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평양에 살고 있는 김주애 양에게
◆ 기자24시 ◆
주애 양, 반가워요. 아저씨는 서울에서 기자 일을 하고 있어요. 지난주에 미사일 발사장에 나온 주애 양을 보고 여러 생각이 들어 편지를 써요. 아저씨네 둘째 딸도 주애 양이랑 2013년 동갑내기라 더 마음이 쓰여서요.
주애 양이 아버지 손을 꼭 잡고 여기저기를 산책하는 모습은 서울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주말 풍경이에요. 주애 양 아버지도 주애 양을 사랑하고 좋아하는 마음은 아저씨랑 똑같겠구나 싶더라고요. 하지만 주애 양과 아버지의 뒤에 서 있는 미사일은 보기에도 고약하고 눈살이 찌푸려지더라고요. 주애 양 아버지가 당최 무슨 생각으로 딸을 저렇게 위험한 곳에 데리고 갔을까 싶기도 했고요.
아저씨는 주애 양이 커다랗고 무시무시한 미사일이 하늘로 솟구쳐 오르는 걸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을지 궁금해요. 주애 양 아버지와 어머니, 고모는 미사일을 바라보면서 박수 치며 기뻐했지만, 북한이 아닌 다른 곳에서는 다들 걱정을 많이 하고 있어요. 주애 양 아버지는 바깥의 위협으로부터 나라를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핵탄두와 미사일을 만들 수밖에 없다고 하고 있어요. 주애 양도 노동신문을 읽어서 이렇게 알고 있을 것 같지만, 많은 사람은 오히려 주애 양 아버지가 하고 있는 일이 세상을 더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는 불만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에요.
아저씨는 그저 주애 양과 아저씨네 딸이 앞으로 더 안전하고 평화로운 세상에서 살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뿐이에요. 우리가 살고 있는 한반도는 온 세계 사람이 평화롭게 사는 데 아주 중요한 곳이에요. 주애 양이 자라서 어른이 되면 나라의 중요한 일을 맡게 될 가능성이 클 것 같아요. 아저씨는 주애 양이 미사일을 보면서 박수 치고 기뻐했던 어른들보다는 더 좋고 평화로운 생각을 했길 바랄게요. 또 주애 양이 이런 생각을 아버지에게도 이야기할 수 있는 용기 있는 어린이였으면 좋겠어요.
주애 양, 평양은 서울보다 더 추운데 겨울에 감기 걸리지 않도록 따듯하게 입고 다니고, 공공장소에서는 마스크도 잘 쓰고 다니길 바랄게요. 언젠가 서울에서 만날 수 있다면 아저씨네 딸이랑 맛있는 떡볶이 같이 먹어요.
[김성훈 정치부 kokkiri@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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