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고기 배양육, 미 FDA 벽 넘었다…남은 벽은 ‘2배 비싼 가격’

곽노필 2022. 11. 21.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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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사이드푸드가 신청한 세포 배양 닭고기
농무부 승인 남아…몇달내 시판 가능할듯
업사이드푸드의 배양육 닭고기로 만든 요리. 업사이드푸드 제공

세포를 배양해 만드는 배양육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벽을 넘었다.

미국의 배양육 개발업체 업사이드 푸드(Upside Foods, 옛 멤피스미트)는 식품의약국이 1년여의 심사 끝에 이 회사가 제출한 배양육 제품에 대해 ‘추가 질문이 없다’(No Questions)는 서한을 보내왔다고 최근 밝혔다. 이는 배양육 닭고기가 식품으로 섭취하기에 일반 닭고기만큼 안전하다는 걸 인정한다는 뜻이다.

동물을 사육한 뒤 도축하는 대신 동물의 근육 줄기세포를 채취한 뒤 생물반응기에서 배양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배양육으로 불린다.

식품의약국은 “배양 동물세포로 만든 식품에 대해 처음으로 출시전 검토를 마친 결과, 생물반응기에서 자란 세포로 만든 닭고기가 안전성 기준 ‘그라스’'(GRAS=Generally Recognized As Safe)를 통과했으며 관련 기술이나 제품에 대한 더는 질문 사항이 없다”고 발표했다. 배양육이 미 식품의약국의 안전성 심사를 통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회사의 우마 발레티 대표는 “거의 7년에 이르는 노력이 결실을 맺은 순간”이라고 말했다. 인도 출신의 심장전문의인 발레티는 심장질환 치료에 줄기세포를 이용하는 데서 배양육 아이디어를 얻어 2015년 회사를 설립했다.

대체육 보급 운동을 펼치고 있는 좋은식품연구소(GFI) 일리야 셰이먼 대표는 “미국은 대체육의 중추적인 시장이므로, 이번 결정은 다른 국가들도 이를 따르도록 이끄는 강력한 선례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배양육 닭고기는 닭을 도축장에서 구해줄 수 있을까? “복 복 바-곡 복” 업사이드푸드는 배양육 승인이라는 희소식을 담은 편지를 닭이 읽고 있는 장면이라며 이 그림을 소개했다. 업사이드푸드 제공

온실가스 배출량 줄이고 도축 필요없어

그러나 업사이드푸드가 곧바로 배양육 제품을 시판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마지막 관문인 미국 농무부(USDA)의 승인 절차가 남아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 과정에 몇달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2019년 식품의약국과 농무부는 배양육 제품과 관련해 세포 채취와 배양 과정 검사는 식품의약국이, 생산 공정 및 제품 검사는 농무부가 맡기로 합의했다. 약 3주간에 걸쳐 배양되는 세포는 반죽과 같은 상태이며 이후 여러가지 가공 과정을 거쳐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닭고기 형태로 성형된다.

업사이드푸드는 농무부 승인을 받으면 일반 시판에 앞서 샌프란시스코의 몇몇 식당에 배양육 치킨을 공급하기로 했다. 이 회사는 캘리포니아 에머리빌에 현재 연간 5만파운드(약 23톤)의 배양육을 생산할 수 있는 시험공장을 갖고 있다. 양산 단계에 돌입하면 생산량을 40만파운드(약 181톤)로 늘릴 계획이다.

배양육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6분의 1을 차지하고 공장형 사육이나 도살 등 생명 윤리 논란에서도 자유롭지 못한 축산업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대안 식품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좋은식품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배양육 쇠고기의 경우 기존 쇠고기 생산 방식과 비교해 온실가스 배출량은 최대 92%까지 줄일 수 있고, 토지는 최대 95%, 물은 최대 78% 적게 사용할 수 있다.

업사이드푸드의 배양육 닭고기 생산 공장. 업사이드푸드 제공

“모든 배를 들어올리는 밀물과 같아”

전 세계로 눈을 돌려 보면 이번이 배양육을 승인한 최초 사례는 아니다. 미래식품 시장 확대에 적극적인 싱가포르는 이미 2020년 미국의 잇저스트가 개발한 배양육 닭고기 ‘굿미트’를 승인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 기준이 엄격하고 국제적 영향력이 큰 미 식품의약국이 배양육을 인정함에 따라 세계 배양육 개발 업계에 미치는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업사이드 투자에 참여했던 신서시스 캐피탈(Synthesis Capital) 공동설립자 로지 워들은 기술매체 ‘테크크런치’와 인터뷰에서 식품의약국의 이번 결정을 “모든 배를 들어올리는 밀물”에 비유하며 “미래 식품 산업을 위한 가장 중요한 이정표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식품의약국은 성명에서 “우리는 이미 세포로 만든 해산물 식품을 포함해 다양한 세포 배양 식품에 대해 여러 회사와 논의하고 있다”며 “우리의 목표는 안전한 식품 생산을 최우선으로 유지하면서 식품 기술 혁신을 지원하는 것이며 배양육 식품은 안전성 등에서 다른 모든 식품과 똑같이 엄격한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고 밝혔다.

싱가포르는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 현장에서 배양육 닭고기 시식 행사를 열었다. 좋은식품연구소(GFI) 링크드인

“전기차 산업의 초기 단계와 비슷”

업사이드푸드가 넘어야 할 또다른 벽은 가격이다.

업사이드푸드는 배양육 닭고기 생산단가를 아직 공개하지 않고 있다. 발레티 대표는 “처음엔 높은 가격에 판매될 것이지만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기존 닭고기와 같아질 것”이라며 “궁극적으로는 기존 닭고기보다 싸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이스라엘의 퓨처미트는 배양육 닭가슴살 생산단가를 파운드당(1파운드는 453g) 7.7달러까지 낮췄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는 당시 미국의 일반 닭고기 값(파운드당 3.62달러)보다는 두배 높은 가격이다. 업계에선 배양육 기술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생산단가는 계속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

발레티 대표는 기술전문매체 ‘와이어드’ 인터뷰에서 “관건은 규모를 키울 수 있느냐인데 ‘규모의 경제’를 이루려면 5년, 10년, 15년이 걸릴 것”이라며 현재의 배양육 산업을 전기차 산업의 초기 단계에 비유했다.

전 세계에서 현재 배양육 개발에 뛰어든 업체는 100여곳에 이른다. 이 가운데 시험 생산공장을 짓고 있거나 완공한 업체는 업사이드푸드를 비롯해 잇저스트(미국), 보우(호주), 와일드타이프(미국), 퓨처미트(이스라엘) 드, 아이비팜(영국) 등 10여곳이다.

업사이드푸드는 그동안 모두 6억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했으며 빌 게이츠, 리처드 브랜슨과 식품 대기업 카길, 육가공 대기업 타이슨푸드 등이 투자에 참여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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