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석 인증샷 찍다가 저체온증 걸릴 판

윤성중 2022. 11. 21.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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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초, 등산객 A씨는 단풍철을 맞아 지리산 정상 천왕봉에 갔다가 다른 등산객과 다툼을 벌였다.

A씨는 천왕봉에 도착해 정상석 앞에 길게 늘어선 '인증샷 대기 줄'을 보고 정상석 뒤쪽으로 돌아가 카메라를 꺼냈다가 다른 등산객에게 항의를 받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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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지리산 천왕봉, 1시간 대기 줄
지난 10월 주말, 지리산 천왕봉 주변. 정상석 앞에서 인증샷을 찍기 위한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섰다.

"뒤에서 그렇게 사진 찍으면 어떡합니까? 앞에서 1시간째 줄 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나오세요!"

"정상석 앞모습이 나온 사진 포기한 거잖아요! 댁들 사진에 저희 뒷모습 나오는 것도 안 되나요?"

지난 11월 초, 등산객 A씨는 단풍철을 맞아 지리산 정상 천왕봉에 갔다가 다른 등산객과 다툼을 벌였다. A씨는 천왕봉에 도착해 정상석 앞에 길게 늘어선 '인증샷 대기 줄'을 보고 정상석 뒤쪽으로 돌아가 카메라를 꺼냈다가 다른 등산객에게 항의를 받은 것이다. 하산 시간에 쫓긴 A씨는 결국 기념사진 촬영을 포기하고 내려왔다.

최근 지리산 정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단풍 구경 나온 등산객들이 정상 부근에 몰리면서 정상석을 놓고 기념 촬영을 하다가 다툼이 일어나는 경우가 빈번하다. 서울의 유명 산악회 대장 B씨는 "요즘 주말에 지리산 천왕봉 정상석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려면 1시간 이상 기다려야 한다. SNS에 인증샷을 올리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해발 2,000m에 가까운 고지대에서 기온이 많이 떨어진 이때 산 정상부에 장시간 머물면 사고 날 확률이 높다"고 염려했다. 그는 또 "정상석이 서 있는 곳의 면적은 30㎡에 불과하고, 정상석 앞쪽에서 사진 촬영이 가능한 공간은 3m 남짓이기 때문에 무리하게 기념 촬영을 하다가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천왕봉에서 가장 가까운 하산지점인 중산리까지 최소 3시간 정도 걸리는데, 늦은 시간까지 인증샷 찍다가 하산할 때 조난 당할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정상석이 설치된 천왕봉. 공간이 비좁다.

서울의 북한산 백운대, 도봉산 신선봉, 불암산, 수락산 정상 부근도 비슷한 상황이다. 그나마 여긴 정상까지 갔다가 하산하는 시간이 비교적 짧아 사고가 날 가능성이 지리산보다 낮은 편이다.

사고 예방을 위해 국립공원에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등산객 C씨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유명한 산에는 정상석을 두 개 설치하거나 정상석 앞과 뒤를 똑같이 만들거나 하는 식으로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다른 등산객 D씨는 "정상석을 아예 없애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이에 지리산국립공원사무소 관계자는 "천왕봉은 여러 지역의 이해가 얽혀있는 곳이라 비석을 하나 더 세우거나 비석에 새긴 내용을 바꾸는 것과 관련해 어려움이 많다. 이전에 정상석 주변에 안전 펜스 설치나 데크를 놓으려고 했다가 경관 훼손 문제가 걸려 시행하지 못했다"며 "지금으로선 주말마다 직원이 올라가 계도를 하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답변했다.

한편 북한산국립공원의 경우 지난 11월 첫째 주말, 백운대 정상부 암릉의 병목 현상으로 인한 사고 예방을 위해 경찰 헬기를 동원했다. 북한산국립공원 관계자는 "이날 헬기를 이용해 정상부에 몰려있던 등산객을 분산시켰고 백운봉 암문에서 대기하던 국립공원사무소 직원들도 병목 포인트까지 올라가 등산객들의 안전한 등하산을 도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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