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히잡 의문사 시위 거점 쿠르드족 지역 강경 진압…최소 4명 사망
이란 정부가 최근 반정부 시위 거점으로 떠오른 쿠르드족 거주 지역에서 시위 진압 수위를 높이면서 최소 4명이 숨졌다고 인권단체들이 밝혔다. 인권단체와 종교지도자들은 이란 정부의 강경진압을 비난하는 한편 시위대를 향한 실탄 사격을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쿠르드 인권단체 헹가우는 20일(현지시간) 이란 정부가 쿠르드족 다수 거주지역인 서부 도시 마하바드에서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이란혁명수비대까지 동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란혁명수비대는 이란의 이슬람 신정체제 수호 유지 목적을 위해 창설된 최정예 부대다. 헹가우는 이란군이 쿠르디스탄주 마리반에서 시위대를 향해 발포했으며 최소 4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사망자 중에는 16세 학생과 교사도 포함됐다고 주장하는 글들이 소셜미디어에 다수 올라왔다.
수니파 성직자 몰라비 압돌하미드는 보안군에게 반정부 시위 거점도시인 마하마드에서 시위대를 향한 발포를 자제해달라고 촉구했다. 압돌하미드는 트위터에 “쿠르드 지역, 특히 마하바드에서 불안한 소식들이 전해지고 있다”면서 “압박과 탄압은 더 큰 불만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썼다.
하지만 이란 정부는 최근의 소요사태가 외국 적대 세력들에 의해 조장되고 있으며, 쿠르드 분리주의 세력들이 폭력을 자행하고 있다며 강경진압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근 반정부 시위는 20대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혐의로 도덕경찰에 체포된 뒤 의문사하면서 촉발됐다. 각계 각층의 분노한 시민들이 참여하면서 이슬람 신정 체제 자체에 대한 저항 시위로 확산되고 있다.
카타르 월드컵에 출전 중인 이란 국가대표팀 주장 에산 하즈사피도 이날 반정부 시위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21일 영국과의 조별리그 첫 경기를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나의 조국은 국민들이 행복해하지 않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일부 인권 운동가들은 이란의 여성 인권 탄압, 러시아에 대한 군사 지원 의혹을 제기하며 이란을 월드컵에서 퇴출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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