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를 진심으로 대하면 신사가 된다” 아마추어 최강 김양권 골프 예찬론
“골프를 진심으로 대하면 신사가 된다.”
한국미드아마추어골프연맹(KMAGF) 김양권 회장(63)이 임기 첫해를 마친 소감이다. 김 회장은 서울 서초구 연맹 사무실에서 “올해 처음 여성 공식 대회를 성황리에 개최했고 2부 투어 격인 그린투어도 10개 대회를 무사히 치렀다”며 “모든 선수가 규정을 잘 지키고 매너도 좋았다”고 자평했다.
올해 KMAGF 투어는 1부 격인 결선대회가 8개가 열렸고 1060명이 참가했다. 예선 대회인 그린투어는 10개 대회가 진행됐고 총 참가 인원은 1348명이다. KMAGF는 아마추어 골퍼를 위해 2010년 창립됐다. 회원은 약 1만 명이다. 그중 1000명 정도는 1년 회비를 내고 결선대회, 그린투어에 출전한다.
김 회장은 전국 아마추어대회에서 20승 이상을 거뒀다. 60세인 2019년 미드아마 랭킹 1위 자격으로 매경 오픈에, 미드아마선수권 우승자 자격으로 한국오픈에 출전했다. 1990년 골프 입문 1년 만에 ‘싱글이 됐고 1년 500번 이상 라운드를 5,6년 하는 등 한국에서 라운드를 가장 많이 한 골퍼 중 한 명이다.
-회장으로 올해 KMAGF 시즌을 치르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올해 처음으로 여성 공식 대회를 단독으로 치렀다. 사람들이 많이 참여했고 모두 너무 기뻐했다. 그린투어도 다 개최했다. 선수, 골프장, 연맹 직원에 감사한다.”
-과거 KMAGF 투어 선수들은 에티켓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들었다.
“역대 회장들부터 그런 비판을 없애기 위해 노력했다. 스코어를 속인 선수들에게 3년 출전금지, 영구 제명 등 강한 징계를 내렸다. 지역 골프협회에도 이를 알렸다. 지금은 규정 위반 등으로 징계를 받는 선수는 거의 없다.”
-골프는 어떤 운동이라고 정의하나.
“배려, 겸손, 절제가 핵심 가치다. 골프를 진정으로 대하면 신사가 된다. 18홀을 돌면 삶의 자취가 남겨진다. 순간 유혹에 넘어가 볼을 옮기거나 규정을 위반하면 불편한 마음이 그대로 남아 얼마 후 몇 배로 잃는다.”
-골프는 삶의 자취를 남긴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10명 중 9명은 마커를 공 밑으로 찔러넣는다. 공을 다시 놓을 때 홀컵 쪽으로 조금씩 옮겨 놓는다. 벙커에 빠진 공을 옮기거나 모래에 클럽을 대고 치는 경우도 있다. 나는 라운드를 많이 해봤다. 벙커에 들어간 공 상태만 보면 나오는 볼이 그려진다. 볼이 예상 외로 나오면 뭔가 속임수가 있는 것이다.”
-선수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무엇인가.
“멋진 골프를 치라고 한다. 어려운 곳에 놓인 공을 그림 같이 쳐 박수를 받으려는 자세 말이다. 나부터 골프 정신에 입각해 플레이하면 동반자도 따라 한다. 그러면 모두 신사가 되고 그런 사람들이 많이 나오면 사회에도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나는 ‘용사처럼 플레이하고 신사처럼 행동하라’는 격언을 가장 좋아한다.”
-요즘 골프장이 그린피를 너무 올렸다.
“왜 그린피라고 할까. 그린 상태에 따라 내는 비용이기 때문이다. 그린 상태가 엉망인데 그린피를 올리는 것은 골프 정신에 어긋난다. 지금은 골프 인구가 많지만 나중에는 감소할 것이다. 그때가 되면 그린이 엉망인데 높은 그린피를 받은 골프장은 외면받을 것이다.”
-골프장들이 돈을 벌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골프장 설계까지 변경하면서 돈을 버는 것은 잘못됐다. 벙커, 헤저드를 메우고 그린과 페어웨이를 줄이는 식으로 말이다. 코스에는 설계자 혼과 정신이 담겼다. 그걸 훼손하면 안 된다. 잭 니클라우스, 여주 나인브릿지, 우정힐스는 설계자 정신이 잘 보존돼 있다. 그곳에 가는 날이면 지금도 마음이 설렌다.”
-최고 아마추어 골퍼인데 레슨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는 전문 선수가 아니다. 프로와는 견줄 수 없다. 레슨은 프로 영역이다. TV 골프 프로그램에서 원포인트 레슨을 해달라지만 모두 거절했다. 나는 골프를 즐기는 아마추어일 뿐이다.”
-골프는 어렵다. 열심히 했는데 포기하고 싶다는 주말 골퍼들이 많다.
“열심히 했다고? 아니다. 열심히 안 한 거다. 벙커에 들어가서 하루 종일 있어 봤나. 퍼터를 3만 번 해봤나. 드라이버만 두 달 내내 쳐봤나. 1년에 500번 라운드해봤나. 나는 이렇게 해봤기에 자신 있게 말한다. 진짜 열심히 하면 누구나 잘 칠 수 있다.”
-골프가 사치 스포츠라는 인식이 있다.
“돈이 적잖게 들어가는 것은 맞다. 그런데 좋은 공기, 멋진 풍경, 좋은 동반자, 즐거운 대화, 많이 걷기, 좋은 음식, 운동 후 따뜻한 목욕, 모든 샷에서 느끼는 긴장감 등 얻을 수 있는 게 너무 많다. 나는 35년 정도 골프를 했지만 아픈 곳도 없다. 골프는 하늘이 내린 선물이다. 할 수 있을 때 많이 하라.”
-프로 선수에 대해 할 말이 있나.
“전혀 없다. 프로는 내가 도달하지 못한 영역이다. 내가 아마추어로서는 공을 잘 치지만 프로와 견준다면 모든 면에서 뒤진다. 내가 프로에 대해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요즘 TV 골프 예능 프로그램이 크게 늘었다.
“골프를 널리 알리는 것은 좋지만 골프 정신, 규정 등을 외면하고 재미만 추구하는 것은 잘못됐다. 세계 최고 골퍼 출신 스타들이 출연해 예능에 집중하는 것을 보면 속상하다. 그들은 우리가 동상까지 만들어 기억할 분들이다.”
-내년 투어 계획은 어떤가.
“1부, 2부 투어는 그대로 열린다. 핸디가 조금 높은 골퍼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그린투어 아래 신페리오 방식 대회, 부부대회 등을 계획하고 있다. 불우이웃돕기, 기부도 함께 하려 한다.”
-임기가 3년 남았다.
“내가 올 초 회장이 된 뒤 4년 중임제를 4년 단임제로 바꿨다. 3년 임기를 마치면 골퍼로 돌아가고 싶다. 많은 대회에 출전해 한국 최고령 우승 기록을 세우고 싶다. 운동량을 조금씩 늘리면서 준비하고 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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