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밀착’ 미·EU, IRA가 걸림돌 될까
바이든 출범 후 관계 개선
AI 기술 규제 등 합의 주목
IRA 뒤 미국 투자 쏠림 등
유럽 불만 해법 도출 관심
미국과 유럽 사이 대서양에 경제적 순풍과 역풍이 함께 불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서방의 탈중국 정책으로 미국과 유럽 간 교역과 투자가 늘었지만, 미국의 보호무역 정책으로 인한 마찰은 관계의 심화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20일(현지시간)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다음달 5일 워싱턴에서 ‘미·EU 무역기술협의회(TTC)’를 개최한다고 보도했다.
양측은 지난해 출범 이후 세 번째 열리는 이번 회의에서 자메이카·케냐의 통신 프로젝트 공동투자, 인공지능(AI) 기술 규제 방안 등 6개 의제에 관한 합의문 발표를 목표로 삼고 있다.
‘아메리카 퍼스트’를 앞세웠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미국과 유럽의 경제적 관계는 순탄치 않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유럽산 철강과 알루미늄을 국가안보 위협 요인으로 지목하고 고율의 관세를 부과했다.
EU는 이에 격분해 미국산 오토바이와 위스키, 청바지 등에 보복관세를 매겼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다시 프랑스산 와인에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놓는 등 감정싸움으로 격화됐다.
조 바이든 정부 들어 미국과 EU의 경제 지형도는 트럼프 정부와 판이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올해 미국이 EU와 영국에서 수입한 상품량이 중국을 앞질렀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2010년대 초부터 미국의 최대 무역 상대국으로 자리 잡았는데 뒤집힌 것이다.
관계의 심화를 보여주는 지표인 외국인직접투자(FDI)도 많이 늘었다. 지난 7월 미 상무부 발표를 보면 지난해 유럽의 대미 FDI는 전년 대비 13.5% 늘었다. 미국의 유럽에 대한 FDI도 10%가량 늘어났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도 대서양 경제 관계를 심화시킨 요인이다. 러시아는 유럽에 천연가스와 석유를 싼값에 공급해 왔는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이 유럽의 에너지 공백을 채워주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경제적 관계가 마냥 순탄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바이든 정부가 ‘바이 아메리카’ 정책을 그대로 고수하다 보니 유럽에서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불만의 핵심은 지난 8월 통과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다. 한국 자동차·배터리 업계가 북미에서 조립된 전기차에 대해서만 거액의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IRA 조항에 강하게 반발한 것과 마찬가지로 EU 역시 이 조항이 외국 기업을 차별하는 불공정 보호무역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EU는 IRA에 관해 9개 조항을 수정하라고 요구했다.
유럽 국가들은 그렇지 않아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치솟는 에너지 가격 때문에 기업들이 유럽 투자를 취소하고 미국으로 달려가고 있는 마당에 미국이 IRA를 앞세워 유럽으로 향하던 투자를 빨아들일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BMW, 폴크스바겐 등 유럽 자동차 메이커들은 IRA 제정 이후 미국에 대규모 전기차 공장 설립 계획을 발표했다.
바이든 정부로선 중국·러시아와의 경쟁에서 공동전선을 구축해야 할 유럽의 불만이 너무 커지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한국과 IRA 관련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꾸린 것처럼 EU와도 TF를 꾸렸다. 하지만 IRA가 의회에서 개정되지 않는 한 정부가 유럽의 불만을 배려하기 위해 쓸 수 있는 정책적 수단이 많지 않다.
김재중 기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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