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세 마하티르 말레이 前총리, 총선 패배에 정계 은퇴 수순
이번 총선 때 자신이 결성한 ‘조국운동’ 1석도 못 얻어
말레이시아의 원로 정치인 마하티르 모하맛(97) 전 총리가 지난 19일 실시된 총선에서 낙선하면서 사실상 정계 은퇴 수순을 밟게 됐다. 20일(현지 시각)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마하티르 전 총리는 랑카위 지역구에서 약 4만7500개의 유효표 중 4566표를 얻는 데 그쳐 낙선했다. 전체 5명의 후보 중 4위라는 충격적 결과다. 아랍권 언론 알자지라는 19일 “마하티르 총리가 정치 인생에서 화려한 방식으로 패배를 맞이한 것은 대단히 놀라운 일”이라며 “그는 8분의 1 이상의 득표도 하지 못해 선거 기탁금도 돌려받지 못하게 됐다”고 전했다.
마하티르 전 총리가 지역구에서 패한 것과 더불어 그가 이번에 결성한 정당연합 ‘조국운동(GTA)’이 총선에서 단 한 석도 얻지 못하면서 사실상 정계에서 은퇴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마하티르 전 총리는 이달 초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선거에서 패한다면 (정계를) 은퇴하겠다”고 했었다. 다만 마하티르 전 총리는 선거 당일 소셜미디어 등에 투표 인증글을 올린 뒤로 선거 결과에 대해 메시지를 내지 않고 있다.
올해 97세인 마하티르 전 총리는 총 24년간 총리를 두 번 지낸 말레이시아의 유력 정치인이다. 1981년 국민전선(BN) 정권에서 처음 총리를 지냈던 그는 2003년 총리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날 때까지 22년간 장기 집권했다. 이후 그로부터 15년 뒤인 2018년 총선에서는 야권에 합류하며 개혁파 정당 연합인 희망연대(PH)의 승리를 이끌고 2년간 또다시 총리로 재임한다. 그러나 마하티르의 총리 생활 2기는 허무하게 막을 내린다. 마하티르는 2020년 2월 PH 연정 내각이 과반을 잃자 장기 집권 동력을 얻기 위해 총리직을 던졌는데, 자신의 측근인 무히딘 야신 현 총리(당시 내무부 장관)가 새롭게 세력을 집결해 총리직을 차지했다.
마하티르 전 총리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그가 1981년부터 2003년까지 말레이시아를 이끌 당시 “지나치게 강경 통치를 펼친다”는 비판을 종종 받기도 했지만,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북남고속도로 등 주요 국가 프로젝트의 건설을 감독하고 외국인 투자에 국가를 적극 개방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이에 마하티르 전 총리의 이름 뒤에는 ‘독재자’와 ‘말레이시아 근대화의 아버지’라는 상반된 두 별명이 함께 따라다닌다.
한편 이번 말레이시아 총선에서는 사상 처음 단독으로 과반 의석을 차지한 정당이나 연합이 나오지 않아 국왕이 차기 총리를 임명하게 됐다. 이번 총선에서는 안와르 이브라힘 전 부총리가 이끄는 PH가 220석 중 가장 많은 82석을 차지했다. 무히딘 야신 전 총리의 국민연합(PN)은 둘째로 많은 73석을 얻으며 전국구 첫 선거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말레이시아 하원의 전체 의석은 222석이지만, 투표일 직전 후보 사망 등 사고로 지역구 두 곳 선거에 차질이 빚어져 220곳 결과만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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