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이라는 소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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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어지러울 땐 책이 있는 그곳으로.
도서관에 가면 산책하듯 천천히 서가를 거닌다. 반짝이는 신작들로 가득한 서점은 도서관 못지않게 내가 사랑하는 공간이지만, 먼지 덮인 오래된 서적들까지 만날 수 있는 도서관은 걷기만 해도 왠지 치유되는 기분이 든다. 오래된 것들이 주는 편안함이라고 해야 할까? 좀 더 거창하게 표현해보자면 도서관의 서가는 나에게 시공간을 넘나드는 다양한 저자의 이야기, 지식, 에너지, 정서가 전해지는 신비로운 영감의 로드다. 여행지에서는 길을 잃어야 제맛이듯 도서관에서도 마찬가지다. 관심 분야가 아닌 서가들까지 책 제목을 훑으며 걷다 보면, 이 영감의 로드에서 의외의 발견을 하게 된다. 관심 분야를 넓혀 새로운 지식과 사상, 정보를 접하고 싶다면 도서관에서 길을 잃는 게 최고인 것 같다. 읽고 싶은 책을 골랐으면 햇살 좋은 창가 자리에 앉아 노트를 펼쳐 메모하면서 읽는다. 도서관 책에는 메모할 수도 없고 밑줄을 그을 수 없으니 노트와 볼펜은 필수다. 이렇듯 손으로 직접 적으면서 책을 읽으면 그야말로 ‘공부’가 된다. 알고리즘의 안내에 따라 얕은 재미에 길들여진 나의 뇌가 손의 감각과 함께 조금씩 깨어나는 것 같다.
책을 보다가 출출해지면 도서관 안의 식당이나 매점으로 간다. 도서관마다 차이가 있지만 공공 도서관 구내식당의 경우 소박한 식단이라도 바깥세상(?)보다 비교적 저렴한 한 끼를 즐길 수 있다. 간단히 요기를 한 뒤엔 산책을 한다. 북촌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정독도서관, 남산 중턱에 있는 남산도서관처럼 산책하기 좋은 도서관이라면 나들이 코스로도 금상첨화일 거다. 가장 좋은 도서관은 나에게 위로가 필요할 때 언제든 달려갈 수 있는 우리 동네 도서관이지만 말이다.
도서관에 가면 또 위로가 되는 건 그곳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이다. 아이 손을 잡고 오는 주부, 커다란 가방을 메고 들어서는 중년 남성, 백발의 어르신. 더 나은 사람, 더 나은 삶, 더 나은 사회를 꿈꾸는 이들이 모이는 도심 속 이 조용한 소우주가 영원했으면 좋겠다.
에디터 : 김진이(프리랜서) |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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