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림의 월가프리뷰]'블프' 기대와 '매파' 연준 공포 사이

신기림 기자 2022. 11. 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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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수감사절 다음날 새벽 미국 캘리포니아주 남부 도시 토렌스 소재 월마트 매장 앞에서 한 남성이 구입한 물품들을 자동차에 싣고 있다. 2021. 11.26 ⓒ AFP=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미국의 쇼핑대목 블랙프라이데이(25일)를 앞두고 뉴욕 증시에서 그동안 많이 떨어진 소매 유통주의 반등 기대감이 고조됐다. 인플레이션이 둔화하며 소매 판매가 계속 강할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 것이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닷컴부터 전기차 테슬라, 유통체인 타깃까지 포함하는 재량소비재주는 그동안 치솟는 물가 압박 속에서 떨어졌다. 올들어 재량소비재주는 거의 33% 추락해 간판지수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의 낙폭 17%보다 더 많이 미끄러졌다.

하지만 최근 데이터를 보면 인플레이션이 진짜 둔화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또 소매지출은 예상보다 강해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지 않거나 빠져도 약한 수준에 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글로벌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한 주 동안 재량소비재주에 순유입 자금은 10억500만달러로 2008년 이후 주간으로 6번째로 많았다.

추수감사절 다음날로 서양의 쇼핑대목 중 하나인 블랙프라이데이는 올해 소비자들이 얼마나 지갑을 열지를 더 많이 이해할 수 있는 기회다. 파이퍼샌들러의 에드워드 이루마 애널리스트는 로이터에 "소비가 진짜 얼마나 강할지가 관건"이라며 "꽤 까다로운 연휴시즌이 되겠다"고 말했다. 그는 "모두가 소비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소비는 잘 버텨냈다"고 평가했다.

이루마 애널리스트는 백화점체인 노드스트롬과 소매유통 타깃이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역사적 기준에서 여전히 높다는 점에서 소비재 전반이 오를 것이라고 베팅하기는 시기상조라고 그도 인정했다. 미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물가를 잡기 위한 강력한 긴축으로 경제를 침체로 빠뜨린다는 것이 여전히 월가의 지배적 견해다.

지난 16일 타깃은 쇼핑대목이 있는 4분기 전망을 하향하며 이날 주가는 13% 폭락했다. 수요를 압박하는 소비행동의 "극적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마존닷컴은 지난달 27일 성장 둔화를 대비한다며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소비자들의 "예산이 빡빡하다"고 설명했다. 올들어 타깃과 아마존닷컴은 각각 29.5%, 43.5%씩 떨어졌다.

10월 소매판매는 강했지만 서브프라임(비우량) 자동차대출 연체는 늘었고 고소득 소비자들은 소비를 줄이기 시작했다고 모건스탠리 이코노미스트들은 전했다. 모건스탠리는 보고서에서 "소비가 올해를 지탱하는 한 개의 기둥이었지만 금리는 계속 오르고 고용 시장은 느려지고 있다"며 "소비자들이 지출을 줄이는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들은 재량소비재주의 비중을 축소했다.

경기침체 가능성 속에서도 낙관할 이유를 찾는 이들은 있다. 루홀드그룹의 짐 폴센 최고투자전략가는 "재량소비재주에 침체 공포는 이미 반영됐다"며 "침체가 약하다면 지금부터 매우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폴센 전략가는 내년 소매유통, 호텔, 레스토랑의 주식이 아웃퍼폼(시장수익률 상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제가 둔화하면 일부 기업들은 낮은 밸류에이션(가치평가, 주가)으로 저가매수가 유입될 수 있다고 레이몬드제임스의 바비 그리핀 애널리스트는 내다봤다. 레이몬드제임스는 홈디포의 투자의견을 강한 '매수'로 제시했는데 홈디포는 기존의 선행 주가수익배수 역사적 평균보다 15% 낮게 거래되고 있다. 그리핀 애널리스트는 "올해 내내 인플레이션 공포에 떨었고 소비자들은 지금까지 꽤 잘 버텼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비력이 강할 수록 물가와의 전쟁을 벌이는 연준에 적신호가 될 수 있다. 연준이 긴축을 더욱 강하게 밀어 부치며 주식으로 대표되는 위험자산 시장은 올해보다 더욱 강한 매도압박을 받을 수 있다.

독립자문연합의 크리스 자카렐리 최고투자책임자는 높은 금리에 소비자들이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신호는 연준의 금리인상 사이클 고점이 예상보다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악은 끝나다는 의견을 비관한다"고 말했다.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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