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래스카를 가다] 2~3m 앞에 북극곰...등줄기에 식은 땀이

김완수 극지방 여행전문가 2022. 11. 21.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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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곰과 공생하는 카크토빅마을
보트 쪽으로 다가온 북극곰이 사진가의 카메라에 코를 갖다 댄다. 북극곰이 굶주려 있는 시즌이라 몹시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카크토빅Kaktovik마을을 돌아본다. 밤에는 북극곰 때문에 위험하지만, 낮에는 그렇지 않다. 그래도 주변에 북극곰이 언제든 출몰할 수 있기에 긴장해야 한다. 한적한 어촌마을. 사람들은 조그마한 보트에 타고 북극곰 사파리 여행을 떠나려는 것 같다.

마을 앞에는 방풍벽이 있다. 겨울 눈보라를 막아 주는 펜스라고 한다. 8~9개월가량 겨울인 이곳 카크토빅은 북극해의 매서운 눈보라가 몰아치는 곳이다. 눈이 많은 이곳에 스키 달린 이동식 나무 막사가 있다. 옛날엔 사냥터에서 얼음 이글루에서 머물렀으나, 이제는 이동식 텐트나 막사가 대신하고 있다.

통나무를 베개삼아 졸고 있는 북극곰.

컨테이너 숙소지만 한국호텔보다 비싸

카크토빅에는 여행자 숙소가 2곳 있다. 한 곳은 지금 머물고 있는 왈도암스호텔WALDO ARMS HOTEL이고, 다른 한 곳은 마쉬크릭모텔MARSH CREEK INN 이다. 두 곳 모두 컨테이너로 지어진 건물이다. 북극지방이라 한국 호텔보다 비싸다. 특히 2명이 함께 자도 각각 요금을 받는다.

카크토빅 원주민들 집도 땅바닥에서 조금 띄워서 지어져 있다. 바닥에 물이 찰 수 있고 집이 높아야 북극곰의 위험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기 때문. 주변에 개를 사육하는 장소가 있다. 여러 마리의 강아지들이 모여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모습이 귀엽다. 카크토빅마을 외곽의 들녘엔 이름 모를 하얀 북극꽃이 피어나고 십자가가 있는 에스키모 묘지가 있었다.

주민 200여 명의 작은 마을 카크토빅의 행정을 책임지는 조그마한 건물이 있다. 시 청사City Hall라 쓰여 있는데 일반 원주민들의 집과 비슷하다. 이곳 카크토빅의 전기를 책임지는 파워플랜트Power Plant도 공장 같은 모습으로 지어져 있다. 북극곰의 그림이 붙어 있는 자주색 건물은 "북극곰과 댄스Dance With Polar Bear"라고 쓰여 있다. 그리고 목조건물인 교회와 우체국, 전화를 송수신할 수 있는 장치 등 카크토빅은 제반 현대시설을 갖추고 있다.

얼마나 배가 고팠으면 죽은 고래뼈 속에서 먹이가 될 만한 것을 찾으려 했을까

고래뼈 무덤에서 먹이 찾는 북극곰

카크토빅은 캐나다의 처칠과 함께 북극곰 투어로 유명하다. 북극곰들이 종종 마을까지 들어온다. 곰의 영역에 인간들이 더부살이 하고 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이곳 카크토빅의 북극곰 투어는 소형보트를 타고 섬에 살고 있는 북극곰을 찾아 나서는 것이다. 이곳 북극곰은 섬과 섬 사이, 섬과 마을 사이를 능숙한 수영 솜씨로 오간다고 한다.

소형보트는 북극곰을 찾아 바닷가로 향한다. 바다에 잡초 더미가 쌓여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이곳은 고래뼈 무덤Whale Boneyard이란다. 수십 마리의 고래뼈가 마을 앞바다에 쌓여 있다. 고래를 잡을 때마다 생기는 커다란 고래뼈. 마을에 쌓아 놓은 것도 한계가 있으리라. 1년에 이곳 카크토빅에 할당된 고래 수가 커다란 보어헤드고래Borehead Whale 기준 3마리이니 수십 년 동안 쌓였다고 생각하면 상당히 큰 규모일 것이다.

북금곰이 그려져 있는 자줏빛 건물. 외벽에 '북극곰과 춤을'이라고 써있다.

고래뼈 무덤 주변에 보트가 서성이고 있을 때, 바닷물 속에서 하얀 머리가 움직인다. 북극곰이 수영하고 있다. 수시로 이곳저곳을 넘나들기 위해서는 수영이 필수인 이곳 카크토빅으로 먹이를 찾아 온 듯했다. 고래 사냥시즌 전이라 제일 배고픈 시기일 것이다. 고래 해체작업을 할 때 뼈에 붙은 고기를 다 먹어 치웠지만 남아 있는 살점이 있는지 확인하러 오는 모양이다.

얼마나 배가 고팠으면 오래된 고래뼈 속에서 먹이를 찾으려 했을까! 고래뼈 속을 뒤지기 시작한다. 북극곰들이 다 먹어 치웠을 고래뼈 고기지만, 남은 게 있는지 뒤적이는 것은 굶주림에 지쳐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먹을 만한 것을 찾고 있지만 아무것도 없는지 허탈한 표정이다. 얼마 후 검은 덩어리 한 점을 물고 나왔다. 다행히 그것이 먹을 수 있는 것이라면 좋겠다. 당분간은 배고픔을 면할 수 있을테니.

카크토빅 원주민의 집. 바닥에 물이 차는 것과 북극곰의 공격을 막기 위해 땅바닥에서 조금 띄워서 지었다.

북극곰 숨소리까지 들리는 아찔한 순간

소형보트는 북극곰이 있는 다른 섬으로 향한다. 통나무를 베개 삼아 망중한을 즐기는 북극곰이 보인다. 다른 쪽 멀리서 북극곰이 보트를 향해 다가오고 있다. 엔진에 시동을 걸고 여차하면 도망갈 준비를 한다. 베테랑 보트 운전수를 믿는 수밖에 없다. 북극곰이 더 가까이 다가온다. 북극곰의 숨소리까지 들려오는 아슬아슬한 순간이었다. 야생 북극곰은 보통 수백m 전방에서 바라봐야 한다. 큰 체구에 비해 워낙 빨리 달려오기 때문에 차량에 시동을 건 채로 대기해야 한다. 우리 보트도 물 위에서 대기하고 있어서 비상조치는 해놓았지만 불안했다.

북극곰은 불과 수m 앞에서 우리를 힐끔 바라보고 있다. 북극곰이 굶주려 있는 시즌이라 긴장되는 순간이다. 보트 쪽으로 다가오더니 호기심이 있는지 외국인 사진작가의 카메라에 코를 갖다 댄다. 등허리에 땀이 흐른다. 야생 북극곰과 대치하는 긴장의 시간이다. 금방이라도 보트에 올라올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북극곰은 한참동안 보트 주변을 서성이다가, 찾는 먹이가 없는지 힐끗 바라보더니 어디론가 떠난다.

눈보라를 막아 주는 방풍벽 펜스.

월간산 11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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