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힐 줄 알았던 지갑 '쓱' 열렸다…백화점·마트 "소비 불씨 키워라"

박종관 2022. 11. 21.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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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시장 예상 밖 훈풍
랜더스 프로야구 통합우승 기념
이마트 '쓱세일'…매장마다 북적
움츠렸던 '소비 심리' 되살아나자
롯데·신세계百 등 마케팅 총력전
전문가들 "자산가격 당분간 하락
내년까지 훈풍 이어질진 미지수"
문밖까지 ‘장사진’ 신세계그룹이 SSG랜더스의 KBO리그 통합우승을 기념해 마련한 계열사 통합 할인 행사 ‘쓱세일’이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쓱세일 마지막 날인 지난 20일 서울 이마트 용산점을 찾은 시민들이 매장 개점 시간에 맞춰 입장하기 위해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뉴스1

연말을 앞둔 소비시장에 예상 밖 훈풍이 불고 있다. 당초 유통·소비재 업계에선 글로벌 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 자산시장 한파 등에 지난달 이태원 참사가 더해져 ‘소비 절벽’이 올 것이란 우려가 컸다. 이런 와중에 신세계그룹이 SSG랜더스의 KBO리그 통합 우승을 기념해 준비한 계열사 통합 할인행사 ‘쓱세일’이 대흥행을 거두면서 ‘소비가 아직 나쁘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백화점과 e커머스 업체들도 불씨를 키우기 위해 마케팅 총력전에 나설 태세다.

 분위기 바뀐 유통업계

21일 이마트에 따르면 쓱세일을 시행한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사흘간 전 점포 매출은 전년 동기(11월 3주차 주말) 대비 2.1배 증가했다. 신세계가 쓱세일을 기획할 때 내부적으로 세웠던 목표치보다 매출이 40% 이상 더 나왔다.

인터넷 등을 중심으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랜더스 우승 기념으로 한 턱 쏜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지난 주말 전국 이마트 점포는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마트 인천 연수점은 행사 첫날인 18일 개점과 동시에 인파가 몰려 영업을 잠시 중단하기도 했다.

유통업계에선 쓱세일의 흥행을 ‘단비’로 받아들이고 있다. 연말 대목에 소비자들이 지갑을 꽉 닫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던 와중에 나온 의외의 성과였기 때문이다.

이마트만 해도 지난달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0% 감소한 1조2567억원에 그쳐 내부적으로 우려가 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마트 할인행사에 소비자가 대거 몰려든 건 소비 불씨가 아직 살아 있다는 걸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해석했다.

 ‘인증샷 마케팅’ 열 올리는 백화점

유통업계에선 분위기 반전 추세를 최대한 이어가기 위해 각종 마케팅 행사를 서두르고 있다. 백화점업계는 올해 마지막 정기세일을 다음달 4일까지 펼친다. 겨울세일 시작과 함께 점포 외관을 미디어파사드로 꾸며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최대한 끌어올린다는 전략을 세웠다. ‘인증샷 마케팅’도 일제히 시작했다. 연말 인증샷 명소로 유명한 서울 소공로 신세계백화점 본점은 1년여간 준비한 미디어파사드 영상을 이달 19일 공개했다.

올해 주제는 ‘매지컬 윈터 판타지’로, 마법같이 아름다운 연말이 되기를 소망하는 메시지를 담았다. 이태원 참사 이후 사회적 애도 분위기를 고려해 별다른 홍보를 하지 않고 미디어파사드 운영을 시작했지만 벌써 SNS 등에서 입소문이 나 시민이 몰려들고 있다.

롯데백화점도 크리스마스트리를 설치하고, 본점 외벽에 미디어파사드 운영을 시작했다. 잠실 롯데월드몰 잔디 광장에는 회전목마도 설치했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겨울 정기세일은 백화점의 한 해 실적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행사”라며 “미디어파사드를 통해 손님 모으기에 성공하면 실적도 따라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커머스 업체들은 미국 최대 쇼핑 행사인 블랙프라이데이 기간에 맞춰 ‘블프 마케팅’을 시작했다. 11번가와 쿠팡, G마켓 등은 해외직구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선보이는 행사를 나란히 준비했다.

 소비 훈풍 내년까지 이어질까

다만 연말 소비 훈풍이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금리 인상과 자산시장 한파 등의 여파가 내년 상반기께 국내 소비시장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당분간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이 하락세를 이어가고, 경기가 냉각기에 접어들 공산이 크다”며 “그간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으로 소비가 호조를 보였지만, 금리 인상의 영향이 시차를 두고 본격화할 공산이 큰 내년 상반기 이후에는 지금 같은 소비가 나타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선 수치로 나타나지 않을 뿐 소비 둔화가 이미 시작됐다고 보는 의견도 있다. 인플레로 상품과 서비스 가격이 높아져 유통업계 매출이 소비 둔화에도 늘어나는 것처럼 보이는 착시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얘기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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