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탁가정 맡겨졌는데…“수술하려면 친부모 동의 받아오라”
[앵커]
친부모의 사정으로 다른 가정에 위탁돼 길러지는 아동이 만 명에 이릅니다.
그런데 병원 수술을 받거나 간단한 시험에 응시하는 데도 친부모의 동의가 필요해 생활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원동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3살 민석이(가명)를 어린이집에서 데려오고, 손을 씻기고, 함께 놀아주는 사람은 민석이의 위탁 부모입니다.
함께 지낸 지 9개월째, 부쩍 밝아진 모습이 반갑지만 건강 때문에 마음을 졸입니다.
[이보연/가정위탁 부모 : "폐가 약간 약하다 그렇게 말씀하셔서 지금 한 2주에 한 번씩 계속 열감기를 계속 앓고 있거든요."]
수술 가능성까지 있지만 수술엔 친부모 동의가 필수적이라, 친부모와 연락이 끊긴 최근엔 걱정이 더 커졌습니다.
[이보연/가정위탁 부모 : "가장 결정적일 때 친부모님의 개입이 필요할 때가 있으니까. 그런 부분에서 제 입장에서는 해줄 수 있는 게 없으니까요. 아프면 안 되고 다치면 안 될 것 같다는 그런."]
다른 위탁가정의 사정도 비슷해, 넉 달을 준비한 한국사 시험을 응시하지 못한 초등학생도 있습니다.
친권자가 동의하는 인증 절차를 받지 못한 겁니다.
[담당 사회복지사 : "'왜 (시험을) 못 보냐' 그래서 자세하게 설명을 못 해주겠는 거예요. 상처받을까봐. 자신감도 없고 그래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몇 달을 준비시켰는데."]
이처럼 수술이나 금융계좌 개설, 휴대전화 개통 등에는 친권자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친부모와 연락이 끊긴 경우가 많아 위탁 가정은 어려움을 겪습니다.
[보호 아동 이모/음성변조 : "(친부모의 동의를 받지 못했다고) 말하는게 조금 힘들죠. 왜 부모가 없어서 이런 상황까지 왔는지... (아이가) 이해를 안 해도 될 거를 이해를 해버리니까..."]
위탁 부모가 후견인 지정을 받으려 해도, 최소 6개월 이상 걸립니다.
정부는 보호 대상 아동의 가정 위탁 비율을 높이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지만, 위탁 부모의 역할 범위부터 넓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미애/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서울가정위탁지원센터 관장 : "위탁부모님들도 그 자격이 주어진다면 지금과 같이 복잡한 절차와 시간을 조금 더 앞당길 수 있어서 훨씬 용이할 거라 생각합니다."]
국내 위탁 가정 아동은 지난해 기준 1만 명에 이릅니다.
KBS 뉴스 원동희입니다.
촬영기자:오승근 서다은/영상편집:위강해/그래픽:노경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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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동희 기자 (eastshin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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