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메타버스는 게임인가
올해 세계 게임시장 규모는 282조원, 한국의 시장 규모만 20조원에 달할 정도로 게임산업은 미래를 선도하는 유망산업이다. 지난 20일 부산에서 막을 내린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 2022'는 전세계 43개국, 987개사가 참여해 2947개 부스를 마련했고 18만4000여명의 관람객이 방문하는 대성황을 이뤘다. 이번 전시회에서 확인된 게임시장의 흐름은 메타버스에서 이용자가 직접 창작하는 게임이 대세가 됐다는 것이다.
메타버스는 현실세계와 유사한 사회·경제·문화활동이 이뤄지는 3차원의 가상세계를 의미한다. 1992년 닐 스티븐슨의 과학소설 '스노 크래시'(Snow Crash)에 처음 등장한 메타버스는 고글과 이어폰, 즉 시청각 출력장치를 이용해 접근하는 가상세계로 아바타라는 개념도 여기에 등장한다. 아바타라는 가상의 존재를 통해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가상세계로 들어간다. 그런데 각종 온라인게임에도 아바타가 등장하고 여기에서도 커뮤니티활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메타버스와 게임은 종종 같은 것이 아닌지 혼동된다.
그렇다면 메타버스는 게임과 같은 것으로 보면 되는 것일까. 메타버스가 게임으로 분류되면 게임법의 규제를 받아 등급을 분류해야 하고 이용자들이 경제활동을 하고도 이를 수익화할 수 없게 된다. 한마디로 메타버스 산업의 성장이 어렵게 된다. 그렇다고 메타버스가 게임의 속성을 지님에도 게임규제를 적용하지 않으면 형평성에 문제가 생긴다.
학계와 정부 입장도 다양하다. 한 견해는 메타버스와 게임은 지속성, 개별적 존재감(아바타), 경험의 실시간성, 동시적 참여 및 타인과 소통, 가상공간에서 활동이라는 유사점이 있으나 메타버스는 이용자의 콘텐츠 생산, 확장성, 독자적인 경제체계 등의 차이로 게임과는 다르다고 한다. 다른 견해는 메타버스 플랫폼 자체는 콘텐츠에 해당하지 않아 게임물의 범위에서 제외되므로 메타버스 플랫폼이 이용자간 소통과 연결을 제공하기 위해 부수적으로 오락적 요소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게임규제 적용은 부적절하다고 한다. 또한 크리에이터가 계속적 영업을 통해 대가를 획득할 목적으로 콘텐츠를 제공한 것이 아니라면 게임규제를 적용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한다. 유튜브 크리에이터에 대해서도 생태계의 특수성을 고려해 등급분류 등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한다. 반면 일부 부처 등은 메타버스 내 콘텐츠와 기존 모바일게임이 거의 동일한 경우가 많은데 메타버스 내 콘텐츠라고 게임법을 적용하지 않는 것은 동일 콘텐츠, 동일 규제 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현행 게임산업법 제2조 제1호에 게임물은 컴퓨터 프로그램 등 정보처리 기술이나 기계장치를 이용해 오락을 할 수 있게 하거나 이에 부수해 여가선용, 학습 및 운동효과 등을 높일 수 있도록 제작된 영상물 또는 그 영상물의 이용을 주된 목적으로 제작된 기기 및 장치로 돼 있어 메타버스는 게임물의 정의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결국 이는 메타버스 산업의 성장과 혁신을 위해 기존 규제에 대한 해석상, 법규상 예외를 인정할 것인지, 아니면 기존 게임업계와 형평성을 고려해 법을 기계적으로 집행할 것인지에 관한 문제다. 추가로 고려할 요소는 메타버스는 글로벌 서비스가 특징인데, 한국에서만 특유의 규제를 집행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것이다.
마침 지난 8월 국가데이터정책위원회는 메타버스에 대해 게임규제 가능성이 있어 업계에 부담이 되고 산업성장도 저해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연내에 게임물과 메타버스 구분 등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우선 가이드라인과 같은 법령해석이나 샌드박스를 통해 메타버스에 대한 게임규제의 예외를 인정하되 메타버스 내 크리에이터 콘텐츠에 대해서는 게임규제의 전부나 일부를 적용하지 않는 방향으로의 법제정비를 고민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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