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잡 벗은 영상 SNS 올린 이란 배우 체포…“숨 거둘때까지 국민과 함께할 것”

이종섭 기자 2022. 11. 21.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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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당국 ‘시위 선동·지원’ 혐의
정부를 “아동 살해범” 비판도
“마지막 게시물 될 것” 영상 올려
이란 배우 헹가메 가지아니. 연합뉴스·인스타그램 캡처

이란에서 히잡 착용을 거부하는 영상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유명 여배우가 사법 당국에 체포됐다.

AFP통신은 20일(현지시간) 이란 배우 헹가메 가지아니(52)가 시위를 선동하고 지원한 혐의로 체포됐다고 이란 국영 IRNA통신을 인용해 보도했다.

가지아니는 지난 19일 이란 테헤란 거리 한복판에서 히잡을 착용하지 않고 카메라를 응시한 채 뒤돌아 서서 머리를 묶는 장면을 영상으로 찍어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렸다. 그는 영상을 올리면서 “마지막 게시물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며 “지금부터 내게 무슨 일이 생기든 나는 숨을 거둘 때까지 이란 국민들과 함께 할 것”이라는 글을 적었다.

가지아니는 앞서 이란 정부가 50여명의 아이들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며 ‘아동 살해범’이라고 비판하는 글을 인스타그램에 게시한 바 있다.

이란 사법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현지에서는 가지아니를 비롯해 모두 8명이 최근 SNS에 ‘도발적인 게시물’을 올린 혐의로 체포됐다. 체포된 이들 중에는 이란 국가대표팀이 억압받는 사람들을 위해 정부에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고 비판한 축구팀 감독 야흐야 골모함마디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미트라 하자르, 바란 코사리 등 유명 배우들도 함께 붙잡혔다.

이란에서는 이달 초에도 유명 배우 타라네 알리두스티가 SNS에 히잡을 벗고 찍은 사진을 올려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는 앞선 SNS 게시물에서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이란에 남아 시위 도중 살해되거나 체포되는 이들을 돌보겠다”고 밝혔었다.

이란에서는 지난 9월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된 여성 마흐사 아미니(22)가 의문사한 이후 반정부 시위가 이어졌다. 이란 정부는 이를 ‘폭동’으로 규정해 유혈 진압했다. 이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한달 넘게 시위와 진압이 이어지면서 어린이 40명을 포함해 최소 277명이 숨졌으며 1만4000명 이상의 시위대가 체포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종섭 기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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