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만 잡겠다는 日반도체, 현지에선 "중국한테도 밀리겠다" 싸늘한 반응

김경민 2022. 11. 21.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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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와 8개 기업이 합작해 일본 반도체 부활을 천명했지만 현지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일본은 2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의 차세대 반도체를 개발해 한국과 대만을 따라잡겠다는 야심한 목표를 세웠으나 정작 현지에서는 성공 가능성을 낮게 점치면서 '중국한테도 밀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더 큰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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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정부 주도 8개사 합작 '라피더스' 신설
'2나노를 넘어서' 1980년대 반도체 강국 재건 의지
"한국, 대만과 기술격차 20년"
"레거시시장에서도 중국에 밀릴 것" 현지 반응 '싸늘'
한국·대만 잡겠다는 日반도체, 현지에선 "중국한테도

【도쿄=김경민 특파원】 일본 정부와 8개 기업이 합작해 일본 반도체 부활을 천명했지만 현지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일본은 2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의 차세대 반도체를 개발해 한국과 대만을 따라잡겠다는 야심한 목표를 세웠으나 정작 현지에서는 성공 가능성을 낮게 점치면서 '중국한테도 밀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더 큰 분위기다. 현지 주요 매체들은 일본 반도체 기술력은 한국, 대만에 비해 길게는 20년 정도 뒤처져 있다며 이번 프로젝트가 세금 낭비에 그칠 것으로 우려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1일 칼럼에서 "미국의 중국 규제로 일본에서는 이제 중국 반도체가 따라올 수 없다는 안도하고 있다"며 "작은 숫자를 비교하는 나노 경쟁의 그늘에 또 다른 전선인 '레거시반도체'가 있다. 시장을 냉정하게 본 시진핑과 중국은 첨단기술에서 벗어나 실제 세계 반도체 수요의 대부분인 레거시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니케이는 "반도체 부족으로 전 세계 자동차, 가전업체들이 비명을 지른 것은 기술적으로 10나노에도 못 미치는 칩들이었다"며 "설비투자 성과로 3~4년 뒤면 저가에 품질도 좋은 중국산 파워반도체, 센서, 아날로그 소자 등 28~65나노 선폭의 레거시 칩이 세계 시장에 쏟아져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에는 키옥시아, 르네사스, 소니, 로옴 등 약 80개의 중소 레거시 공장이 있지만 다수가 부실경영으로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평가다.

이 매체는 "레거시는 미국 규제에서 벗어나 중국 업체들이 자유롭게 수출할 수 있다"면서 "(일본은) 나노경쟁에만 눈을 빼앗겨 중국발 가격파괴가 일어날 위험을 간과하고 있다. 기술로 이기고 시장에서 졌던 철강산업의 역사가 반복되는 시나리오를 염두해야 한다. 레거시 전략이 없다면 반도체 부활은 그림의 떡"이라고 지적했다.

반도체 투자계획 발표하는 니시무라 일본 경제산업상 (도쿄 AP=연합뉴스) 니시무라 야스토시 일본 경제산업상이 11일(현지시간) 도쿄에 있는 경제산업성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최근 일본은 도요타자동차와 소니, 소프트뱅크, 키옥시아 등 일본 대표 8개사가 '라피더스'(Rapidus)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라틴어로 '빠르다'는 뜻의 이 회사는 2027년부터 슈퍼컴퓨터, 자율주행차, 인공지능(AI) 등에 탑재될 최첨단 반도체를 양산할 계획이다. 특히 '2나노를 넘어'(Beyond 2 nano)라는 플래카드를 걸고 삼성전자와 대만 TSMC가 경쟁 중인 회로선폭 2나노 개발에도 뛰어들었다. 일본 정부는 신설법인에 700억엔(약 6700억원)을 지원키로 했다.

요미우리신문은 "5년내 2나노 미만의 회로선폭 반도체 양산이 실제로 가능할지는 미지수"라며 "삼성전자와 TSMC 등 세계 톱기업과 거의 똑같은 로드맵을 제시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아사히신문도 사설에서 "국민의 세금으로 보조금만 퍼붓는다고 성공이 보장되는 게 아니다"면서 "TSMC는 올해만 5조엔을 연구개발(R&D)에 투자했는데 이들 8개사가 라피더스에 초기 투자하는 금액은 73억엔에 그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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