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A 우려 본격화…“내년 한국 자동차 수출 4.2% 줄 듯”
내년도 국산 자동차 수출이 올해보다 4.2% 줄어들 거란 전망이 나왔다. 내년도 세계 자동차 판매량은 증가하지만, 한국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영향으로 판매량이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21일 ‘2023년 자동차산업 전망’ 산업 동향 보고서를 발간했다. 연구원은 이 보고서에서 올해 220만대 수준인 한국 자동차 수출 판매량이 내년에는 210만대로 약 4.2% 줄어들 걸로 예측했다. 이처럼 판매량이 줄어드는 이유로는 IRA를 꼽았다. IRA 적용이 유예가 되지 않는다면 수출에 타격을 입게 된다는 의미다.
올 8월부터 적용된 IRA는 전기차 보조금 지급에 두 가지 조건을 달았다. 미국에서 생산된 전기차여야 하고, 탑재된 배터리는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에서 일정 비율 이상 생산한 원자재 등을 활용해 만들어져야 한다. 이 조건을 충족 못하면 약 1000만원 수준의 세액 공제 혜택을 주지 않는다. 현대차그룹은 2025년 상반기에 미국 공장에서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어서 이미 피해를 보고 있다.
연구원은 내년 세계 자동차 판매량은 올해보다 4.7% 증가한 8170만대로 예측했다. 올해 예측치는 8150만대 수준이다. 연구원은 경기 성장 둔화는 자동차 판매에 부정적 요소라고 짚었다. 그럼에도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완화돼 생산량이 늘고, 기존 대기 물량을 확보한 덕에 판매량은 올해보다 더 늘어날 걸로 봤다. 두 분석을 종합하면 세계 차 판매량은 늘어나는 와중에 한국의 판매량은 줄게 된다.
이는 세계 자동차 판매량을 견인하는 전기차 쪽에서 한국 업체들이 수출에 지장을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연구원은 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 수소연료전지차 포함) 수요는 올해 900만대를 넘어서고, 내년에는 1200만대로 증가할 걸로 봤다. 2025년에는 전기차 수요가 2000만대에 육박할 거라고 예측했다. IRA로 한국 전기차 수출이 타격을 입게 되면서, 전기차가 주도하는 시장에서 판매량이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이는 IRA 조항이 유예되지 않고 계속 적용된다는 전제에서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3일(캄보디아 현지시간) 프놈펜에서 정상회담을 하며 IRA 문제를 논의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 기업들이 자동차, 전기 배터리 등의 분야에서 미국 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며 “이러한 점을 고려해 인플레 감축법의 이행 방안이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진 않았지만 긍정적 변화 가능성이 엿보인다. 이 때문에 시행령 개정 등을 통해 IRA 유예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항구 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IRA 적용이 유예된다면 수출 감소 전망치가 4.2%에서 2~3%포인트 정도 줄어들 수 있을 걸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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