푹신한 잔디·시원한 경기장 … 벤투호, 이 느낌을 기억하라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
韓대표팀 45분간 현장점검
황인범·백승호 등 엄지척
손흥민은 벤투 감독과 면담
정몽규 회장도 선수단 격려
21일 오전 11시(현지시간) 햇빛이 들어오는 카타르 도하 인근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 잔디는 적당한 양의 물을 머금은 채 싱그러운 초록빛을 자랑하고 있었다. 결전의 날을 앞두고 잔디를 직접 밟아본 선수들도 연신 만족감이 드러나는 웃음을 지어 보였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이날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을 방문해 면밀히 잔디 상태를 점검하면서 답사에 나섰다.
축구에서 잔디 상태를 파악하고 그에 적응하는 행위가 경기력과 직결된다는 것은 상식이고, 보통은 월드컵 경기를 치르게 되는 경기장에서 경기 전날 적응 훈련을 하는 것도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훈련 대신 45분 동안 실사를 하는 것만이 가능하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기존 월드컵에서는 12개 경기장을 운영하는데 카타르 대회는 8개 경기장만 운영하고 있기에 사전 훈련이 불가능하다"면서 "잔디 관리를 위해 각 팀은 한 번씩 45분 동안 경기장 상태를 살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벤투호는 이번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월드컵에서 조별예선 3경기를 모두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 한 곳에서 치르게 된 만큼 첫 경기를 앞두고 잔디를 볼 기회가 단 한 번뿐인 셈이다. 그러니 경기장의 잔디 상태를 면밀히 체크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번 월드컵에서 조별예선 3경기를 모두 한 경기장에서만 소화하는 팀은 한국과 웨일스, 호주까지 세 나라뿐이기에 사실상 홈 경기장을 직접 방문하고 미리 적응하는 훈련을 진행한 셈이다.
선수들이 들어오기 전 미리 확인한 잔디 상태는 흠잡을 것이 없었다. 잔디의 길이는 균일했고 밀도나 색깔 등 여러 측면에서 월드컵을 치르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경기장 관계자들은 아침부터 부산스럽게 자신의 일터에 들어온 취재진이 조금이라도 잔디를 밟거나 만지면 곧바로 제지하는 등 잔디 관리에 만전을 기울이는 모습이었다. 규모는 4만석으로 전주나 대전 월드컵경기장과 비슷했다. 월드컵 경기장치고는 작은 편이었지만 새로 지은 경기장답게 각종 시설이 최첨단으로 갖춰졌고 관중석에서 시야각도 좋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어 운동화와 간편한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 들어선 선수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잔디를 직접 걸어보면서 결전의 장소를 확인했다. 마스크를 벗은 채 등장한 주장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은 잠시 신발을 벗고 양말만 신은 발로 잔디결을 건드려 보았고, 지난 두 번의 월드컵에서 부상으로 낙마한 적이 있는 김진수(전북 현대)는 의지를 다지듯 조용히 경기장을 크게 돌며 걸었다. 미드필더 권창훈(김천 상무)은 아예 잔디에 앉아서 손으로 잔디를 쓸어보는 모습까지 보였다. 반대로 이미 카타르 경기장에 익숙한 정우영(알사드) 등은 한결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30분 정도 잔디를 경험한 선수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벤투호의 핵심 미드필더 황인범(올림피아코스)은 "잔디 상태는 엄청 좋다. 알에글라 훈련장이 약간 딱딱한 편인데 그곳보다 푹신한 느낌이 든다"면서 "직접 훈련을 못 해보는 게 아쉽지만 와서 밟아보는 것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또 다른 미드필더 백승호(전북 현대) 역시 "앞서 이곳에서 경기하는 팀들이 어떻게 경기를 하느냐에 따라 변할 수는 있겠지만 지금 상태로는 잔디가 너무 좋다"고 밝혔다.
잔디 외에 카타르 축구경기장만의 명물이라 할 수 있는 에어컨에 대한 반응도 좋았다.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 또한 그라운드 옆에 수십 개의 바람 노즐이 설치돼 있었다. 김문환(전북 현대)이 "에어컨 바람이 오는 것 같다. 시원하다"고 밝히자 백승호도 "가만히 있으니까 시원함이 느껴진다"며 동의했다.
잔디를 살피는 동안에도 대표팀 선수들은 끊임없이 대화하며 생각을 나눴다. 다른 선수들과 특별한 대화를 나누지 않고 있던 벤투 감독은 손흥민을 불러 세워 3~4분 이야기를 했다. 이 자리에는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도 직접 모습을 드러내 기자들의 시선을 받았다. 정장 차림으로 경기장에 들어선 정 회장은 함께 서 있던 조규성(전북 현대)과 황의조(올림피아코스) 두 공격수와 대화하며 격려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카타르/이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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