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문’ 6개월 만에 닫은 윤 대통령

유정인·심진용 기자 2022. 11. 21.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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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문답 전격 중단
“고성 등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본래 취지 살리기 어려워졌다”
MBC 기자 질문 태도 문제 삼아
해당 기자 출입정지 등도 검토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일 대통령실이 가벽을 설치한 곳은 사진에서 보이는 취재진 바로 뒤 공간이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출입기자단과의 출근길 문답을 6개월여 만에 중단했다. 대통령 순방 전용기 탑승에서 배제된 MBC 기자가 윤 대통령이 문답을 마치고 자리를 뜨는 중에 질문한 것 등을 문제 삼았다. 대통령실은 해당 기자 징계 조치도 검토하고 있다. 현실화할 경우 언론관 논란이 확산하면서 파장이 강하게 일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21일부로 도어스테핑(출근길 문답)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취임 다음날인 지난 5월11일 첫 출근길 문답이 이뤄진 후 194일 만이다. 윤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 청사 1층에 도착한 다음 출근길 문답을 진행하지 않은 채 집무실로 들어갔다. 평소 출근길 문답이 진행되던 청사 1층 현관과 로비 사이 나무 합판으로 만든 가벽이 설치되면서 윤 대통령 출근 모습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은 “고성을 지르는 등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본래 취지를 살리기 어려워졌다는 판단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 부대변인은 이어 “국민과의 소통을 저해하는 장애물이 될 거라는 우려마저 나온다”며 “근본적인 검토를 통해 국민과의 더 나은 소통을 위해 오늘부로 중단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이 언급한 ‘불미스러운 일’은 지난 18일 출근길 문답이다. 당시 윤 대통령은 MBC 전용기 탑승 불허 조치를 “동맹 관계를 가짜뉴스로 이간질하려는 악의적 행태 때문”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자리를 뜰 때 MBC 기자가 “무엇이 악의적이었느냐”고 큰소리로 묻자 이기정 홍보기획비서관이 ‘예의가 아니다’라고 지적하며 언쟁이 벌어졌다.

대통령실은 MBC 기자의 행위를 “용납할 수 없는 수준”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들어가는 분에게 ‘뭐가 악의적인가’라고 하는 건 예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도 “들어가는 대통령의 등에 대고 고성에 가깝게 소리를 지르며 같은 얘기를 반복한 것이 정당한 취재 활동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대통령실이 문제 삼는 것은 결국 ‘태도’ 문제로 요약된다. 개별 기자 취재 태도에 대한 대통령실 판단을 기준 삼아 출근길 문답의 전면 중단을 택했다. 윤 대통령 소통 의지의 상징이었던 출근길 문답을 중단하는 극단적 조치를 한 셈이다. 그간 윤 대통령은 출근길 문답을 대통령실 용산 이전과 함께 제왕적 대통령제를 탈피하고 소통폭을 넓힌 대표적 변화로 강조해 왔다. 이번 사안의 구체적인 시발점은 동남아 순방 당시 전용기에 MBC 소속 취재진의 탑승을 불허한 조치다. 지난 9월 미국 순방 때의 ‘비속어’ 논란 보도를 문제 삼아 출국 이틀 전 전격 불허 조치하면서 언론자유 침해 비판을 받았다. 대통령실이 언론에 이의를 제기하는 제도적 방법 대신 자의적으로 내릴 수 있는 극단적 조치를 반복하면서 언론관 논란은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민을 계속 불편하게 만드는 도어스테핑을 유지할 이유가 없다”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해당 기자 출입 정지 등 후속 조치도 검토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전날 출입기자 간사단에 “대통령실은 해당 회사 기자에 상응 조치를 검토 중”이라며 기자단 의견을 요청했다.

출입기자단 “품위 손상 여부, 우리가 판단할 영역 아니며 징계 논할 근거도 없어”

상응 조치로 MBC 소속 해당 기자에 대한 출입기자 등록 취소, 기자실 출입정지, 기자 교체 등을 들었다. 이에 대해 출입기자단은 “품위 손상 여부 등은 간사단이 판단할 영역이 아니며 징계를 논의 할 수 있는 근거 규정 자체가 없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자체적인 후속 조치 논의는 진행 중이다. 핵심 관계자는 “해당 기자와 어떻게 앞으로 같이하겠나”라며 출입정지나 교체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다만 대통령실 관계자는 “근본 대책에 대해 구체적인 고민을 해 나가겠다”며 “특정한 것을 염두에 두고 논의를 진행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김영태 대통령실 대외협력비서관(옛 국민소통관장)은 이날 사의를 표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김 비서관이 지난 금요일 있었던 불미스러운 사고에 대해 도어스테핑 및 그 공간을 책임지는 관리자로서 도의적 책임을 느낀다며 오늘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유정인·심진용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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