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음원 정산, 0원 받았다"…이승기, 후크의 노예 18년
[Dispatchㅣ김지호·구민지·정태윤기자] 2004년 6월, 정규 1집 '나방의 꿈'으로 데뷔했다.
6,743일이 흘렀다. 햇수로 따지면, 18년이다.
하지만 그는 1원(음원 정산)도 받지 못했다.
이는 명백히, 노예계약이다.
이승기.
그는 '후크'라는 섬에서 18년을 노예로 살았다.
'디스패치'가 이승기 음원 정산 내역을 입수했다. 사실, '정산'이라 부를 것도 없다. 그도 그럴 게, 이승기가 음원 활동으로 받은 돈은 '0'원. 한 마디로, 빵원이다.
◆ "승기 내 노예니까"
"♬ 누난 내 여자니까, 너는 내 여자니까"
이승기는 <내 여자라니까>를 부르며 스타덤에 올랐다. 소속사는 "내 노예라니까"를 외치며 돈방석에 앉았다. 이승기가 <사랑이 술을 가르쳐>를 부를 때, 소속사는 "승기가 돈을 벌어와"를 실현했다.
이승기는 18년 동안 <정신이 나갔었나 봐>였다. 소속사의 <착한 거짓말>에 속고 또 속았다. 게다가, 2004년~2009년까지 음원 수익 내역은 이미 <삭제>된 상태. 얼마를 벌었는지, 확인 조차 안된다.
<되돌리다>. 되돌릴 수 있을까? 이승기는 지난 17일, 후크엔터테인먼트에 <하기 힘든 말>을 전했다. "27장 앨범에 대한 음원료 수익 내용을 제공해 달라"며 내용증명을 보냈다.
<우리 헤어지자>. 이승기는 18년 인연을 끝낼 수 있을까? '연예매니지먼트협회' 상벌위 관계자는 "1990년대 LP 시대 이야기를 듣는 것 같다"며 "요즘 시대 이야기냐?"고 반문했다.
◆ "청담도(島) 음원노예"
2004년, 이승기는 <내 여자라니까>로 국민 남동생에 등극했다. 이어 <삭제>로 더블 히트를 기록했다. 서울가요대상, SBS 가요대전, MBC 가요대제전 신인상 역시 이승기 차지였다.
이승기는 2004년 1집, 2006년 2집, 2007년 3집으로 최소 10만 장 이상을 팔아 치웠다. 당시 유행하던 벨소리, 컬러링, 싸이월드 BGM 등 (음원) 다운로드 시장에서도 독보적인 인기를 누렸다.
'후크'는 후크(hook)했다. 소속사는 이승기의 음원 매출을 '갈고리'로 끌어모았다. 반면, 이승기는 한 푼도 받지 못했다. 18년 동안 137곡을 발표했지만, 음원 수익은 0원이었다.
'디스패치'는 이승기 측이 보낸 '내용증명'을 단독으로 입수했다. ① 27장 앨범의 음원료 수익 내역을 제공하여 줄 것, ② 앨범들에 관하여 발생한 이승기의 수익금을 정산하여 줄 것.
◆ "통장에 100억이 찍혔다"
2004년부터 2022년까지, 총 27장의 앨범을 냈다. 그 안에서 137곡을 발표했다. 얼마나 벌었을까? 2022년, 싸이가 한 방송에서 말한 이야기를 옮긴다.
"저작권 효자곡은 이승기의 '내 여자라니까'다. 지금 이 시간에도 어떤 연하남이 불러주고 있다." (싸이, 2022년 '라디오스타')
'디스패치'가 유통 채널 별 음원 정산 내역서를 입수했다. 2009년 10월~2022년 9월, 이승기가 벌어들인 음원 수익은 96억 원. 다시 말해, '후크' 법인 통장에 96억 원이 음원 매출로 찍혔다.
그러나 이승기는 <내 여자라니까>로 0원을 벌었다. <되돌리다>로 0원, <삭제>로 0원, <사랑이 술을 가르쳐>로도 0원, <하기 힘든 말>로도 0원, 그 어떤 히트곡도 결론은 0원이다.
◆ "목캔디 값도 받지 못했다"
더욱 놀라운 건, 음원 정산 자료 유실이다. 이승기의 히트곡 <삭제>처럼, 음원 수익 및 비용 등이 기록된 회계 장부 5년 치(2004년 6월~2009년 8월)가 사라졌다.
2004년 <내 여자라니까>, <삭제>, 2006년 <제발>, <하기 힘든 말>, 2007년 <다 줄거야>, <여행을 떠나요>, 2009년 <결혼해줄래>로 얼마를 벌고 썼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이승기의 음원 매출 96억 원에는 이 5년 치(2004.06~2009.08)가 빠져 있다. 해당 기간(5년) 수익을 더하면, 음원 매출은 100억 원을 가뿐히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서 말하는 100억 원은, '후크'가 (유통사에서) 정산 받은 금액이다. '문체부'가 정한 디지털 음원 수익 배분 구조에 따라, 음반 제작자인 후크가 갖는 몫이 100억 원이다.
◆ "잘못 보낸 문자에서 시작됐다"
2021년 1월 29일. 이승기는 문자 1통을 받는다.
뻔한 남자 : 63,823,490 (음원)
더 프로젝트 : 169,784,100 (음반)
합계 : 233,607,590
MG : 200,000,000
차액 : 33,607,590원 이번 달부터 세금계산서 발행하고 익월부터 입금 처리됩니다.
이승기 측에 따르면, (내심) 기뻤다. "내가 마이너스 가수가 아니구나", "나도 음원으로 수익을 내는구나"라고 생각했다는 것. 이승기는 이 문자를 음악 하는 선배에게 공유했다.
하지만 '현타'(현실자각타임)가 오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다음은 이승기와 (음악) 선배의 대화. 당시 둘이 주고받은 이야기를 전한다. (양측 크로스 체크)
이승기 : 형. 저도 음원으로 돈을 벌긴 버나 봐요. MG 2억을 제하고도 3,300만 원을 (후크가) 받았네요.
선배 : 무슨 소리야. 내가 받는 저작권료가 얼만데. 너, 엄청 벌었어 인마. 그동안 정산 한 번도 못 받았어?
이승기 : 네. 늘 마이너스 가수라고 들어서요.
선배 : 너 후크와 계약 조건이 어떻게 되니? 왜 (정산을) 한 푼도 못 받은 거야?
◆ "이승기, 계약서를 확인했다"
이승기와 후크의 계약 조건을 확인했다. 2004년, 4(이승기) : 6(후크)의 비율로 시작했다. 2009년 6:4로 변경됐고, 2017년 7:3으로 조정됐다.
핵심은, 비용 처리 방식이다. 후크는 연예 활동에 들어간 모든 비용을 회사의 몫(3)에서 제하기로 했다. 한 마디로, 회사가 비용을 처리하는 방식이다.
예외적으로, 에이전트(대행사) 수수료, 갑과 을이 별도로 합의한 비용에 대해선 이승기가 책임지는 것으로 했다. 이 조항은 2018년 체결한 부속 합의서에 나온다.
사실, 이승기 급 아티스트는 8:2 계약을 맺는다. 대신 비용도 8:2로 나눈다. 하지만 후크는 회사가 비용을 책임지는 조건으로 그들의 비율을 '3'으로 올렸다.
◆ "이승기, 음원 노예의 정석"
다시, 이승기와 선배의 대화.
선배 : 너 후크와 계약 조건이 어떻게 되니? 왜 (정산을) 한 푼도 못 받은 거야?
이승기와 후크의 계약 조건에 따르면, 2009년~2016년에 올린 매출(65억)의 60%, 2017년~2022년까지 번 돈(29억)의 70%. 즉, 58억 원은 이승기에게 돌아가야 한다.
(이 58억 원은 후크가 정산 자료를 유실한 2004.06~2009.09 기간을 제외한 금액이다.)
'디스패치'는 2015년 발표한 6집 <그리고…> 제작비를 입수했다.
편곡비 : 8,900,000원
작품비 (작사/작곡/편곡료) : 32,000,000원
세션비 : 14,640,000원
녹음실 : 12,055,000원
믹스비 : 9,888,000원
마스터링비 : 1,760,000원
VJ : 3,000,000원
앨범자켓 : 22,400,000원
앨범제작 : 39,711,000원
앨범홍보 : 3,000,000원
증지(한국음악저작권협회) : 23,408,640원
후크는 6집 앨범을 만드는 데 1억 7,200만 원을 썼다. 그리고 얼마를 벌었을까?
후크 통장에 입금된 (유통사) 음원 정산은 2억 1,000만 원. 음반 수익 1억 3,100만 원, 직유통 수익은 1,300만 원, 합해서 3억 5,400만 원이 들어왔다. 여기에 카카오에서 받은 MG가 7억 원이다.
정리하면, 이승기는 6집 앨범으로 후크에 10억 5,400만 원의 수익을 안겼다. 6집 제작 비용 1억 7,200만 원을 빼도 8억 8,200만 원이 이익으로 남는다.
만약, 이승기가 제작 비용 일체를 100% 부담했다고 가정하자. 그래도 이승기는 8억 8,200만 원의 60%인 5억 2,920만 원은 받을 수 있다.
◆ "이승기, 넌 마이너스 가수야"
이승기는, 자신의 정당한 권리인 '정산'을 요구한 적 없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했다.
이승기 측근은 '디스패치'에 "이승기가 소속사 임원들에게 돌아가면서 문의했다"면서 "이승기도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그들의 답변은 이승기를 더욱 움츠러들게 만들었다는 전언.
① "승기야! 내 소속사 가수에게 이런 말 안 하고 싶은데… 네가 마이너스 가수인데 어떻게 정산을 해주니?" (2021년 6월)
② "앨범 홍보비가 얼마나 많이 드는지 아니? 기자들에게 OO 선물하고, OO 사주고…" (2022년 8월)
③ "시끄러워! 우리가 (회계팀) 박XX에게 정산 자료 준비하라고 했는데, 그 미친X이 일하기 싫어서 안 해준 거잖아" (2022년 11월)
(①은 이승기와 이승기 어머니가 함께한 저녁 자리에서 나왔다. ②는 C 이사가 기습 질문에 당황해 해명한 것. ③은 내용증명 발송 이후, 회의 시간에 나온 발언이다. ①은 증인이 있고, ②와 ③은 녹취록이 있다.)
◆ "노예 18년, 마침내 반격이 시작됐다"
가스라이팅이다. 이승기를 18년 동안 지배한 건, '후크'의 가스라이팅이었다. 선장, 그리고 갑판장의 심리적 학대였다.
"승기야! 네 팬들은 앨범을 안 사. 돈도 안 되는데 원하는 것만 많아"
"김XX 매니저. 이승기 맛 갔어. 노선 똑바로 타라. 경비 아끼라고." (후크 임원)
이승기 측에 따르면, 이런 비아냥 속에서 정산을 요구할 수 없었다. 아니, "오히려 눈치를 봐야 했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2022년 11월 17일. 이승기는 처음으로 '할' 말을 했다. "내일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촬영인데… 추워져서 걱정이다. 내일 잘해"라는 A 이사의 문자에 답장을 보냈다.
"김XX 매니저 통해서 들었습니다. 권진영 대표님이 제가 음원 관련 내용증명 보낸 걸로 화가 많이 나셔서 본인 이름과 인생을 걸고 절 기필코 죽여버리겠다고 하셨다는 걸. 정산서는 1년 동안 반응이 없으셔서 정당한 권리를 찾고자 취한 행동인데 어떻게 그런 협박을 하시는지.
37살 열심히 일하며 사는 제가 왜 18살 고등학생처럼 욕을 먹으며 주눅 들어야 하는지 참담합니다. 앞으로는 변호사를 통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김XX 매니저, 정말 진심으로 후크를 위해 열심히 했습니다. 저도 저지만 김XX한테 그러시면 안 되는 거였습니다.
이승기, 이승기 부모, 이승기 매니저, 이승기 지인. 권진영 대표님은 이 모든 사람을 평생 무시하셨습니다. 제 사람들 더는 무시 안 당하게 제가 용기 내야겠습니다. 대표님의 음해와 협박으로 제가 연예인 못한다면 그것 또한 제 운명이겠죠. 이사님과 더 나빠지고 싶진 않습니다. 앞으로 변호사를 통해 연락해 주십시오."
이승기, 음원 노예 18년의 반격이 시작됐다.
Copyright © 디스패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