유치 뿐 아니라 관계인구를 늘리는데도 동시에 성공한 지방자치단체다. 관계인구는 한 지역을 여러 차례 방문하면서 반쯤 주민 같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을 말한다. 반복적으로 자신의 지역을 찾게 만드는 특별한 계기나 매력 포인트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에서 이주자 유치와는 접근법이 다르다.


일본 전역의 고교생들이 몰려드는 사진 고시엔은 히가시카와의 관계인구를 늘리는 대표적인 행사다. 일주일 동안 렌즈에 공들여 담은 피사체에 정이 안 들래야 안 들수 없는 법. 이들이 돌아가서 일본 전역에 히가시카와를 알리는 관계인구가 된다.

올해 사진 고시엔에 출전한 오키나와현립 오키나와공업고의 다이라 유리카는 "오키나와와 다르게 자연과 하늘 등이 하나같이 크고 넓은데 매료됐다"며 "히가시카와에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사진고시엔 출전 선수와 지도교사는 전원 히가시카와의 초청을 받는다. 왕복 비행기표와 일주일간의 숙박비를 모두 히가시카와가 부담한다. 적지 않은 예산이 들지만 마을 인지도를 높이고 관계인구를 늘리는 효과가 더 크다는게 히가시카와군청의 계산이다.

관계인구 늘리기가 자연스럽게 이주자를 유치하는 결과로도 이어진다. 2005년 사진고시엔에 출전하기 위해 히가시카와를 처음 찾은 요시사토 히로코 히가시카와 문화갤러리 학예원이 그런 사례다.

출전 이후 매년 사진고시엔의 자원봉사자로 히가시카와를 찾는 관계인구가 됐다가 2010년 아예 이주했다. 요시사토 학예원은 "고교 3학년인 제12회 대회에 오사카·긴키지역 대표로 출전한 것이 계기"라며 "자원봉사자로 매년 히가시카와를 방문하면 할 수록 이 곳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히가시카와는 2015년부터 일본 유일의 공립일본어학교도 운영한다. 1년짜리 과정을 매년 100명씩 모집한다. 2018년에는 유학생수가 750명까지 늘었다.(히가시카와 지역의 사립 일본어학원 유학생 포함) 이들은 전세계의 히가시카와 관계인구가 된다.

히가시카와일본어학교의 중국인 유학생 마쓰베씨는 "일본 유일의 공립 일본어학교인 점에 끌려서 이 곳을 선택했다"며 "와서 지내보니 이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일본 지자체들은 자신의 마을을 '워케이션('일·work'과 '휴가·vacation'의 합성어. 휴가지에 머물면서 일을 병행하는 근무형태) 성지'로 만드는데 여념이 없다. 관계인구를 늘리는 확실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히가시카와는 현재 일본에서 가장 인기 있는 건축가인 구마 겐고가 설계한 위성오피스 '가구노이에(家具の家·'가구의 집'이라는 뜻)' 4동을 짓고 있다. 구마겐고건축도시설계사무소를 비롯해 여러 기업들과 이미 임대 계약을 마쳤다. 마을의 명물 카페를 군청이 인수해 워케이션 카페로 변신시키기도 했다.

히가시카와주주제도는 '후루사토(ふるさと·'고향'이라는 뜻) 납세'를 변형한 제도다. 후루사토 납세는 주민등록지 대신 자신의 고향이나 따로 선택한 지역에 주민세 일부를 내는 제도다. 주주제도라는 이름으로 변형한 것은 자신의 지역을 선택해 준 다른 지역의 납세자들을 히가시카와의 미래에 투자한 주주로 모신다는 취지다.

납세자에게는 주주카드를 지급하고 히가시카와특별주민 자격을 준다. 히가시카와 주민으로 인정받기 때문에 각종 문화시설들과 레스토랑, 카페, 기념품 가게 등을 할인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

다른 지자체들은 후루사토납세를 한 납세자들에게 지역 특산품을 제공한다. 반면 히가시카와는 이 지역의 숙박시설을 제공한다. 1만엔을 납부하면 후루사토교류센터라는 히가시카와 공영 숙박시설에서 무료로 2박3일간 머무를 수 있다. 2층집에 살림살이가 전부 갖춰져 있는 다이세츠유수하우스라는 '살아보기' 체험시설도 운영한다. 투자에 대한 배당이라고 볼 수 있다.

무료 숙박제도, 거주체험 시설, 각종 할인 등 여러가지 혜택들은 주주들이 최대한 히가시카와를 자주 방문하도록 유도하는 제도라는 공통점이 있다. 교류인구를 늘리는 효과가 있는 건 물론이고, 이주의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한 번이라도 더 직접 살아보면 히가시카와의 나쁜 점도 파악해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다카기 마사히토 히가시카와군 토지개발공사 국장은 "이주자들이 수 년간 아동수당 같은 이주 보조금을 받고나면 다른 마을로 떠나는 사례가 일본 전역에서 보고된다"며 "히가시카와는 지원금 대신 제대로 정착할 수 있는데 정책을 집중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주 상담은 '반드시 히가시카와를 직접 체험해 달라'는 요청으로 시작한다. 덕분에 히가시카와는 TV나 잡지의 사진을 보고 충동적으로 이주를 결정한 이주자가 거의 없다. 다카기 국장은 "막상 와서 살아보면 생각했던 것과 다른 경우가 있다"며 "히가시카와를 제대로 이해하고 이주하는게 아니라면 지속가능성이 없다"고 설명했다.

홋카이도 히가시카와=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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