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받는 ‘문화누리카드’…오죽하면 소진 이벤트까지
[KBS 대전] [앵커]
취약 계층의 여가 생활을 지원하기 위해 영화나 스포츠 관람, 여행 등에 정부 지원금을 쓸 수 있는 '문화누리카드'가 도입된 지 10년 가까이 돼 갑니다.
그동안 지원금도 꾸준히 늘어 한 사람당 11만 원까지 지원되지만 정작 이용률이 떨어져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홍정표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10대 아들 두 명을 키우고 있는 한부모 김 모 씨.
가족 한 명당 11만 원씩, 올해 33만 원을 문화누리 카드로 쓸 수 있지만, 지금까지 사용한 금액은 5만 원이 채 되지 않습니다.
주변에 마땅히 쓸 수 있는 가맹점이 없는 데다 이용할 때마다 불편을 겪기 때문입니다.
[김 모 씨/문화누리카드 이용자 : "(문화누리카드를) 쓰고 싶어서 가맹점을 찾아가 써도 안 되는 곳도 허다하고 '그게 뭐예요?' 하는 데도 많고, 그럼 결론은 쓸 수가 없는 거예요."]
올해 대전에서 사용 가능한 문화누리카드는 6만 9천여 장.
하지만 이용률은 60%가 채 안 됩니다.
전국 평균 이용률도 58% 선으로 한 사람당 4만 4천 원가량은 못 쓰고 있는 셈입니다.
이렇게 이용률이 저조하자, 잔액을 다 쓸 경우 상품권을 주는 이벤트까지 진행하고 있습니다.
올해 말까지 사용하지 않는 지원금은 모두 국고로 자동 반납됩니다.
지난해에도 전국적으로 141억 원, 전체 사업비의 10%가량이 사용되지 않고 반납됐습니다.
지원금을 유인책 삼아 문화 향유 기회를 늘리겠다는 취지가 무색해졌지만 뾰족한 개선책도 없습니다.
주관기관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지원금이 바우처 형태로 지급되다 보니 추가 비용 부담에 잔액을 남기는 경우가 많아 현실적으로 불용액 발생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입니다.
도입 목적에 걸맞게 양질의 사용처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억지로 이용률을 높여야 하는 문화누리 카드의 엇박자는 계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KBS 뉴스 홍정표입니다.
촬영기자:신유상
홍정표 기자 (real-eye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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