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부마항쟁기념식에 "노래 빼라"…행안부발 '검열 그림자'
그런가 하면 행정안전부가 개입하면서 민주화운동 기념식의 성격이 바뀌었단 의혹도 저희 JTBC가 단독으로 취재했습니다. 부마항쟁기념재단이 기획해놓은 기념식의 방향이 갑자기 바뀌면서 예정됐던 가수 출연도 무산된 건데요. 재단 측에서는 "행안부가 무색무취한 기념식을 원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먼저 조소희 기자입니다.
[기자]
[마녀가 나타났다. 폭도가 나타났다. 늑대가 나타났다.]
지난해 8월 발표된 곡으로 가수 이랑이 만들고 불렀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는 한국대중음악상도 받았습니다.
[배고픈 사람들은 들판의 콩을 주워, 다 먹어 치우고 부자들의 곡물 창고를 습격했다. 늑대가 나타났다.]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은 올해 기념식에서 이 곡을 꼭 불러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런데 공연을 3주가량 앞둔 9월 말, 행정안전부가 재단 측에 "해당 노래를 빼달라"고 요청한 정황이 나왔습니다.
[강상우/감독 : 이제 이거를 빼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됐다… 그 지시를 수행하지 않으면 재단의 존립이 위험하다는 말씀을 하셨으니까.]
행정안전부 담당자가 반대하는 데다, 재단은 행안부에서 예산을 받는 입장이라 거부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 관계자 : 행안부에서 원하는 것은 별 탈 없기를 바라는 무색무취의 그런 기념식을 원해서…]
가수 이랑에겐 대신 '상록수'를 불러주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요청했습니다.
[이랑/가수 : '(저는) 그런 가수가 아닙니다'라고 답변하면서 같이 활동하는 밴드들한테도 무례하고 이 얘기는 아예 전달하고 싶지도 않아서…]
결국 감독과 가수가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자 재단은 이들을 대신할 다른 가수와 감독을 뽑아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이에 대해 행안부는 "미래 지향적인 밝은 느낌의 기념식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을 뿐, 검열은 없었다"고 답했습니다.
(영상디자인 : 조영익·이창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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