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불신 불만 불안 ‘3불한국’…정치가 묵은 숙제 풀어내야” [인터뷰]

임성현 2022. 11. 21.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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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총리에서 대권후보로, 다시 도지사로 ‘드라마틱한’ 변신을 거듭한 김동연 경기지사. 김 지사의 인생 2막은 ‘흙수저 신화’를 썼던 1막 못지 않게 주목받고 있다. 최근 매일경제 이코노미스트클럽 연사로 나선 김지사는 다시 찾아온 위기의 시대에 한국이 아직도 20년 넘게 묵은 숙제에 발목이 잡혀 있다고 지적했다. 불신, 불만, 불안의 ‘3불시대’를 끝내고 ‘기회의 나라’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008년 한국은 외환위기 이후 다시 찾아온 금융위기의 파고를 힘겹게 넘고 있었다. 당시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이었던 김지사는 “위기 한복판에서 국가 부도를 걱정한 기억이 있다”고 회고했다.  다시 위기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지금 김 지사는 ‘묵은 숙제’에 꽂혀 있다. 김 지사는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와는 전혀 다른 양상의 위기가 오고 있는데 한국은 아직도 묵은 숙제를 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중간 패권경쟁의 발생과 진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숨은 지정학적 역학관계, 세계 각국의 백가쟁명식 위기극복 처방이 가져올 ‘나비효과’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지사는 “지금의 위기는 강대권 패권주의와 인류의 미래 먹거리 산업의 선점을 위한 싸움”이라며 “두 수레바퀴가 굴러가는 전환기 속에 있다”고 설명했다.

경제와 사회의 대전환기가 이미 와있는데 한국은 여전히 저성장, 양극화, 저출산, 청년실업 등과 같은 만성질병에 대한 해법을 못찾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지사는 “어떤 학자는 ‘3불시대’라고 한다. 불신, 불만, 불안의 문제들이 20년이 넘었다”고 말했다. 30여년 정통 경제관료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한 것도 바로 그 ‘묵은 숙제 ’ 때문이다. 그는 “한국이 과연 이대로 될까, 20년 묵은 문제를 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라는 절박함이 나를 정치로 이끌었다”고 했다.

그런 면에서 윤석열 정부의 출발이 아쉽다는 김지사다. 그는 “가장 아쉬운 것은 비전의 부재”라며 “대체 한국을 어디로 끌고가려는지, 어떤 철학을 갖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미래 정책과제 ‘비전2030’을 주도했던 김 지사는 “구조개혁과 공공의 사회적 투자를 확대하는 선투자사업이 큰 방향이었는데 보수와 진보라는 틀을 뛰어넘은 비전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 정부에 대한 비판거리가 많지만 성공했으면 좋겠다”며 “대한민국이라는 배가 가려는 목적지인 항구가 어디인지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이 안고 있는 20년 묵은 숙제의 원인은 ‘정치 실패’와 ‘경제·교육정책 부재’로 모아진다. 김 지사는 걸리버여행기의 소인국 사례에 빗대 설명했다. “두 정당이 치열하게 싸우는데 두 당을 구분짓는 유일한 기준은 바로 구두 뒤축의 높이다. 뒤축이 높은당과 낮은당이 싸우고 황제는 구두축이 가장 높은데 왕세자는 구두축이 낮아 걱정이라고 한다” 국민들의 삶이나 국가 안위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일이다. 그는 “대한민국 정치는 과연 무엇을 가지고 싸우고 있나”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10·29 참사가 정쟁의 대상인가”라며 이태원 참사를 놓고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는 정치권을 비판했다.

김지사는 이처럼 뿌리깊은 정치반목의 배경으로 한국 정치의 ‘승자독식구조’를 지목했다. 팬덤정치, 포퓰리즘 경쟁, 정치의 양극화, 정치의 사법화와 같은 한국 정치의 ‘고질병’들이 발생한 것도 그때문이란 것이다. 그는 “국회의원 선거는 단순다수선거구제”라며 “이기면 모든 것을 갖고 과잉 대표되지만 지면 과소대표되고 무시된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경제도 교육도 그렇다”며 “교육은 승자독식 구조에서 명문대 들어가는 지름길만 찾고 경제정책 역시 개발중심의 과거 운영의 틀에 매어 있다”고 지적했다.

김지사가 정치를 통해 이루려는 가치도 모든 개혁의 출발인 권력구조 개편과 정치개혁이다. 그는 “지금의 권력구조로는 한국이 한발짝도 못나간다”며 “지금의 선거법, 정당법 하에선 경제정책과 교육정책을 아무리 잘해도 소용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권과 독립된 국가교육위원회와와 국가주택위원회는 김지사가 교육, 부동산정책 해결의 키워드로 내세우는 방안이다. 정부로부터 독립된 금융통화위원회 모델이다. 그는 “금통위에서 금리를 결정하는데 잘못했다고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며 “금통위에서 독립적으로 결정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가주택위, 교육위를 대통령 임기를 뛰어넘어 독립적으로 만들어 다시는 정책이 냉온탄을 오가는 일이 없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년 묵은 숙제를 푸는 열쇠는 바로 ‘금기깨기’다. 김 지사가 대통령 선거 이후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얻은 경험을 집필한 책 제목이기도 하다. 김 지사는 “경제위기라는 것이 이제까지 방법으로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에 또 생기는 것”이라며 “과거 틀과 프레임으로는 절대 풀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경제관료들이 주어진 틀에서만 판단하는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경제패러다임의 전환이 급선무다. 그는 “질높은 성장은 모든 요소들이 골고루 기여하고 과실이 모두에게 돌아가는 성장”이라며 “지속가능한 성장, 포용적 성장으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BC분석(편익비용분석)에서 B에만 역점을 두고 비용을 의미하는 C를 간과하고 있다”며 “기후변화, 양극화, 자살률 등이 모두 비용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장중심 혁신경제와 공공의 사회적 투자가 조화되는 융합적 해법이 필요하다는 것이 김 지사의 지론이다. “어설픈 보수는 시장주의를 주장하면서 시장만능주의로 간다. 어설픈 진보는 시장만능주의를 깨자고 하면서 시장의 원칙을 깨버린다” 진보와 보수의 이분법적 개념보다는 시장의 과정이나 결과에서 나오는 불공정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김 지사는 “제대로 된 진보는 시장을 존중하고, 제대론 보수는 상생과 포용을 이야기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융합적 사고와 대안을 제시하는 사람이 새로운 정치세력이 되어야 한다”며 “시장을 존중하면서 시장의 불공정과 불공평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정치권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는 법인세 인하 논쟁도 마찬가지다. 정부의 법인세 인하 주장에 야당은 ‘부자감세’라며 맞서고 있다. 김 지사는 “세제개편은 정권의 운명과 관련된 문제로 전체 세제를 큰그림으로 놓고 충분히 검토하고 시장과 소통해야 한다”며 “그런 면에서 정권 초기 세제개편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야당의 공세를 향해서도 “부자감세나 부자증세는 흑백논리로서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정책프레임”이라고 지적했다.

김 지사는 국정운영의 틀을 바꾸자고 주문했다. 전임 문재인 정부에서 1년 6개월간 경제부총리를 역임했던 그는 청와대와 의견대립이 가장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똑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것은 대통령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의 문제”라며 “지금의 제도와 승자독식 구조로는 누가 대통령이 되든 비서실 중심의 국정운영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국정의 틀, 사고의 틀을 바꾸는데도 소수 엘리트들의 ‘탑다운’보다는 ‘바텀업’식의 집단지성의 힘을 믿는다는 김지사다. 그는 “2년간 지방에서 만났던 사람들의 생활정치는 여의도 정치보다 훨씬 수준이 높았다”고 강조했다.

■ 김동연 경기지사는…

△1957년 충북 음성 출생 △덕수상고 △ 국제대 법학과, 미시간대 정책학 석박사 △행정고시(26회), 입법고시(6회) △기획재정부 2차관, 국무조정실장 △15대 아주대 총장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유쾌한반란 이사장, 새로운물결 당대표 △36대 경기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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