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팅 앱 성범죄, 정신질환자와 남성 피해자 노린다

미국 브리검영대 연구

데이팅 앱을 이용한 성범죄자의 주된 표적은 정신질환을 가진 이용자와 남성 이용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미국에서 일어난 성폭력 사건 중 약 15%는 데이팅 앱(App)을 통한 만남에서 일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앱 사용자는 표적이 될 가능성이 더욱 높았으며 남성 성범죄 피해자가 많다는 특징도 확인됐다.

줄리 발렌타인 미국 브리검영대 간호학과 교수 연구팀은 지난달 29일 국제학술지 ‘대인폭력저널’에서 발표한 논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연구팀은 2017~2020년 미국 유타주의 만 14세 이상 성폭력 피해자 1968명의 건강검진 기록을 통해 사건의 내용과 피해자들의 건강 상태를 확인했다. 분석 결과 전체 폭력 사건 중 14.9%는 데이팅 앱을 통해 주선된 첫 만남에서 발생했다.

특히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은 데이팅 앱을 이용한 성범죄의 대상이 된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인에 의한 폭력 피해자 중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의 비율은 47%였는데 데이팅 앱 관련 폭력 사건에서는 60%에 달했다. 이들은 훨씬 더 폭력적인 공격을 받았다.

남성 피해자의 비율이 높은 것도 데이팅 앱 관련 성폭력 사건의 특징이었다. 전체 조사 대상자 중 데이팅 앱 관련 성범죄를 당한 남성 피해자는 지인에 의한 폭력 사건의 피해자보다 2배 가량 많았다.

이번 연구를 수행한 발렌타인 교수는 “데이팅 앱에서 성범죄자들은 자신을 원하는 대로 포장하고 상대방에게 듣기 좋은 말을 할 수 있다”며 “이러한 행동을 통해 쉽게 만남을 유도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해자의 경우 만남에서 폭력을 당한 뒤 자책감과 같은 감정을 느끼며 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데이팅 앱에서 벌어지는 성폭력 사건을 방지하기 위해선 앱을 제공하는 회사가 대책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렌타인 교수는 “데이팅 앱을 서비스하는 회사는 사용자의 범죄 이력을 무료로 조회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폭행 사건을 신고할 수 있는 지원책을 마련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