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차·음식 먹으면 '고약한' 식도암 2.28배 증가
식도(食道)는 말 그대로 음식이 지나는 길이다. 사람을 살리고 생명이 지나는 길이다. 입에서부터 위까지 이어진 가느다란 관에도 암이 생긴다. 식도 안쪽 점막층이 여러 자극을 되풀이하며 받다 보면 어느 순간 상피세포가 암으로 변한다. 식도암이다.
식도암은 흔한 암은 아니다. 국내 연간 신규 환자가 2,800여 명 수준이라고 알려져 있다. 보건복지부가 가장 최근 발표한 2019년도 암등록통계를 보면 국내 신규 암환자는 25만여 명 정도이니 전체 암 환자의 1% 수준이다.
그러나 치료가 까다로워 5년 생존율이 절반도 되지 않는다(40.9%). 특히 수술 경험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암인데 환자가 적다 보니 우리나라에서는 한 해 600건 정도만 수술이 이뤄진다. 그만큼 실력 있는 식도암 수술 의사를 찾기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서울병원 식도암팀은 최근 국내 최초로 식도암 수술 4,000건을 달성했다. 지난 1994년 병원 개원 이후 28년 만에 거둔 기념비적 성과다. 국내 식도암 수술 환자 3명 중 1명은 삼성서울병원에서 식도암 수술을 받고 있는 셈이다.
국내 식도암 수술을 개척한 살아 있는 역사이자 증인인 심영목 삼성서울병원 폐식도외과 교수를 만났다. 심 교수는 “식도암은 치료가 어렵다는 말은 일반적으로 맞지만 어떤 팀을 만나느냐에 따라 결과는 천양지차”라며 “삼성서울병원에서 이뤄진 식도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70%를 넘겼다”고 했다.
-식도암에 걸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국내에서는 식도암 중에서도 편평상피세포암이 90% 정도를 차지한다. 식도 상부와 중부에서 흔히 발견된다. 서양은 비만으로 인해 위식도 역류 환자가 많아 식도 하부에서 발생할 때가 많다. 국내 환자 대다수를 차지하는 식도암은 술과 담배가 주원인이다. 역학 연구에 따르면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암 발생률이 4.5배 증가한다. 술을 즐기는 사람도 금주하는 사람보다 암 발생률이 2~3배 높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서 차이가 나는 건 식습관도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연구에 따르면 뜨거운 차나 음식을 먹으면 식도암 발생률이 2.28배 증가한다는 보고도 있었다. 뜨거운 국물이 빠지지 않고 밥상에 오르는 우리네 식탁 풍경을 보면 자연스럽게 이해되는 대목이다.”
-그러면 식도암은 어떻게 치료하나.
“식도암은 ‘소리 없이’ 자라는 무서운 암의 대표 주자다. 증상이 발생했을 땐 이미 병이 상당히 진행됐을 때라 치료 시기를 놓칠 때가 많다. 게다가 다른 위장관과 달리 식도는 ‘장막층’이 없고 주변 림프절 발달이 풍부한데다 가슴 속 주요 장기들과 인접해 있어 식도암을 발견했을 때는 이미 진행된 경우가 많다.
점막층에만 국한된 초기 식도암은 치료적 내시경 시술로 식도를 절제하지 않고도 비교적 수월하게 치료할 수 있다. 반면 병변이 점막층보다 깊으면 수술을 우선적으로 하며 식도를 대부분 절제해야 한다. 주변 림프절 전이가 빈번한데 이때 다른 장기에 전이되지 않았다면 수술과 함께 항암ㆍ방사선 치료를 고려해야 하지만 만만치 않다.
게다가 식도암 치료 근간인 수술적 절제를 하면 식도가 사실상 제거되므로 위장이나 대장으로 새로운 식도를 만들어 줘야 한다. 흉부와 복부, 필요에 따라 경부까지 절개하므로 수술 시간이 길고 수술 후 회복도 쉽지 않다. 안전하고 원활한 회복을 위해 세밀하고 전문적인 접근과 노력이 필요하다.”
-요즘은 로봇이나 내시경, 흉강경으로 식도암을 치료한다는데.
“식도암 초기 환자에게는 수술 대신 식도를 보존할 수 있는 대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점막층에 국한된 1기 식도암은 치료적 내시경 시술을 적극적으로 적용함으로써 식도절제술을 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치료적 내시경 결과 점막하층 침윤이 확인되면 추가 치료로 우선 수술을 권유하는데 이때 식도를 절제할 수밖에 없다.
반면 굳이 수술을 시행하지 않고 항암 방사선 치료만 해도 수술에 필적한 치료 성과를 보인다는 보고도 있어 식도를 제거하지 않고 살려서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도 찾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전국 9개 식도암 치료 전문 병원을 아우르는 국가 단위 다기관 임상 연구(책임 연구자 김홍관 교수)를 삼성서울병원이 주도하고 있다. 또 어려운 수술을 잘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수술 자체 침습도를 최소화해 환자 회복을 수월하게 만들려는 노력도 하고 있다.
일례로 박성용 교수는 세계 최초로 싱글포트 로봇 식도절제술을 시행한 경험이 있다. 뿐만 아니라 식도암팀 모두 초기 식도암은 대부분 로봇 혹은 흉강경 수술을 적용할 수 있고, 진행된 식도암도 수술 전 항암 방사선 치료 후 로봇 수술을 적극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식도암 치료 후 관리는 어떻게 하나.
“암 치료 성적이 개선되면서 암 생존자의 삶의 질에 대한 고민도 커지고 있다. 식도암도 예외가 아니다. 식도암 수술의 목표는 정상적인 식사를 하도록 하는 데 있다. 하지만 원래 가지고 있던 소화기관을 제거하고, 위ㆍ대장ㆍ소장 등의 다른 장기로 재건하므로 이전과 완전히 똑같을 순 없다.
연구에 따르면 수술 환자의 90%가량이 먹는데 불편함을 호소한다고 한다. 진료실에서도 음식을 많이 먹으면 가슴 안에서 쌓이는 느낌이 든다고 이야기한다. 그때마다 불편이 느껴지면 음식 섭취를 중단하고, 중력에 의해서 내려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먹도록 권한다. 의학적으로 문제되는 경우는 아니지만 어쨌든 환자들이 불편을 느끼는 건 사실이다.
삼성서울병원에서 수술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영양 교육 및 신체 활동 프로그램을 운영해 수술 후에도 최대한 정상적인 식이와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도 그래서다. 현재 삼성서울병원 환자 삶의 질 연구소장을 맡고 있는데, 식도암 수술을 받는 환자의 신체 기능 및 영양 상태, 삶의 질에 대해 광범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삼성서울병원 치료시스템은 어떻게 다른가.
“식도암이라는 진단도 받아들이기 힘든데, 완치 가능성을 가장 높일 수 있는 수술의 과정이 이렇게 힘드니 환자에겐 이삼중의 고통이다. 성공적인 수술과 회복을 위해 수술을 집도하는 외과의의 풍부한 경험은 물론 전문적인 의료진으로 구성된 시스템이 뒷받침돼야 한다.
삼성서울병원은 식도암을 직접 진료하는 폐식도외과를 비롯해 소화기내과, 혈액종양내과, 방사선종양학과, 중환자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등 의료진의 유기적인 다학제 시스템을 갖췄다.
특히 국내에서 유일하게 폐식도암 수술 환자 전담 중환자실을 운영하고, 중환자 담당 흉부외과 교수가 수술 후 환자 상태를 밀착해 살피고 관리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덕분에 기술 난이도가 매우 높아 일반적인 수준에선 엄두를 낼 수 없는 식도암의 경부 식도 소장이식술은 개원 이래 누적 158건에 달해 이 역시 국내 최다 건수다. 삼성서울병원이 식도암 치료에 있어서 일종의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한다는 방증이다.
최근 5년간 삼성서울병원에서 수술 받은 환자들의 30일 이내 사망률은 0.17%에 불과하다. 심평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식도암 수술 후 사망률은 4.7%이고, 미국과 일본 역시 3%대라는 것을 감안하면 큰 차이다.
5년 상대 생존율 역시 매우 높다. 1994년부터 2017년까지 수술 받은 3,000명의 생존 결과를 분석했더니 근치적 절제 수술을 받은 경우 5년 상대 생존율이 70.2%에 달했다. 5년까지 생존한 환자들의 이후 생존율은 86.4%으로 보고됐다. 수술 시간은 평균 4시간30분, 재원 일수는 평균 16일로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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