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주최자가 없는 경우 인원 통제 매뉴얼 없다”...사실일까

한상헌 입력 2022. 11. 21.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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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안전법엔 축제 안전관리 의무 정부·지자체 등으로 보고 있어
경찰관 직무집행법 ‘극도의 혼잡 상황 조치해야’
전문가 “주최자 여부 상관없이 국가가 질서 관리해야”
핼러윈 데이를 앞두고 지난 10월 28일 저녁 서울 용산구 이태원 관광특구 일대가 인파로 붐비고 있다. <한주형 기자>
지난달 29일 핼러윈을 맞은 이태원에서 좁은 골목에 수천명이 몰려 300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한 압사 사고가 일어났다. 사고 이후 정부 합동브리핑에서 행정안전부는 이번 이태원 축제의 주최자가 없어 안전 관리가 미흡했다는 지적과 관련해 “주최자가 없는 경우는 거의 유례가 없어 그런 부분에 대한 지침·매뉴얼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 발언을 검증했다.

재난·안전관리 기본법엔 지역축제 안전관리 의무를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또는 민간이 개최하는 축제로 한정해 보고 있다. 하지만 핼러윈 축제의 경우 뚜렷한 주최자 없이 참가하는 행사로 볼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재난안전법 제66조의11은 축제 기간에 순간 최대 관람객이 1000명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축제의 경우 안전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하고, 그 밖에 안전관리에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와 관련해 재난안전법 시행령에 따르면 이 경우 지역축제를 개최하려는 자가 지역축제 안전관리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개최지를 관할하는 지방자치단체, 소방서와 경찰서 등 안전관리 유관기관의 의견을 미리 들어야 한다. 또한 계획을 수립해 축제 개최일 3주 전까지 관할 시장·군수·구청장 등에게 제출해야 한다.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역축제 안전관리계획이 효율적으로 수립·관리될 수 있도록 안전관리 매뉴얼을 작성해 중앙행정기관의 장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통보하며 세부적인 계획과 수립 절차 사항 등을 정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다.

재난안전법 안에서 국가나 지자체의 안전관리 의무를 명시한 조항도 있다. 국가의 책임을 광범위하고 포괄적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관리의 책임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재난안전법 4조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재난이나 그 밖의 각종 사고로부터 국민의 생명·신체와 재산을 보호할 책무를 지고, 재난이나 그 밖의 각종 사고를 예방하고 피해를 줄이기 위하여 노력해야 하며, 발생한 피해를 신속히 대응·복구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시행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헌법 제34조 6항에도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핼러윈을 앞두고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난 30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경찰이 현장을 통제하고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김호영 기자>
이번 사태에서 경찰 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수사에 들어간 가운데 경찰의 책임 권한을 두고 ‘경찰관 직무집행법’을 적용할 수도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5조에는 경찰관은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재산에 중대한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천재, 사변, 인공구조물의 파손이나 붕괴, 교통사고, 위험물의 폭발, 위험한 동물 등의 출현, 극도의 혼잡, 그 밖의 위험한 사태가 있을 때는 다음 각호의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운영에 관한 법률 제4조는 경찰의 사무를 명시하고있다. 경찰의 ‘지역 내 다중운집 행사 관련 혼잡 교통 및 안전 관리’를 업무로 명시하고 있다. 이번 핼러윈데이에 이태원에 사람이 몰리며 위험한 상황이 연출된 경우 등에도 경찰이 군중을 통제하는 등에 관련 업무를 다 해야 한다고 분석할 수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성탄절, 휴가철 등 특별히 주최자가 없어도 인파가 많이 몰리는 상황에 대해서도 준비를 해왔다. 이번 핼러윈 축제에서도 용산구청과 경찰은 수차례 대책회의를 열고 준비를 해왔다. 경찰은 이태원 핼러윈 축제에 관련 인원을 2017년 90명, 2018년 37명, 2019년 39명, 2020년 103명, 2021년 265명을 각각 배치했고, 올해에도 137명을 투입했다.

관련 자료를 종합하면 “주최자가 없는 경우는 거의 유례가 없어 그런 부분에 대한 지침·매뉴얼을 갖고 있지 않다”는 행정안전부의 발언은 ‘대체로 사실이 아니다’라고 볼 수 있다. 재난안전법에 한해 판단할 경우 행사 안전관리 의무가 모호할 수도 있지만, 경찰관 직무집행법을 적용할 경우 경찰의 책임이 없다고 보기 어렵다. 이태원 참사 원인과 책임을 규명하기 위한 경찰 수사도 진행 중에 있다.

전문가들도 인파가 몰리는 혼잡 상황의 경우 경찰이 관련 조치를 취해야 하며, 국가가 개입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따르면 위험 발생 방지를 위한 조치를 할 수 있다”며 “이태원 참사 상황은 극도의 혼잡한 상황으로 참가자에게 억류나 피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스포츠나 문화 행사 등 사람이 많은 혼잡한 상황에서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른다”며 “주최자 여부에 상관없이 국가가 개입해 질서를 유지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한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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