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유럽 도시들, 겨울철 아이스링크 대신 ‘롤러장’ 운영하는 이유

성탄과 연말, 새해로 이어지는 쇼핑 대목을 앞두고 에너지난에 직면한 유럽 국가들이 전력 소모를 줄이기 위한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라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0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프랑스 파리 세느강의 야경. /이용성 기자

크리스마스에 운영되는 야외 스케이트장으로 유명한 프랑스 서부 도시 투르의 경우 올 연말에는 전력 소모가 큰 아이스링크 대신 롤러스케이트장을 운영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아이스링크의 경우 빙질 관리를 위해 전력의 대량 소비가 불가피한데,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예년처럼 유지하는 것이 맞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

이와 관련해 마틴 코언 투르시 에너지·환경 담당 부시장은 가디언에 “최근 몇 년간 연말 기온이 10∼15도인 상황에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려고 야외 아이스링크를 운용하는 것은 비용 문제를 떠나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투르의 아이스링크 운영자에 따르면, 2020년에는 1만5000 유로(약 2천만 원)를 전기료로 부담했고, 아이스링크 규모를 축소한 지난해에는 7500 유로를 전기료로 지불했다.

지난해 여름 물난리를 겪은 뒤 처음 크리스마스 시장을 여는 독일 라인란트의 바트 노이엔아르도 아이스링크 대신 롤러스케이트장을 개장하기로 했다.

프랑스 동부의 뮐루즈 역시 에너지를 절약하자는 정부 지침에 따라 시내 크리스마스 트리 조명의 점등 시간을 오전 10시에서 오후 5시로 옮겼다. 이를 통해 전기 소비량을 약 35% 절감하겠다는 계획이다.

필립 트리메이유 뮐루즈시 부시장은 “주민들에게 크리스마스 분위기 보장하는 것이 당국의 의무이기는 하지만, 새로운 환경에 맞게 정책을 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프랑스 최대 크리스마스 시장이 열려 ‘크리스마스의 수도’로 알려진 스트라스부르는 성탄절 조명을 저전력 발광다이오드(LED)로 교체하는가 하면 점등 시간도 줄였다. 기욤 립시그 스트라스부르 부시장은 “시민들이 원하는 크리스마스의 마술적 분위기와 에너지 절약 사이의 균형을 찾으려 애쓰고 있다”고 밝혔다.

레겐스부르크, 뮌헨, 밤베르크 등 연말연시 관광객이 많이 모이는 독일 도시의 거리도 작년보다 다소 어두워질 전망이다.

매년 10월 말부터 다음 해 2월 말까지 환하게 불을 밝히던 브레멘시의 크리스마스 조명은 이번에는 오는 20일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만 켜지고, 뒤셀도르프도 조명 시간을 하루 15시간에서 5시간으로 줄었다.

이들 지역에서는 노점상들에게도 고드름 조명이나 동화 분위기를 자아내는 줄조명 대신 LED 조명을 사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프랑크 하켈베르크 독일 축제노동자연합 대표는 “독일에서는 올해 크리스마스 시장 개장 여부를 놓고 오랜 시간 논쟁이 있었다”며 조명 시간 및 시장 운영 시간대를 조정해 에너지를 절약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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