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기업 빨아들이는 美… 유럽 "WTO 제소" 맞대응

박종원 2022. 11. 21.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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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A가 불붙인 유럽기업 미국행
스웨덴 배터리업체 노스볼트
"美공장건립 보조금, 獨의 5배"
스페인 전력기업 이베르드롤라
"美 신재생에너지 지원, EU의 20배"
EU "美지원 과도…무역질서 파괴"

유럽 기업들이 대서양 너머 조 바이든 정부가 막대한 보조금을 들여 친환경 제조업을 육성하면서 서둘러 미국으로 떠나고 있다. 유럽 정부는 기업들을 잡으려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마땅한 대책을 구하기 힘든 형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기업들이 유럽보다 미국 내 투자 비중을 늘리는 추세라고 전했다. 취임 전부터 미국 산업 부흥을 외치며 미국산 제품 소비 촉진을 외쳤던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밀어붙였고 지난 8월에 의회 입법 및 서명을 마쳤다. 해당 법안에는 미국에서 전기차 및 친환경 제품을 만드는 기업들에게 3690억달러(약 500조원)를 들여 각종 세제 혜택 및 보조금을 제공하는 내용이 담겼다. 반대로 미국에서 제품을 만들지 않는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불리한 경쟁을 해야 한다.

스웨덴의 전기차 배터리 업체 노스볼트의 피터 칼슨 최고경영자(CEO)는 많은 유럽 기업들이 미국 진출을 검토 중이라고 지적했다. 노스볼트는 폭스바겐과 BMW, 골드만삭스 등이 투자한 스타트업으로 최근 미국 공장 신축을 논의 중이라며 미국에 공장에 지으면 IRA에 따라 6억~8억달러(약 8130억~1조840억원)의 보조금 혜택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반면 독일 정부가 제시한 지원금은 1억5500만유로(약 2158억원)에 불과하다. 칼슨은 "전략 및 투자 계획을 북미 중심으로 재배치한 아시아 기업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다른 대기업들도 미국행을 서두르고 있다. 미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독일 베를린에서 배터리를 생산하려 했으나 계획을 바꿔 배터리 제조 시설 및 장비를 미국으로 옮기기로 했다.

독일 폭스바겐도 미국 내 사업 확장을 발표했으며 독일 철강업체 아르셀로미탈은 독일 생산량을 줄이고 미국 텍사스주 제철소에 대한 투자를 늘리기로 했다. 스페인 전력기업 이베르드롤라의 이그나시오 갈란 CEO는 재생에너지로 수소를 만드는 사업에서 바이든 정부가 제시한 지원액은 1000억달러(약 135조원)지만 EU가 내놓은 금액은 50억달러(약 6조7730억원)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2023~2025년 동안 세계 총 투자액 가운데 미국의 비중을 절반으로 올리는 대신 EU 투자액은 23% 수준으로 두겠다고 밝혔다.

이달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바이든 정부의 IRA에 대해 "유럽 전체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경고했다. 로버트 하벡 독일 경제 장관은 미국이 "과도한 지원을 하고 있다"며 "유럽에서 투자를 빨아들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미국과 EU는 지난달 25일에 IRA 문제를 논의할 태스크포스(TF)를 발족했으나 큰 진전을 보지 못했다. 미 관계자들은 이미 해당 법안이 의회를 통과한 만큼 다시 개정 절차를 거쳐 법률을 바꾸지 않는 이상 극적인 변화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EU는 이달 바이든 정부에 공식 의견서를 보내 IRA가 국제 무역질서를 파괴한다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해 미 무역대표부(USTR)의 캐서린 타이 대표는 FT와 인터뷰에서 양측이 해법을 찾겠지만 EU가 더 많은 보조금을 지급해 경쟁력 부분에서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마크롱은 지난달 26일 파리에서 만나 IRA의 전기차 보조금이 시장 왜곡 조치라고 보고 강경 대응을 약속했다. 최근 유럽의회 무역위원회 베른트 랑게 위원장은 미국과 EU가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면 미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고 보복 관세로 맞대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일단 유럽은 미국과 무역 전쟁을 피하기 위해 유럽 내 기업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티에리 브르통 EU 내부시장 담당 집행위원은 유럽이 배터리, 반도체, 수소 등 핵심 산업에서 자립 기반을 강화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도록 '유럽 연대 펀드'를 조성하자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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