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컨테이너…얼어붙는 해상 운송
국내 주요 항만 3분기 물동량
지난해 대비 최대 17%까지 하락
인플레·금리 인상으로 소비 위축
아시아·북미 등 세계적 감소세
내년에도 3% 줄어…‘감산’ 예고
“컨테이너 운송 파티는 끝났다.” 최근 해외 해운·선박 전문매체들은 이 같은 전망을 일제히 쏟아냈다. 지난해 전 세계 해운 업체들이 코로나19로 인한 일시적인 운임 상승으로 이례적인 호황을 누렸으나, 올해 들어서는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에 따른 소비 위축으로 수출·수입 물동량이 전반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21일 해양수산부 ‘해운항만물류정보시스템’의 통계를 보면 부산·인천·평택항 등 국내 주요 항만들의 올해 3분기까지 컨테이너 물량 처리 실적은 지난해에 비해 최대 17%까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항만 컨테이너 물동량은 지난해 1~9월 2249만4175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에서 올해 같은 기간 2160만2836TEU로 3.96% 감소했다. 국내 최대 항만인 부산항의 물동량은 2.84% 줄었고, 울산항의 경우 17.7%나 감소했다.
한국은 호주·남미 등 원자재 수출국에서 원료를 수입해 가공한 뒤 완제품을 미국·유럽 등 소비국으로 수출하는 통로를 담당하고 있다. 중국 등에서 수입한 중간재가 가공돼 거쳐가는 채널 역할도 한다.
하지만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같은 대외적인 요인으로 각종 원자재와 제품을 실어나르는 컨테이너 물동량이 급격히 줄고 있다. 해운항만통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중국 등 극동아시아 지역과 국내 항만들을 오간 컨테이너 화물 총량은 294만2139TEU로 지난해 3분기의 324만253TEU 대비 9.2% 줄어들었다. 북미 지역과 국내 항구들 사이 컨테이너 물동량도 같은 기간 2%가량 감소했다.
컨테이너의 감소는 세계적인 현상이다. 지난달 미국 최대 항구인 로스앤젤레스(LA)항에서 처리한 컨테이너 물량은 지난해 10월 대비 25% 감소했다. 미국 내 소비가 급감한 탓이다. 로이터통신은 “글로벌 제조업 부문이 위축됨에 따라 화물 물동량은 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를 반영하듯 중국 상하이항에서 출항하는 컨테이너선 15개 항로의 단기운임을 종합한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18일 기준 1306.84를 기록했다. SCFI는 올해 1월 5000대를 처음 돌파한 이후 22주 연속 하락세다.
지난해 해운업체들은 높은 운임을 누리며 최대 호황기를 맞았다. 그러나 이제는 컨테이너 선박·장비의 대대적인 ‘감산’이 예고되고 있다. 영국 해운컨설팅업체 드루리는 최근 ‘컨테이너 장비 전망’ 보고서에서 “세계적으로 600만TEU 이상의 잉여 컨테이너가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 전 세계적으로 5080만TEU에 달했던 컨테이너 용량이 내년에는 4930만TEU로 약 3%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매년 증가해 오던 컨테이너 용량이 감소하는 것은 2009년 이후 처음이다. 화물선 노선 취소도 잇따르고 있다. 드루리는 11월21일부터 12월25일까지 약 한 달간 예정된 730개의 항해 일정 중 13%에 달하는 98개가 취소됐다고 밝혔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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