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P 되자마자 맞이하는 이별 준비···이정후를 볼 시간, 얼마나 남았나
이정후(24·키움)는 메이저리그 진출에 대한 계획을 감추려 하지 않았다. 지난 17일, 2년 연속 타격왕에 오르고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까지 차지해 트로피를 안은 무대 위에서 해외 진출 계획에 대해 “구단과 곧 이야기 하려 한다. 면담을 하고나면 다음 시상식에서라도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정후는 2017년 데뷔해 올해로 6년째 풀타임을 소화했다. KBO리그 해외 진출 규정에 따라 이정후는 7년차인 내년 시즌을 정상적으로 치르고나면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해외 진출에 도전할 수 있다. 이정후는 그 의지를 분명하게 드러냈다.
자유계약선수(FA)와 달리 포스팅시스템은 구단의 허락이 필요하다. 보통 선수와 구단은 해외진출 자격을 채운 그 시즌을 마친 뒤에야 협의를 한다. 해외 진출에 도전할 정도면 소속 팀의 핵심 선수다. 구단은 흔쾌히 보내줄 수 없고 선수는 마지막까지 애를 태운다. 과거 김광현, 양현종 등 리그 최고의 에이스들은 그런 과정을 겪었다.
그러나 구단 운영 방식이 타 구단과 다른 키움은 소속 선수들의 포스팅을 통한 메이저리그 진출에 적극적이다. 유난히 키움에서 메이저리그 진출 선수가 많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앞서 김하성(샌디에이고)도 6년차였던 2019년 시즌을 마친 뒤 키움 구단과 미리 면담을 거쳐 합의했고 1년간 마음 편하게 최선을 다한 뒤 메이저리그 진출에 성공했다. 이에 이정후가 ‘면담 선언’을 한 이상, 내년 시즌을 마치고 해외로 나가리라는 것은 이미 기정사실로 여겨지고 있다.
키움 구단은 “선수의 요청이 있으면 면담은 바로 할 계획”이라며 이정후의 포스팅 계획을 열린 자세로 대하고 있다. 갑작스런 FA 영입으로 그 ‘마음의 준비’까지 보여주고 있다.
키움은 지난 19일 NC에서 FA가 돼 나온 투수 원종현을 영입했다. 키움이 외부 FA를 영입한 것은 트레이드로 LG에 갔던 외야수 이택근을 4년 50억원에 영입한 2012년 이후 11년 만에 처음이다. 지난 시즌을 마친 뒤에도 꿈쩍도 않으며 4번 타자 박병호를 3년 30억원에 KT로 떠나보낸 키움은 원종현과 4년 25억원에 계약했다.
키움이 난데없이 FA시장에 뛰어든 것 자체가 이정후와 이별을 위한 준비 작업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정후는 2000년대 이후 KBO리그에 등장한 타자 중에서도 최고라 할만한 기량을 보이고 있다. 고졸신인이었던 2017년부터 전경기 출장에 최다안타 3위라는 충격적인 성적으로 신인왕을 차지한 뒤 점차 수비와 장타력까지 업그레이드 돼 완성형 선수가 되어 MVP까지 올랐다. 이정후를 앞세운 올해 키움은 5강 후보에서 제외되고도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이뤄냈다. 준우승만 3번째인 키움이 우승을 노릴 수 있는 시점은 이정후가 같이 뛸 때다. 이번 시즌, 그리고 포스트시즌을 치르면서 경험 많은 중간계투에 갈증을 느꼈던 키움은 마무리 경험까지 갖춘 베테랑 원종현을 시장 평가 이상의 ‘투자’를 통해 영입했다. 이정후와 함께 우승하기 위한 준비다.
이정후가 내년 시즌을 마친 뒤 해외로 가지 못할 유일한 변수는 키움의 야망이다. 상대적으로 가능성이 적기는 하지만 키움이 이제까지와는 달리, 갑자기 우승하고자 잔류 설득을 한다면 이정후는 FA가 될 때까지 기다리게 될 수도 있다. 이정후는 8년차인 2024년 시즌을 치르면 FA가 된다. 어쨌거나 KBO리그에서 이정후가 뛰는 모습을 볼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Copyright © 스포츠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공식] ‘남주의 첫날밤’ 병산서원에 못질···KBS “복구 논의 중”
- [공식] ‘오징어게임2’ 개별수익 1.5조?···넷플릭스, 강력부인
- 정우성, 신년인사도 빠졌다···‘음주운전’ 배성우도 했는데
- JK김동욱 “어떤 이유든 슬픔 강요 옳지 않아”···추모글 요구 반박
- [스경연예연구소] 2025 영화계, 봉·박 오지만 작품수↓
- ‘한국인의 밥상’ 최불암, 3개월 휴식 마치고 2일 방송부터 복귀
- 장성규, ‘KBS 연기대상’ 진행 후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피해지원 위해 1000만원 기부
- [종합] ‘스타강사’ 김미경 “통장 잔고 0원…혈압 189로 쓰러져” (4인용)
- 안세하, 학폭 의혹 3개월 만 SNS 글…제주항공 참사 추모
- [스경X이슈] 전재준, 아니 박성훈…‘오겜’ 19금 사진으로 망신살 획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