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이 꿈틀대는 제주 바닷속에서… 먼저 떠난 딸이 보였다

장재선 기자 2022. 11. 21.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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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기회에 제주도 서귀포시 문섬에서 수중촬영을 했습니다. 문섬은 옆에 작은 새끼 섬을 끼고 있는데 마치 부모와 자식이 마주 보고 있는 모습처럼 느껴졌습니다. 황홀한 색감과 다양한 생물들의 모습이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문득 문섬 아래 바닷속이 딸을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때론 역동성과 때론 고요함을 두루 지닌 딸이었습니다."

이번 전시 기획을 도운 사진작가 임종진은 "아빠와 딸이 나누는 사랑 이야기다. 안나가 남기고 간 손때 묻은 스케치북과 아빠가 숨을 죽이며 15m 아래 바다에서 품은 시선이 한데 모여 두 사람이 다시 사랑의 대화를 이룬 상찬의 잔칫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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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웅 작가의 사진 ‘고맙다, 안나야’는 문섬 아래 바닷속 풍경을 담고 있다. 류가헌 제공
안나가 생전 일기처럼 그린 그림.

■ 김호웅 사진전 ‘고맙다 안나야’

부모 - 자식 닮은 문섬서 위로받아

생전 딸이 남긴 그림과 함께 전시

“우연한 기회에 제주도 서귀포시 문섬에서 수중촬영을 했습니다. 문섬은 옆에 작은 새끼 섬을 끼고 있는데 마치 부모와 자식이 마주 보고 있는 모습처럼 느껴졌습니다. 황홀한 색감과 다양한 생물들의 모습이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문득 문섬 아래 바닷속이 딸을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때론 역동성과 때론 고요함을 두루 지닌 딸이었습니다.”

22일 사진전문 갤러리 류가헌에서 개막하는 사진전 ‘고맙다 안나야’를 여는 김호웅 작가는 이렇게 전시 동기를 전했다. 일간지 사진기자인 그는 30년 넘게 바닷속 풍경과 생명을 촬영해 온 수중 사진 전문가이기도 하다.

김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문섬과 그 아래 바닷속 광경을 담은 사진 50여 점을 선보인다. 아름다운 연산호들이 이뤄내는 형형색색의 수중 풍광을 만날 수 있다. 산란 중인 바다 생물들의 고귀한 순간들을 담은 작품들은 여느 수중 사진과는 다른 경지를 보여준다. 알에서 깨어나 작은 몸짓으로 숨을 틔워가는 어린 생명의 모습도 사진으로 보듬었다.

이번 전시는 제목이 말하듯 큰딸 안나와 함께한다. 안나는 10대이던 2013년 교통사고로 엄마를 잃었고, 홀로 된 아빠의 삶을 여동생과 함께 부축한 큰딸이었다. 미국에 유학해 국제관계학을 전공했고, 부전공으로 성악을 할 만큼 노래를 잘했다. 그날그날의 감정을 일기처럼 그림으로 그리기를 좋아했다. 볼리비아의 가난한 소년에게 오래도록 정기후원을 할 정도로 다감했다. 그런 안나가 2018년 25세 생일을 앞두고 미국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급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얼마나 하늘을 원망했는지 모릅니다. 먼 이국땅에서 홀로 있었던 딸을 생각하면 온몸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느꼈습니다. 지켜주지 못해서 함께 있어 주지 못해서 오랫동안 자책감을 안고 살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안나가 그린 그림 20여 점과 그의 생전 모습을 담은 사진들을 함께 소개한다. 아빠가 생애 첫 전시회에 딸의 자리를 둔 것이다. 너무 일찍 떠난 딸을 잠시라도 다시 세상과 이어주고 싶어서다.

김 작가는 바닷속에서 딸을 떠올리며 촬영을 할 수 있었고, 고통을 이기고 세상을 살아갈 힘을 얻었다고 한다. 그래서 “고맙다 안나야”라며 미소를 지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전시 기획을 도운 사진작가 임종진은 “아빠와 딸이 나누는 사랑 이야기다. 안나가 남기고 간 손때 묻은 스케치북과 아빠가 숨을 죽이며 15m 아래 바다에서 품은 시선이 한데 모여 두 사람이 다시 사랑의 대화를 이룬 상찬의 잔칫상”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12월 4일까지 이어진다. 사진 작품과 별도로 제작된 탁상달력 판매 수익금은 부모를 잃고 어린 나이에 가장이 된 청소년들을 위해 전액 기탁할 예정이다.

장재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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