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12년 전 포격 그날…'지금'이 가장 두려운 연평도
이틀 뒤 23일은 대부분의 주민이 꽃게잡이를 생계수단으로 하는 연평도에 북한의 장사정포 170여 발이 떨어진 지 12년째 되는 날입니다. 당시 네 명이 숨지고 열 명 넘게 다쳤었죠. 주민들은 최근 북한의 도발이 이어지자 그날의 공포가 되살아나고 있다며 2010년 포격 이후 올해가 가장 불안하다고 말합니다.
밀착카메라 이상엽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작은 항구에 배들이 줄지어 있습니다.
서해 북방한계선 근처로 출항을 앞둔 꽃게잡이 배들입니다.
불이 하나둘 켜지고 어민들이 그물을 들여다봅니다.
하지만 얼굴에 근심이 가득합니다.
날씨보다 예측이 어려운 북한의 도발 때문입니다.
[홍용만/인천 연평도 어민 : (어업) 지도선에서 철수하라고. 북한 포문 열렸다고 도발 징후가 있으니까 철수하라고.]
[박태원/인천 연평도 어민 : 어민들은 포격인지 몰랐죠. 조업에 열중하다 보니까. 조업 중에는 엔진 소리라든가, 현장 소음 때문에.]
올 가을 연평도 꽃게 어획량이 지난해보다 절반쯤 줄었습니다.
[박태원/인천 연평도 어민 : 제한된 시간의 삶 속에서 67년이라는 긴 세월을 살고 있는데. 이제 그만하고 어민들도 자유롭게 조업할 수 있는 시간이 빨리 왔으면…]
날이 밝자, 좁은 골목 안으로 낡고 부서진 집들이 보입니다.
2010년 11월 23일 북한의 장사정포가 떨어진 곳입니다.
[이홍현/인천 연평도 주민 : {어머니가 사셨던 집이 지금 안보교육장으로 돼 있는데…} 그쪽으로 안 지나다니잖아요. {한 번도 안 보셨어요?} 안 가봤어요. 가기가 싫어요. 가슴이 벌렁벌렁 뛰어서 못 갔어요.]
주민들은 아직도 그날을 잊지 못합니다.
[차재근/인천 연평도 주민 : 온 동네 사방에 포탄이 막 떨어졌으니까. 전쟁이 그런 게 진짜 전쟁이라. 포 소리 나면 자꾸 바깥을 쳐다봐요. 보따리 싸놓고 꽃게를 따고 그래요.]
[인천 연평도 주민 : 요란했어요. 진동을 느낄 정도니까. 영화에 나오는 식으로, 아주 그냥 연거푸 (포탄이) 떨어졌어.]
북한이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쏘고 있지만 직접 경험한 주민들의 트라우마가 큽니다.
2010년 이후 올해가 가장 불안하다고 합니다.
[김영석/인천 연평도 주민 : 연평도 포격 사건 겪었을 때처럼 진짜 육지로 대피해야 하지 않나… (국방부에서) 걱정하지 말라고 하는데 그걸 믿고서 살아야죠.]
[장운길/인천 연평도 주민 : 포 소리를 그렇게 듣는 건 처음이지. (2010년) 포격 이후로 처음이지. 우리 주민들은 놀랄 수밖에…(정부를) 믿고 있어야지. 어떻게 할 도리가 없잖아.]
[박태원/인천 연평도 어민 : 9·19 남북군사합의라든가, 이런 걸 통해서 잘되리라 생각했는데. 각자 자리에서 남과 북이 불편함 없이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인 거죠.]
맨눈으로도 북한이 보이는 섬. 이곳 연평도 주민들은 긴장감조차 일상이 돼버렸다고 말합니다.
북한의 도발에 우리 정부를 믿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는 호소가 더 간절하게 느껴집니다.
(VJ : 김대현·최효일 / 인턴기자 : 고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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