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한계/안미현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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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팔이 없는 호른 연주자를 우연히 TV에서 보게 됐다.
음정을 내는 호른의 밸브를 왼발로 누르며 연주했다.
손가락처럼 움직이는 발가락 놀림에 놀랐고, 따뜻하고 고운 호른의 음색에 또 놀랐다.
커다랗게 벌어진 호른의 입을 때론 막고 때론 터 주면서 음색에 변화를 주는 것은 통상 오른손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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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팔이 없는 호른 연주자를 우연히 TV에서 보게 됐다. 서른한 살의 꽤 유명한 독일 연주자다. 태어날 때부터 팔이 없었다고 한다. 음정을 내는 호른의 밸브를 왼발로 누르며 연주했다. 손가락처럼 움직이는 발가락 놀림에 놀랐고, 따뜻하고 고운 호른의 음색에 또 놀랐다. 더 큰 놀라움은 그다음에 찾아왔다.
진행자가 “발가락으로 연주하는 게 어렵지 않으냐”고 물었다. 곧바로 따라 나온 대답. “다른 걸로 연주를 해 본 적이 없어 뭐가 더 어려운지 모르겠다.” 처음부터 발로만 연주를 해 비교하기가 어렵다고 담담하게 말하는 그의 모습 앞에서 ‘역경 스토리’를 지레짐작했던 마음이 부끄러워졌다.
커다랗게 벌어진 호른의 입을 때론 막고 때론 터 주면서 음색에 변화를 주는 것은 통상 오른손의 역할이다. 그는 ‘입술’로 한다. 이 또한 다른 걸로 해 본 적이 없으니 쉽고 어려움을 가늠할 수 없으리라. 오른손인 그의 입술에서 툭 튀어나온 말. “한계는 스스로 정하는 겁니다.”
안미현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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