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도어스테핑 중단…"MBC 책임" vs "옹졸한 언론관"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직후 6개월 이상 이어왔던 도어스테핑, 즉 출근길 약식 회견을 전격 중단했습니다. 지난 주 MBC 기자와 대통령실 비서관이 고성이 오간 언쟁이 있었죠. 그 사건이 계기가 됐습니다. 국민의힘은 모두 MBC의 책임이라고 했고,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언론관을 문제 삼았습니다. 민주당 의원들의 '윤석열 퇴진 집회' 참석 역시 정치권 공방이 뜨거운 상황인데, 류정화 상황실장이 관련 이슈도 정리해봤습니다.
[기자]
[(3월 23일) : (취임하고 나서 기자들한테 돼지고기 김치찌개 끓여주신다고 하셨잖아요. 그 약속은?) 여기서 할까 여기서? 어? (좋아요~) 여기 요즘 끓일 수 있는 시설이 되려나 모르겠다.]
방금 보신 장면 약 8개월 전입니다. 기자실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던 대통령직 인수위 시절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소통 의지, 강해보이죠. 기자들과 사이도 좋아보입니다. 취임 직후부터는 도어스테핑, 즉 출근길 약식 기자회견으로 이런 분위기 이어갔는데요. 매일 기자들과, 즉 국민들과 현안에 대해 대화를 나누겠다는 취지였죠. 그런데 오늘(21일)부터 공식 중단됐습니다. 취임 195일 만입니다. 대통령실은 "최근 발생한 불미스러운 사태"를 원인으로 꼽았는데, 지난 주 MBC 기자와 대통령실 비서관과의 설전이 계기가 됐습니다.
[(지난 18일) : {MBC가 뭐를 악의적으로 했다는 거죠? 뭐가 악의적이에요?}]
[지금 공개석상에서 뭐가 악의적이라고 하는 거냐고요! {말씀하시는 게…} 저희가 뭘 조작했다는 거예요! {왜 몰라요 자기가 그래놓고.} 증거를 내봐요, 그러면!! 분석한 거 있다면서요! 증거를 내놓으라고요! 내놓지도 못하면서!!! {이야… 아직도 이렇게 듣네?} 아직도?? 그럼 뭐 지금 무슨 시대, 뭐 군사정권이에요? 여기가? 아직도라뇨! {군사정권? 왜 군사정권이라는 말이 나와요 예?!} 이렇게 독재적으로 하는게 어디 있어요?!]
윤 대통령이 출근길에 청사로 걸어오는 이 장면 이제는 익숙하시죠. 대기하고 있던 기자들과 눈을 맞추며 대화했었는데, 이제는 물리적으로 어려워졌습니다. 여기 대통령과 기자들 사이에 4m높이의 벽을 설치할 예정이라고 하는데, 지금은 나무 합판으로 된 가림막을 세워놓은 상태입니다. 기자들이 출입구로 드나드는 사람을 보지 못하게 돼 있는 상태인데, 윤 대통령은 오늘 청사에 도착해 곧장 집무실로 이동했다고 합니다. '출근길 약식 회견은 종종 '가볍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고 이따금 설화에 시달리기도 했었죠. 다만 윤 대통령은 도어스테핑이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이전한 이유라면서 애정을 보였는데, 결국은 '벽'으로 가로막은 셈입니다.
[취임 100일 공식 기자회견 (8월 17일) : 도어스테핑 때문에 지지가 떨어진다고 당장 그만두라는 분들이 많이 계셨습니다만은, 그거는 제가 용산으로 대통령실을 옮긴 가장 중요한 이유이고…]
대통령실과 MBC, 마치 전쟁을 벌이는 듯한 모습입니다. 국민의힘은 이번 사건의 모든 책임은 MBC에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다시 윤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 '바이든이냐 날리면이냐'를 소환하면서 MBC가 악의적이라고 했습니다.
[성일종/국민의힘 정책위의장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 : 괄호를 열어 가지고 미국 의회를 향해서 뭐 'XX'했다. 미국이라는 말을 넣었어요. 이거 가짜뉴스 아닌가요? 김건희 여사 대역을 쓴 것 같은 경우 악의적인 거 아닌가요? 대통령실에서 불편함을 표현한 건 맞아요. 그런데 그게 언제 언론을 탄압했다는 것이죠? 편의제공을 안 한 겁니다.]
대통령실 비서관과 고성으로 설전을 벌였던 MBC 기자의 자세까지 문제 삼았는데요. 당시 해당 기자가 팔짱을 끼고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는 겁니다. 김종혁 비대위원은 "기자는 깡패가 아니어야 하지 않나"고 썼는데요. 흔히 1호 기자라고 불리는 대통령실 출입기자가 '예의범절'을 지키지 못했단 지적입니다.
[김행/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 (CBS '김현정의 뉴스쇼') : 1호 기자는 특히 대통령이 직접 브리핑하시는 경우에는 예의범절을 갖추는 것을 가르쳐서 내보냅니다. 대통령 등 뒤에 대고 대통령 인터뷰 끝나고 등 뒤에 대고 소리를 지르는 기자, 이거는 상상할 수 없는 대통령실의 풍경입니다.]
야권에선 이런 지적 자체가 고리타분하다고 했는데요.
[박지원/전 국가정보원장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 : 옛날에는 청와대 기자들이 넥타이 다 매고 나왔어요. 저도 지금 넥타이 안 매고 나오잖아요. 요즘 세상이 다 그래진 거야. 지금 또 반바지 입고 회사 출근하는 세상인데 그런 걸 좀. 그게 뭐가 문제라고. '슬리퍼 신으면 (안) 된다' 말도 안 되는 얘기…좁쌀 같은 짓거리만 하니까 국민들이 화내죠.]
민주당은 '도어스테핑' 중단, 정면으로 비판했죠. MBC 기자를 대통령 전용기 탑승배제한 것부터 비판꺼리로 삼았습니다. 박용진 의원은 "미국 트럼프 대통령보다 옹졸한 언론관"이라고 했습니다. 특정 언론사를 지목해 '가짜뉴스'라고 한 점을 지적하면서, '왕따시키려고 했다'고 표현했습니다.
[짐 아코스타/CNN 기자 (현지시간 2017년 1월 11일) : {조용히 해. 무례하게 굴지 마!} 당선인, 우리 회사를 욕만 하고 질문 기회를 안 주는 겁니까? {당신에겐 질문 기회 안 줄 거야. 가짜뉴스야!}]
[박용진/더불어민주당 의원 (SBS '김태현의 정치쇼') : 마음에 안 들면 비행기도 안 태우고 왕따시키려고 하고, 또 친한 사람은 따로 불러서 보고. 이런 식으로 옛날 군사정권 시대 때나 있었던 언론 길들이기는 방식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트럼프보다도 더 옹졸한 언론관을 가지고 있는 대통령이다,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보고요.]
그런데 MBC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윤 대통령에 대해선 여권에서도 비판이 나왔습니다. 'MBC 배제는 헌법수호 책임의 일환이었다'고 한 발언을 문제 삼은 겁니다. 이언주 전 의원은 "보수세력 내부의 MBC에 대한 불만이 이해 안 가는 건 아니지만 대통령의 공적권력은 그렇게 자의적으로 행사할 수 없는 것"이라고 했고요. 유승민 전 의원은 MBC의 보도가 '헌법 위배'라면, 전용기 탑승배제 정도는 너무 가벼운 벌 아니냐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유승민/전 의원 (음성대역) : MBC 보도가 '국가안보와 국민의안전보장을 해치는 반국가활동이라면 국가보안법 위반 아닙니까' 말실수는 깨끗하게 사과하고 지나가면 됐을 일입니다. 왜 자꾸 논란을 키워가는 건지 안타깝습니다.]
유 전 의원은 도어스테핑 중단에 대해서도 "국민과의 소통이 사라질까봐 우려된다"고 했지만요. 잘했다는 평가를 내놓은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여야의 오래된 정치인들인데, 박지원 전 국정원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의 말 직접 들어보시죠.
[박지원/전 국가정보원장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 : 용산으로 옮기면서 완전무결하게 대비하고 옮겼어야 되는 거예요. 멀쩡한 청와대 두고 거기로 옮겨 가지고 그냥 기분 들떠서 도어스테핑 신선하게 한다? 전 세계 어떤 대통령도 어떤 내각제의 총리도 출퇴근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홍준표/대구시장 (음성대역) : 파이널 디시즌을 하는 대통령이 매일같이 결론을 미리 발표하는 것은 적절치 못했지요. 국민과 가까워지려는 대통령의 뜻은 모르는 바가 아니지만 그래도 매일매일 마음 졸이며 바라보는 사람들도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 중단, 정회원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야권인 민주당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수위는 한층 더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난 주말, 윤 대통령의 '퇴진' 촉구 촛불집회엔 민주당 의원 6명이 참석했습니다. 윤 대통령의 '퇴진' 구호를 외쳤습니다.
[안민석/더불어민주당 의원 (유튜브 '팩트TV NEWS' / 지난 19일) : 윤석열 정권은 MB정권보다 사악하고, 박근혜 정권보다 무능하다, 맞습니까? 그러면 168석을 가진 민주당은 선명한 야당으로, 강력한 야당으로 윤석열 정권과 맞서야 한다, 맞습니까!]
[유정주/더불어민주당 의원 (유튜브 '팩트TV NEWS' / 지난 19일) : 윤석열차는 제가 보기에 고장 났습니다. 브레이크가 말을 듣지 않습니다. 얼마든지 칼을 휘두를 수 있는 윤석열차에서 그들은 멈추지 않고 내려오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합니까, 여러분! 고장 난 열차는 폐기해야 합니다.]
국민의힘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대선 불복"이라고 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도대체 무슨 잘못을 했느냐. 취임 6개월 된 대통령에게 탄핵·퇴진이 말이 되느냐."고 했는데요. 특히 안민석·유정주 의원이 집회에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검찰 수사를 비판하며 '인간사냥'이라고 한 점을 들어서, 집회 참여 역시 '이재명 살리기'의 일환이라고 했습니다. '비이성적 스톡홀름 증후군'에서 벗어나라고도 했는데, 국민의힘의 비판도 거칠었습니다. '주술행위', '국가전복기도'라고 표현했습니다. 한 번 보시죠.
[장동혁/국민의힘 원내대변인 (어제) : 이재명 대표의 행동대장 7명이 참석함으로써 이제 주말 퇴진 집회는 더불어민주당의 공식행사가 되었습니다. 집회에 나온 의원들은 쓰레기통에 담기도 어려운 더러운 말들을 쏟아냈습니다. 반헌법적, 반민주적이라 표현하기에도 적절치 않은 주술행위에 불과했습니다.]
[김행/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 (CBS '김현정의 뉴스쇼') : 저는 국가 전복 기도라고 볼 수밖에 없어요. 이건 대선 불복의 차원을 넘었다고 봐요. 반국가세력이라고까지 할 수 있는 촛불집회, 그중에 상당한 구호들이 반국가적 표어들이 있어요. 대한민국 국회의원의 위상이 저 정도로 떨어졌을까라는 저는 정말 아쉬움이 들고요.]
민주당 지도부 차원에선 지난 집회에 대한 언급 특별히 없었는데요. 당내에선 국회의원 개인이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참여한 거라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당 지도부 차원의 참여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박용진/더불어민주당 의원 (SBS '김태현의 정치쇼') : 대통령 퇴진하라는 얘기는 대한민국에서 1년 내내, 지난 5년 동안도 1년 내내 있었던 얘기니까 그걸 가지고서 무슨 새롭게 바라볼 문제 아니라고 보고요. 당 차원에서 '지금 이 집회에 결합하지 말자' 그렇게 논의한 적도 없는 걸로 기억을 하고요.]
민주당 내에서도, 집회 참여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왔는데요. 조응천 의원은 국회의원들이 직접 집회에 참석한 걸 비판하면서, 정치의 역할은 광장의 분노를 의사당으로 가져와서 용광로처럼 녹여내는 것인데, 의사당의 분노를 광장으로 가져가는 의원들이 있다"고 했습니다.
[조응천/더불어민주당 의원 (BBS '전영신의 아침저널') : 의사당의 갈등을 광장으로 분출하는 것, 그건 잘못된 거다. 설익은 탄핵이나 퇴진 주장, 이거 자꾸 하다 보면 민주당의 다른 주장까지도 정당성을 잃게 할 것이다.]
다정회 시작 직전에, 대통령실 김영태 대외협력 비서관이 자진 사퇴의사를 밝혔다는 소식이 들어왔는데요. 김 비서관은 대통령실 출입기자들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데, 지난 금요일, 대통령실과 MBC 기자 간의 충돌이 있었던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 발제 이렇게 정리합니다. < 도어스테핑 전격 중단…"정권 퇴진 집회 참석은 '국가 전복 기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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