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출근길 문답 중단… “불미스러운 일로 취지 퇴색”
대통령실은 21일 윤석열 대통령의 출근길 약식 회견(도어스테핑)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쯤 용산 대통령실에 출근하면서 1층 로비에서 도어스테핑을 하지 않고 곧장 집무실로 올라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 18일 도어스테핑에서 MBC 기자가 윤 대통령 등 뒤에 대고 고성을 지르는 등 난동에 가까운 행위가 벌어진 데 따른 조치”라고 했다.
대통령 대변인실은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최근 발생한 불미스러운 사태와 관련해 근본적인 재발 방지 방안 마련 없이는 도어스테핑을 지속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도어스테핑은 국민과의 열린 소통을 위해 마련됐다”며 “그 취지를 잘 살릴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된다면 재개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도어스테핑에서 윤 대통령 및 참모가 기자와 충돌하는 상황이 재발할 우려가 해소돼야 한다는 취지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고성이 오가고 난동에 가까운 행위가 벌어지는, 국민 모두가 불편할 수밖에 없는 현장이었다”며 “그렇게 계속 국민을 불편하게 만드는 도어스테핑을 유지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이라고 했다. 대통령실 이재명 부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누구보다 도어스테핑 의지가 강했지만 고성을 지르는 등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원래 취지를 살리기 어려워졌다는 판단이 들었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전날도 이번 사안을 “불미스러운 일”로 표현했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8일 도어스테핑에서 ‘MBC 취재진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 불허’와 관련해 “가짜 뉴스로 아주 악의적인 행태를 보였기 때문”이라고 했고, MBC 기자는 집무실로 이동하는 윤 대통령 등 뒤로 “MBC가 뭘 악의적으로 했다는 건가”라고 두 차례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 MBC 기자는 대통령실 이기정 홍보기획비서관과 말싸움도 벌였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보안 구역에서 소리 지르고 위압적 태도를 취한 건 원칙 위반”이라며 “미국이었다면 경호원들이 그 자리에서 끌어냈을 정도로 심각한 사안”이라고 했다. 대통령실 취재 지원을 담당하는 김영태 대외협력비서관은 “도의적 책임을 느낀다”며 이날 사의를 표명했다.
대통령실은 지난 19일 출입기자단 간사들에게 “대통령실은 재발 방지를 위해 해당 회사 기자에 상응하는 조치를 검토 중에 있다”며 기자단 의견을 모아달라고 요청했다. 대통령실은 MBC 기자에 대한 출입 정지, MBC 소속 다른 기자로 교체 등을 후속 조치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간사단은 20일 “기자단 내부 의견이 크게 갈리는 만큼, 기자단 차원의 입장 정리가 어렵다”며 “간사단은 어떠한 의견도 내지 않기로 했다”는 입장을 대통령실에 전달했다. 간사단은 또 “특정 언론과 대통령실의 대결 구도가 이어지며 이번 사안과 무관한 다수 언론이 취재를 제한 받는 상황이 생기지 않길 바란다”는 입장도 밝혔다.
대통령실 주변에선 도어스테핑이 재개되어도 방식 등이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약식 회견 횟수를 조정하거나 질문을 주고받는 방식이 수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날엔 도어스테핑을 하던 대통령실 청사 1층 현관과 기자실 사이에 가림막이 설치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튿날인 지난 5월 11일부터 지난 18일까지 총 61차례에 걸쳐 기자들과 출근길 문답을 했다.
이번 논란은 정치권 공방으로도 이어졌다. 국민의힘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MBC 기자가 지명도 안 했는데 소리 지르면서 이야기하는 것은 난동”이라고 했다. 권성동 의원은 “MBC는 대통령 순방 중 발언을 자막으로 조작했는데 도리어 자신에게 무슨 잘못이 있냐며 운동권 점거 농성에서나 볼 수 있는 ‘샤우팅(고함 지르기)’을 했다”고 했다. 도어스테핑 중단에 대해 홍준표 대구시장은 “때늦은 감은 있지만 참 잘한 결정”이라고 한 반면 유승민 전 의원은 “국민과의 소통이 사라질까 봐 우려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좀스러운 대응”이라고 비판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대통령실이 언론과의 사이에 가벽을 세우니 대한민국 정치에도 큰 절벽이 생긴 것”이라고 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덩치는 남산만 한데 좁쌀 대통령”이라고 했고,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불편한 질문을 거부하는 것은 닫힌 불통”이라고 했다. 민주당 언론자유특별위원회는 이날 오후 긴급 간담회를 열고 “언론 자유의 주적은 윤석열 정권”이라고 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도어스테핑이 시작됐을 때는 “(소통의) 질을 담보할 수 없다”며 ‘그만두라’고까지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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