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공개된 윤석열 정부 ‘담대한 구상’ 문서 뜯어보니
김태효 “북 핵·미사일 징후 확실 탐지 때 사전조처 준비해야”
윤석열 정부가 21일 대북 정책인 ‘담대한 구상’의 구체적인 내용을 공식화된 문서로 처음 발표했다. 북한과 비핵화 협상 초기에 ‘일괄타결’을 하고, 비핵화 진전에 맞춰 경제·정치·군사 분야에서 동시적·단계적으로 상응 조처를 한다는 내용이다.
통일부는 이날 이런 내용을 뼈대로 하는 <비핵 평화 번영의 한반도: 윤석열 정부의 통일·대북 정책>(35쪽)을 공개했다. 이 책자를 보면, 윤 정부의 ‘담대한 구상’은 ①초기 조치+포괄적 합의 → ②실질적 비핵화 → ③완전한 비핵화라는 3단계로 이뤄져 있다. 요약하면 ‘일괄타결 뒤 단계·동시 이행’ 접근법이다.
통일부는 첫 단계에서 “비핵화 정의·목표, 단계별 비핵화 조치와 분야별 상응 조치 등 로드맵 합의”를 담은 “포괄적 합의”를 추구한다고 밝혔다. “완전한 비핵화”라는 최종 목표뿐만 아니라 이에 이르는 모든 구성 요소를 초기에 합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완전한 비핵화까지 구체적 내용이 처음에 완성돼야 남은 단계로 간다”고, 다른 당국자는 “굳이 분류하자면 ‘단계·동시 접근법’보다는 ‘일괄타결 접근법’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남북 간 비핵화 로드맵이 마련되면 북한의 비핵화 진전에 발맞춰 경제·정치·군사 분야 포괄적 조치를 동시적·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실질적 비핵화” 단계에 맞춰 △미-북 관계 정상화 지원 △평화체제 구축 논의 △남북 군사 신뢰 구축과 군비통제 추진 등 3가지 정치·군사 분야 조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접근법은 북한과 중국이 강조해온 ‘단계·동시 접근법’, 곧 신뢰를 쌓으며 비핵화와 상응 조처를 단계적으로 합의해 동시 행동 원칙에 따라 병렬적으로 이행하자는 접근법과 근본적으로 궤를 달리한다.
북쪽은 이미 ‘김여정 담화’(8월19일)를 통해 “‘담대한 구상’은 이명박 역도가 내들었다가 동족대결의 산물로 버림받은 (이명박 정부) ‘비핵·개방·3000’의 복사판”이라며 공개 거부한 터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5일 한·중 정상회담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담대한 구상’ 지지 요청에 “북한이 호응해온다면 적극 지지·협력할 것”이라고 ‘조건’을 달고, “한국이 남북관계를 적극적으로 개선해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다른 접근법을 권고했다.
다만 정부는 “북한의 비핵화 협상 복귀”를 전제로 △한반도 자원·식량 교환 프로그램 △북한 민생 개선 시범사업 등의 초기 조처를 “협상 모멘텀 확보·유지” 차원에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전통적인 ‘비핵화 먼저’ 접근법과 결이 다른 대목이다.
‘담대한 구상’엔 이렇듯 본질적으로 서로 다른 대북 철학·정책이 뒤섞인 터라, 정부 고위 관계자의 강조점도 서로 다르게 나타났다. 예컨대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된 ‘담대한 구상 이행을 위한 공개 세미나’의 개회사를 통해 “담대한 구상은 열린 제안”이라며 “북한이 비핵화 협상으로 나오면 북측이 우려하는 사안들까지 테이블에 올려놓고 호혜적으로 협의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 밝혔다. 반면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은 이 세미나 기조발제를 통해 “북한 당국의 일련의 조처는 북핵이 미·일뿐만 아니라 대한민국과 우리 국민을 겨냥하고 있다는 것을 직설적으로 표현한 것”이라며 “우리에 대한 핵·미사일 (사용) 징후가 확실하게 탐지될 때 사전에 조처를 취할 수 있는 태세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핵 사용’ 징후 때 ‘선제타격’ 필요성을 제기한 셈이다. 아울러 김태효 차장은 “북한을 대화로 이끌어낼 방법으로 억제(Deterrence), 단념(Dissuasion), 대화(Dialogue)의 3디(D) 정책이 행동 원칙으로 담겨 있다”며 “마지막의 대화가 성사될 때까지 억제와 단념을 계속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일부가 펴낸 <비핵 평화 번영의 한반도> 전문은 통일부 누리집(https://unikorea.go.kr/books/)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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