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프트' 김혁규 "재능 없는 저도 성공…수험생들 끝까지 포기하지 마세요"

황대훈 기자, 박광주 기자 2022. 11. 21. 19:0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EBS 뉴스]

'중꺾마' "올해 우리 팀을 대변하는 말"

"제일 잘하고 열심히 하는 게임에서 정점 못 찍으면 뭘 하든 실패라 생각해 버텨"

"수험생들 포기하지 않으면 지금 실패 생각도 안 나는 좋은 순간 올 것"

26세 나이로, 세간의 의심을 떨치고 10년 만에 세계 정상에 오른 '데프트' 김혁규 선수(DRX)가 수험생들에게 끝까지 포기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꺾이지 않는 마음'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김혁규 선수는 21일 EBS 뉴스에 출연해 "저도 정말 재능 있는 사람들에 비하면 아무런 재능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저조차도 마침내 프로게이머로서 이루고 싶었던 것을 이뤘다"며 "수험생분들도 끝까지 포기 안 하고 계속한다면 지금 실패들은 생각도 안 날 정도로 좋은 순간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리그 오브 레전드'는 세계 1억 2천만 명의 팬을 거느린 게임으로, 아시안 게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e스포츠이기도 하다. '롤드컵'이란 별칭으로 불리는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은 매년 세계 최강팀을 가리는 대회다. 김혁규 선수는 지난 11월 6일 프로 데뷔 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이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김 선수는 오랜 도전 끝에 우승한 소감을 묻자 "항상 실패할 때마다 ‘너는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정말로 현실이 되니까 ‘아, 나 진짜 할 수 있네’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김 선수의 소속팀 DRX는 롤드컵 직전에 치른 국내 리그에서 6위에 그쳤다. 한 해 성적을 토대로 롤드컵 진출팀을 가리는 선발전에서는 마지막 순위인 4번 시드를 받아 턱걸이로 롤드컵에 진출했다. 우승권과는 거리가 먼 전력이라는 평가였다. 김 선수는 "외부 평가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쓰지 않는 성격이어서 저희 팀 경기력에만 최대한 신경 썼다"고 했다.

결국 세간의 평가에 집중하기보다 자신과 팀에 대한 믿음을 다진 김 선수와 DRX는 8강에서는 전 대회 우승 팀 EDG를, 4강에서는 1번 시드를 받은 GEN G를, 결승에서는 롤드컵 최다 우승자인 '페이커' 이상혁 선수가 버티고 있던 T1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는 김 선수의 일곱 번째 롤드컵 우승 도전이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1 e스포츠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1년을 기준으로 전체 e스포츠 선수 가운데 25세 이상은 13.2%에 불과하다. 올해 롤드컵이 김 선수의 마지막 도전, 이른바 '라스트 댄스'가 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 배경이다. 

심지어 김 선수의 포지션은 선수 수명이 가장 짧다고 알려진 '원딜' (원거리 공격수)이다. 김 선수 이전에 롤드컵 트로피를 들어 올린 최고령 원딜러는 21세였다. 결승전에서 나이 많은 원딜러를 보유한 팀은 우승하지 못한다는 징크스를 올해로 26세, 선수 인생 '황혼기'에 접어든 김 선수가 깨뜨린 것이다. 

"원하는 성적은 다 거뒀다"지만 은퇴하지 않고 내년에도 프로게이머 생활을 이어가기로 한 김 선수는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좀 더 제가 할 수 있는 플레이, 멋있는 플레이들을 많이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10년 동안 꿈을 포기하지 않고 달려온 김 선수는 "내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게 게임이고 살면서 이것보다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일을 찾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며 "그런 분야에서조차도 최고의 성적을 못 거두고 그만두면 앞으로 살아가면서 뭘 하든 실패할 거라고 생각해서 끝까지 하게 됐다"고 했다.

'꺾이지 않는 마음이 중요하다는 건가'라는 질문에는 "그 '꺾이지 않는 마음'이 올해의 저희 팀을 대변하는 말인 것 같다"고 했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표현은 김 선수를 대표하는 말 가운데 하나다. 김 선수는 "사실 제가 그렇게 정확한 워딩을 하지 않았는데 당시 인터뷰했던 기자님이 잘 말씀을 해주셨다"며 "가장 중요한 건 아직도 롤을 할 때 굉장히 재미있다. 졌던 팀들에게 다시 복수하는 과정들이 너무 재미있다"고 했다. 

학창 시절 지금보다 훨씬 내향적인 성격이었다는 김 선수는 "어렸을 때부터 게임을 굉장히 좋아했어서 이런 직업을 갖게 되면 행복하겠다고 막연히 생각했다"며 "고1 때 리그 오브 레전드가 출시됐는데, 상위 랭크에 올라가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프로팀들에서 제의가 와서 진지하게 이 직업을 생각해 봐야겠다 싶었다"고 했다. 부모님의 반대가 있었지만, "저는 이 직업을 안 하게 되면 평생 후회할 것 같다"고 설득해 겨우 프로게이머가 될 수 있었다.

김 선수는 프로게이머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마냥 그렇게 행복한 직업만은 아니라는 것을 정말 진심으로 아셔야 한다"며 "게임이 인생에서 가장 우선순위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럴 자신이 있는 친구들만 도전해 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학부모에게도 "자녀분들이 프로게이머에 대해 얘기를 했을 때 정말로 진지하게 재능이 있는 아이이면 너무 꽉 닫고 생각은 안 하셨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겼다.

'데프트' 김혁규 선수의 인터뷰 풀버전은 EBS 뉴스 홈페이지 (https://news.ebs.co.kr/ebsnews/) 및 유튜브 EBS 뉴스 채널 (https://www.youtube.com/@EBSNewsG) 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Copyright © EB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