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만난 참사 유가족 "이상민 물러나야…국정조사도 같이 했으면"

최동현 기자 한상희 기자 노선웅 기자 2022. 11. 21. 17:4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유가족 첫 공식 입장…與 비공개 면담 후 46분간 자체 회의 후 결론
與 만나 호통·눈물 쏟은 유족들…"어느 분향소에 위패가 없나" 지적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과 비공개 면담을 마친 후 유족을 위로하고 있다. 2022.11.21/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한상희 노선웅 기자 =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은 21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최고 책임자니까 그분부터 물러나야 한다"며 "경찰 수사와 국정조사가 같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태원 참사 책임 소재와 원인 규명 방법에 대한 유가족의 공식 입장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 20여 명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46분간 자체 회의를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나 "지금 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수사를 하고 있다지만 책임자는 없는데 어떻게 제대로 된 수사가 되겠나"라며 이같이 말했다.

유가족들은 자체 회의에 앞서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등 여당 지도부와 비공개 면담을 가졌다. 두 시간가량 진행된 비공개 면담에서 유가족들은 정부·여당의 미흡한 후속 조처를 강하게 질타했고, 일부 유족들은 "대통령실 앞에서 압사를 당했다"며 눈물을 쏟아내기도 했다.

유가족들은 이상민 장관 사퇴와 경찰 수사·국정조사 동시 진행을 요구했다. 유가족 대표로 카메라 앞에 선 A씨는 "이 사태가 큰 이슈로 됐는데 책임자도, 사과도 없다"며 "(참사 책임과) 제일 관련이 있는 행안부 장관 이상민씨는 책임을 지고 물러나셔야 한다"고 말했다.

A씨는 정진석 비대위원장과의 면담 내용에 대해 "비대위원장을 만났어도 속 시원하게 무엇을 어떻게 한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며 "우리가 묻고 (정 위원장은) 정부에서 하는 일이다, 이런 식으로만 (대답)하지, 우리가 들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비판했다. 이날 여당 지도부와의 면담은 유가족의 요구로 성사됐다고 한다.

A씨는 야 3당이 추진하는 국정조사에 대해 "지금 경찰청 특수본이 수사를 하고 있다지만 책임자도 없는데 어떻게 제대로 된 수사가 되겠나"라며 "(경찰 수사와) 국정조사가 같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국정조사로 밝히면 되는 것 아닌가. 무엇이 두려우냐"고 강조했다.

유가족들은 '이태원 참사 합동분향소'에 희생자 위패도 설치하지 않은 정부 조처에도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A씨는 "책임질 사람은 하나도 없고, 진솔한 사과도 없었다"며 "그동안 분향소에 꽃만 가져다 놨지, 역대 어느 분향소가 위패 없는 분향소가 어디에 있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여태껏 위패 없는 분향소가 어디에 있었느냐"고 거듭 말하면서 "정치인이 됐든 참사가 났든 (위패는) 다 하지 않았나. 문제가 되지 않았잖느냐"고 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과 비공개 면담을 마친 후 취재진에게 발언하고 있다. 2022.11.21/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A씨는 경찰 수사 등 일련의 후속 조처에 대해 "세월호 사건이 얼마나 됐다고 이게(대형 참사가) 반복할 수 있느냐"며 "맨날 그때만 대책을 한다고 하고, 뭐 하나 대책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너무 무능하다", "이게 정부의 살인이라고도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이태원 참사' 유가족 20명과 비공개 면담을 열고 건의 사항 및 재발방지대책에 대해 의견 수렴을 했다. 당에서는 정진석 위원장과 성일종 정책위의장, 박성민·박형수 의원 등 이태원 사고조사 및 안전대책 특별위원회 위원 등이 참석했다.

유가족들은 2시간가량 이어진 면담에서 정부·여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한 유족은 "건물이 무너진 것도 아니고, 물리적인 뭐가(사고가) 있던 것도 아니었다. 압사를 당했다"며 "(희생자들은) 걸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서울에서, 그것도 대통령실 바로 앞에서 그런 일이 어떻게 일어나느냐"고 흐느꼈다.

유가족들은 면담 과정에서 현행 재난안전관리법의 미비점을 조목조목 지적하거나, 직접 조사한 해외 선진국 사례와 비교하며 우리나라의 '안전 사각지대'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 과정에서 한 유가족이 책상을 쾅 내려치는 소리가 회의장 밖으로 새어나오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몸을 한껏 낮추고 유족들을 위로했다. 당은 유가족들의 건의 사항을 정부에 전달할 예정이다. 정 비대위원장은 면담 도중 기자들과 만나 "제가 유가족들의 말씀을 다 들어드리려고 한다. 지금 같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며 "정부 측에 건의할 것은 건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비대위원장은 면담을 마친 뒤 다시 기자들과 만나 "유가족들의 절절한 말씀들을 들었다. 지금 오죽하시겠나. 속으로 분노도 솟을 것"이라며 "상심이 너무 크셔서 아픈 마음을 어떤 필설로 위로할 수 있겠나. 정부·여당으로서 너무나도 송구스럽고 죄스럽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유가족들의 건의 사항에 대해 "견해가 다양하게 나왔지만, 젊은 아들딸들이 길거리에서 못다 핀 꽃잎처럼 쓰러지게 했던 일들이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는 취지였다"며 "(당에서는) 사고 원인 규명과 사태 수습,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유가족들의 의견을 충분히 정부에 전달하겠다고 약속드렸다"고 말했다.

dongchoi89@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