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엔 ‘대장동 윗선’ 모른다던 남욱 “이재명 지분 있다 들어”

이혜리 기자 2022. 11. 21.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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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규·김만배와 사업 논의
자신 경험으로 구체적 증언
이 대표 등 ‘윗선’ 관련 내용
대부분 전해 들었거나 추측

대장동 개발사업 비리 의혹의 핵심 관련자인 남욱 변호사가 석방 당일인 21일부터 법정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한 폭로성 발언을 쏟아냈다. 남 변호사 증언을 보면 본인이 직접 경험한 사실도 있지만, 다른 사람에게서 전해들었거나 추측하는 내용이 적지 않다. 1년 전 언론 인터뷰 발언과도 상반된다. 이런 법정 증언의 신빙성이 향후 재판 및 이재명 대표를 겨냥한 검찰 수사의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재판에 이날 증인으로 선 남 변호사는 대장동 사업 추진 과정에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나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에게 돈을 주고 사업을 논의한 경위를 구체적으로 증언했다. 언제 얼마의 돈을 주었고 사업에서 각자가 어떤 역할을 맡았는지에 대한 증언은 자신의 경험담이었고, 2013년 식당에서 9000만원을 건네자 유 전 본부장이 다른 방으로 가서 돈을 전달했다는 것은 목격담이었다. 반면 유 전 본부장과 김씨를 넘은 성남시 ‘윗선’에 대해선 전해들었거나 자신이 생각한 내용을 주로 언급했다. 대장동 개발 지분에 이 대표 측 몫이 있다는 내용은 김씨로부터,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과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에게 돈을 줘야 한다는 것은 유 전 본부장으로부터 전해들은 내용이라고 했다.

김씨가 돈을 가져가 어디에 사용했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남 변호사는 “일부는 사업자금으로 사용하고 일부는 정진상과 김용 등에게 주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는데, 들은 사실이라 확인한 바 없다”고 했다. 2013년 유 전 본부장이 돈을 가져가면서 ‘형님들, 형제들’이라고 말해 정 실장과 김 부원장에게 돈을 주려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했다. 자신의 추측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 이상은 모른다”고 했다.

형사소송법상 전문진술(남에게 들은 사실을 전하는 진술)은 유죄의 증거로 활용할 수 없다. 전해들은 말의 진실성을 증명하려면 물증이나 다른 당사자의 진술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김씨는 대장동 개발 지분에 이 대표 측 몫이 있다는 말을 남 변호사에게 한 적이 없다는 취지로 부인하고 있다.

남 변호사는 최근 검찰 수사 과정에서 정 실장이 김씨에게 경선자금 20억원을 요구했던 것을 알게 됐다고 스스로 언급했다가 재판장의 제지를 당하기도 했다. 재판장은 “(검사 신문은 사건) 당시 어떻게 알고 있었는지를 물은 것이지 수사 이후에 알았느냐를 물은 게 아니다”라며 “수사 과정에서 알게 됐다는 증언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남 변호사의 증언은 약 1년 전 미국 체류 중 했던 JTBC 인터뷰와 상반된다. 남 변호사는 당시 인터뷰에서 대장동 개발 지분에 유 전 본부장의 몫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지만 이 대표 측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초과이익 환수 조항과 관련해선 “유 본부장이 의사결정권자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윗선까지는 알지 못하는 부분”이라고 했다. 정권이 바뀌자 남 변호사가 돌연 태도를 바꾼 것이다.

남 변호사는 이날 법정에서 2015년 2월 김씨로부터 이 대표 측 지분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면서도 이 대표 측이 정 실장과 김 부원장을 지칭한다는 것은 지난해에야 알았다고 했다. 남 변호사는 ‘지난해 검찰 조사에서 사실대로 진술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이냐’는 검사 질문에 “선거도 있었고, 솔직히 말씀드리면 겁도 났다”며 “입국하자마자 체포되어 조사받는 과정에서 정신도 없었다”고 답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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