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판다] 여성 파일럿의 해고, 과정 들여다보니 '규정 절차 무시' (풀영상)

탐사보도팀 2022. 11. 21. 21:5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앵커>

[전미순 씨 : 유리천장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첫 번째 사례가 되기 때문에.]

외국 항공사 승무원으로 일하다가 에어서울에서 첫 여성 부기장이 된 전미순 씨입니다. 그런데 전 씨가 몇 달 전 회사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았습니다. 한마디로 실력이 없어서라는 건데, 해고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저희 끝까지판다팀이 취재했습니다.

먼저 김수영 기자입니다.

<김수영 기자>

전미순 씨 해고의 발단은 정식 부기장이 된 지 1년여가 지난 2020년 7월 비행이었습니다.

제주공항에 착륙할 때 기장의 지시로 엔진의 추진력을 어느 정도 유지한 채 내리는 '파워온랜딩'을 시도했습니다.

[전미순/전 에어서울 부기장 : 제가 매뉴얼에 나와 있지도 않았었고 한 서너 번을 기장님 말씀하신 걸 계속 반복해서 이게 맞습니까?]

결과는 이른바 '하드랜딩', 동체에 충격이 가해지는 착륙이었습니다.

[에어서울 조종사 : '파워온랜딩'을 해야될 정도로 그렇게 기상이 좀 특이했다라고 그러면 부기장을 시키면 안 되죠.]

회사 측도 기장의 지시가 부적절했다는 취지로 반응하기도 했습니다.

[에어서울 고위관계자 : ○○ 기장을 처벌해야 되겠구만. 파워온랜딩이라고 우리 매뉴얼에 있어?]

어쨌든 항공기 점검이 필요한 비교적 엄중한 실수였기 때문에, 전 씨는 그해 10월 비행 자격심사를 받게 됩니다.

승객 192명을 태우고 김해공항에 내리는 과정에서 심사관은 고도 6천 피트부터 매뉴얼 비행, 즉 수동비행을 지시합니다.

고도 1천 피트 정도에서 수동 비행으로 바꾸는 일반적인 관행과 다른 지시였습니다.

게다가 조종과 관제탑 교신 등 기장과 부기장이 나눠 맡는 역할을 전 씨 혼자 수행하도록 요구했다고 합니다.

[에어서울 조종사 : 6천 피트에서 매뉴얼(수동비행)로 전환하라 했다고 그러면 착륙할 때까지 그 피로가 생겨요. 정신적으로 분산이 되고 집중력이 떨어지고….]

[항공업계 관계자 (전직 조종사) : '두고 보자, 진짜 한번 해봐라'(라는 의도죠). 이렇게 되면 실수를 안 하기가 굉장히 쉽지 않습니다.]

결과는 착륙 때 어느 정도 충격이 있는 '러프 랜딩'이었습니다.

김해에서 김포공항으로 돌아오는 비행까지 왕복 과정을 심사하는 게 원칙이지만, 심사관은 본인이 부기장석에 앉고, 전미순 씨는 뒷좌석에 앉힌 채 돌아왔다고 합니다.

항공일지에는 전 씨가 부기장 역할을 한 것으로 썼다가 나중에 고쳤습니다.

편도 심사나 항공일지 허위 작성은 모두 항공안전법 위반 소지가 있습니다.

엿새 뒤 전미순 씨에게 내려진 징계는 '강격', 부기장직 박탈입니다.

전 씨는 국토부에 이의를 제기했고, 국토부는 왕복심사 원칙과 조종사 자격 심의 절차를 지키고, 항공일지 수정 절차를 강화하라는 권고 조치를 내립니다.

이에 따라 재심사를 했지만, 또 불합격 판정이었고 1년 넘게 훈련과 비행 기회를 주지 않다가 올 초 재자격 훈련을 거친 뒤 지난 8월 최종 해고 처리했습니다.

[항공업계 관계자 : 비행 심사라는 게 수백 가지를 보는 거예요. 그 많은 것 중에 뭐를 하나 딱 꼬투리를 잡으면 아무리 잘하는 애도 걸리게 돼 있어요. 여기가 그래, 이 세계가….]

에어서울은 전 씨가 세 차례 심사에서 모두 기량 부족으로 탈락했고, 특히 최종 심사에서는 전 씨가 지정한 심사관을 배정했지만 불합격했다며 고객 안전을 위해 전 씨를 인사조치했다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하 륭·양현철, 영상편집 : 윤태호, CG : 류상수·손호석, VJ : 김준호)

---
 
<앵커>

보신 것처럼 선뜻 이해가 잘 가지 않는 비행 지시와 자격심사는 대체 왜 일어난 건지 저희 취재팀이 확인해봤습니다. 전미순 씨는 회사 안에서 부당한 갑질을 신고한 이후 일부 기장들이 자신을 괴롭히기 시작했다고 말합니다.

이어서 유성재 기자입니다.

<유성재 기자>

김포공항 근처 사설 비행 시뮬레이션 센터입니다.

에어서울 A 기장 부인 명의로 운영되는 곳입니다.

[센터 관계자 : 실제로도 조종사 시험이나 그런 걸 준비하기 위한 교육 시설이고….]

전미순 씨는 입사 직후 훈련생 시절부터 이곳 운영과 홍보를 도우라는 요구를 받았습니다.

[전미순/전 에어서울 부기장 : 제가 그 근처에 있다는 걸 아시고 짬짬이 심부름부터 시작해 점점 요청이 빈도가 높아지고….]

투자 명목으로 2천만 원을 요구받고 빌려주기도 했습니다.

부당하다고 생각해 회사에 신고했고, 직장인 익명 게시판에도 A 기장의 '부업'을 비판하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이 무렵부터 전 씨에 대한 일부 기장들의 괴롭힘이 시작됐다고 합니다.

[전미순/전 에어서울 부기장 : (너는) 은혜도 모르고 배은망덕하다. 여자가 조종사면 완벽해야 되는데 넌 왜 안 그러냐, 여잔데.]

[에어서울 조종사 : 참 야비해요. 인간적으로 보면 비겁하죠. 전미순 씨한테 잘 해주면 날 또 싫어할까 봐 무서워서….]

2019년 7월 코타키나발루 비행에서는 B 기장이 전 씨를 조종실에서 쫓아낸 일도 있었습니다.

[전미순/전 에어서울 부기장 : '(기장이) 넌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아무것도 만지지 마. 너는 객실 출신이니까 객실이 편하지? 나가 있어' 이렇게 시작됐어요.]

동료 기장이 조종실을 비운 사이 홀로 남은 조종사가 비행기를 추락시켜 150명의 사망자를 낸 2015년 '저먼윙스' 사고 이후, 조종실에는 반드시 2명이 있어야 한다는 안전 규정을 어긴 겁니다.

이 사실도 회사에 보고했지만 에어서울 측은 별다른 조치 없이 넘어갔습니다.

[에어서울 관계자 : 이건 내가 봤을 때 000(기장) 잘못보다는 네 잘못이 훨씬 큰 거야. 나가면 안 되지, 나가라 한다고 나가냐.]

[박은선/변호사 (전미순 법률대리인) : (이 사안은) 항공안전법을 심각하게 위배하고 있습니다. 형법상, 항공안전법상 위법행위도 같이 고발해 달라고 (권익위에) 요구했습니다.]

전 씨는 자신이 겪은 부당한 일들을 권익위원회에 공익 신고했고, 권익위는 에어서울 관계자들을 상대로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영상취재 : 하 륭, 영상편집 : 박지인, VJ : 김준호)

---

<앵커>

이 내용 취재한 김수영 기자 나와 있습니다.

Q. 공익신고 이유는?

[김수영 기자 : 앞서 리포트에서 보신 대로 전미순 씨가 조종실에서 쫓겨나고 무리한 비행 지시를 받은 일. 바로 승객들을 태운 비행기 조종실에서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승객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일들로 항공안전법에 저촉될 소지가 다분하다는 게 전미순 씨 측 주장입니다. 그리고 공익신고자보호법은 항공안전법도 공익 신고를 할 수 있는 대상 법률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전미순 씨 스스로도 해고 무효가 목표가 아니었습니다. 바로 그 불합리한 조종사 문화를 바꿔야겠다, 그런 생각이 있어서 공익신고를 하게 되었다고 밝혔습니다.]

Q. 권위적 조종실?

[김수영 기자 : 제가 만난 전·현직 조종사들은 전미순 씨처럼 기장과의 사이에서 있었던 사적, 공적인 일들을 회사에 보고할 경우, 같이 일하기 힘든 사람으로 찍히는 게 그 항공사의 문화라고 얘기했습니다. 지난 1997년 대한항공의 '괌 추락 사고' 기억하실 텐데요. 이 참사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조종실의 권위적인 문화', '한국의 유교적 격식'이 언급되기도 했습니다. 당시 부기장이 무언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았음에도 혼잣말로 돌려서 말하는 바람에 기장의 판단 실수를 바로잡지 못했다는 겁니다. 이후 많이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명확한 의사소통을 가로막는 조종실의 군대식 문화가 승객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임에는 분명해 보입니다.]

탐사보도팀panda@sbs.co.kr

Copyright ©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