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저를 성장시켜줬죠" 솔로 데뷔 25주년 양방언
신곡 담은 미니앨범과 LP 박스세트 발매도
“제 최고 앨범은 언제든 가장 최근 앨범입니다. 그 시기에 그 앨범을 위해 최선을 다해 열심히 만들었으니까요. 지난 25년간 계속 조금이라도 진화하고 진보하려 노력했습니다.”
팬데믹으로 뒤늦게 솔로 데뷔 25주년 기념 공연을 열게 된 재일교포 음악가 양방언(梁邦彦·62)은 지난 26년을 돌아보며 이렇게 말했다. 21일 서울 마포구 공연장 벨로주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솔로 데뷔 25주년을 맞았는데 코로나19 영향으로 기념 공연이 미뤄졌다”며 “덕분에 신곡도 완성할 수 있었고 좀 더 충전된 상태에서 공연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제주 출신 북한 국적 아버지와 신의주 출신 한국 국적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양방언은 1980년대 중반 의사에서 음악가로 전향해 퓨전 팝 그룹 샴바라 멤버로 활동했고 하마다 쇼고, 홍콩 밴드 비욘드의 프로듀서로 이름을 알리다 1996년 솔로 활동을 시작했다. 이날 신곡 ‘Steppin Out’ ‘Four-Leaf Diary’와 자신의 대표곡인 ‘Frontier’ ‘Echoes’를 새로 녹음한 버전의 음원으로 공개한 그는 내달 3, 4일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기념 공연 ‘양방언 네오 유토피아(NEO UTOPIA) 2022’를 연다. 공연에 맞춰 3장짜리 LP와 7인치 싱글을 담은 음반 박스세트도 발매한다.
팬데믹은 그에게 신곡의 영감을 주기도 했다. ‘Steppin Out’은 코로나19로 발이 묶인 답답함 속에서 “거리를 신나게 걸으며 오가는 사람과 손을 마주치는 날을 그리며” 만들었다. 음악 활동을 위해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7차례나 격리 생활을 했다는 그는 스스로를 ‘격리 전문가’라며 웃었다. 오래 기다린 만큼 이번 공연은 “사쿠라이 데츠오, 후루가와 노조미, 가와구치 센리 등 일본 최고의 연주자들과 현악, 관악, 전통악기 연주자까지 아우르는 대편성으로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록 밴드 국카스텐의 하현우도 게스트로 무대에 오른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공식 주제가로 쓰이기도 했던 ‘Frontier’는 태평소, 사물놀이 등 국악기와 오케스트라가 조화를 이루는 양방언의 대표곡이다. 미니앨범 ‘네오 유토피아’에 담긴 이 곡의 새 버전은 “원곡의 공기를 살리면서 장식적인 부분을 더욱 풍성하게” 편곡했다. ‘Echoes’는 2018년 녹음한 버전을 영국 애비로드 스튜디오에서 다시 리마스터링한 음원으로 담았다.
1996년 ‘The Gate of Dreams’로 데뷔한 양방언은 7개의 정규 앨범과 드라마 ‘상도’, 일본 애니메이션 ‘십이국기’, ‘엠마’, 영화 ‘천년학’, KBS 다큐멘터리 ‘차마고도’ 등을 비롯해 수십 편의 드라마·영화·다큐멘터리·게임 음악을 작곡했다. 국립극장 ‘여우락 페스티벌’ 음악감독과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개·폐회식 공동 음악감독을 맡기도 했다. 록과 재즈, 클래식, 뉴에이지, 국악 등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폭넓은 음악으로 국내는 물론 일본, 중화권에서도 인기가 높다.
양방언은 지난 25년의 솔로 활동을 돌아보며 “솔로 데뷔 3년 후인 1999년 한국에서 음악 활동을 시작할 수 있었다는 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면서 “(아버지의 국적을 버리고) 한국으로 국적을 바꾼 뒤 마음이 너무 편해졌고 내게 기회를 많이 준 한국이 저와 제 음악을 성장시켜줬다”고 술회했다.
그는 음악 활동을 하며 늘 새로운 것에 도전하며 많은 경험을 했고 그 결과 진화하고 진보한 음악을 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이번 공연을 통해 제가 조금이라도 앞으로 나아갔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아주 작은 것 하나라도 말이죠. 연습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100% 아래로 내려가거든요. 제가 진화했다는 것을 납득시킬 수 있다면 앞으로 30주년, 40주년, 50주년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겁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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