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명문대 학생들 한밤 중 캠퍼스에서 기어다녀, 무슨 일?
최근 칭화대 등 중국 명문대 학생들이 한밤 중에 단체로 기어 다니는 활동인 ‘파싱회(爬行會)’를 열고 있다. 고강도 방역과 취업난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기행에 가까운 행위에 나선 것이다. 지난 10일 베이징의 한 대학에서 파싱회에 참석했다고 밝힌 대학생 A씨는 ”흙바닥에서 기어 다니면 취업이나 봉쇄에 대한 공포를 완전히 잊을 수 있다”면서 “비상(非常) 시기에는 비상식적인 행동을 하는 것이 심신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파싱회는 지난 9일 베이징의 촨메이(傳媒·미디어)대학에서 시작됐다. 전날 학교 익명 게시판에 ‘내일 학교 운동장에서 혼자 기어 다니려고 하는데 다들 놀라지 말라’는 글이 올라왔고, 이같은 행위에 동참하겠다는 학생들이 늘면서 학교 도서관 인근과 운동장에서 첫 파싱회가 열렸다.
10여명의 학생들은 1~2m 간격으로 원을 만들어 수십 분 동안 기어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이 장면을 담은 영상이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등에서 빠르게 퍼졌고, 베이징의 칭화대, 인민대, 대외경제무역대, 중앙미술학원 등 9개 학교에서도 파싱회를 열었다. 인민대의 파싱회 관련 위챗(중국판 카카오톡) 단톡방은 개설하자마자 5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참여하기도 했다.
중국의 대학생들은 최악의 취업난과 3년째 이어지는 코로나 방역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중국에서 대학은 방역 수준이 가장 높은 곳으로,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면 한 달씩 봉쇄된다. 외지에서 베이징으로 돌아온 학생은 외부 숙박 시설에서 자비로 2주까지 대기해야 한다.
취업난도 심각하다. 중국 정부가 지방 정부와 국영기업을 총동원해 청년 실업 해소에 나섰지만, 지난달 청년실업률(16~24세)은 17.9%를 기록해 작년 동기(14.2%) 대비 급등했다. 특히 내년 중국의 신규 대졸자 수는 올해보다 82만 명 증가한 1158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돼 취업난은 가중될 예정이다. 베이징에서 대학에 다니는 B씨는 “학교가 자주 봉쇄되면서 인턴으로 일할 기회도 박탈 당했다”면서 “졸업한 선배들 다수가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있어 불안감이 크다”고 했다. 중국 대학에서는 ‘run(도망치다)’과 학(學)의 조어인 ‘룬쉐(潤學)’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중국을 벗어나 해외로 도피 유학을 간다는 뜻이다.
중국 당국은 파싱회가 전국적으로 퍼지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단순한 취미 활동에서 불만 세력이 주도하는 집회로 번질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탕핑(躺平· 드러누워 포기한다는 뜻)에 이어 파싱(기어 다니기)이 청년들의 문화로 자리 잡는 것도 부담이다. 베이징유뎬대학에서는 파싱회를 조직한 학생이 학교에서 경고를 받았고, 웨이보에서는 파싱회 참여를 독려하는 글들이 삭제됐다. 산시성 시안시와 광둥성 주하이시 등 지방 도시의 대학에서는 학생들이 파싱회를 연기하거나 규모를 축소했다.
중국의 대학생들이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기행을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중국 대학에서는 코로나 봉쇄 기간에 두꺼운 종이로 토끼나 개를 만들어 반려 동물을 삼는 것이 유행이었다. 또 논리에 맞지 않는 말들로 글을 써서 감정을 해소하는 ‘미친 문학’도 대학생들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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