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D집다] 나락으로 떨어진 나락값

2022. 11. 21.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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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색으로 물든 가을 들판은 언제나 농부들의 보람이었고 한해 동안 흘린 땀에 대한 보상이었다.

지난해 가을도 여느 때처럼 한해의 결실을 거둬들였다.

유난히 뜨거운 불볕더위에도 농부들이 정성껏 기른 유기농 벼를 비싼 값에 매입하면서 오랜 기간 함께 유기농업을 실천해 온 농가들과 상부상조의 기쁨을 나누었다.

올해도 가을 들판엔 황금 물결과 농부의 근심이 함께 넘실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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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색으로 물든 가을 들판은 언제나 농부들의 보람이었고 한해 동안 흘린 땀에 대한 보상이었다. 지난해 가을도 여느 때처럼 한해의 결실을 거둬들였다. 유난히 뜨거운 불볕더위에도 농부들이 정성껏 기른 유기농 벼를 비싼 값에 매입하면서 오랜 기간 함께 유기농업을 실천해 온 농가들과 상부상조의 기쁨을 나누었다.

하지만 이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풍년으로 쏟아져 나온 물량 때문에 나락값은 정말이지 나락으로 떨어졌고, 코로나19 상황에서 그나마 성장했던 쌀 소비시장은 다시 위축됐다. 더이상 수요를 찾지 못한 유기농 벼들은 그 가치가 반토막 난 채 창고에 그득히 쌓였고, 그걸 바라보는 농부의 마음에는 근심이 가득 찼다.

농민들의 성화에 정부에선 대응방법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한해 농사로 다음해 농사를 대비하는 소농가에겐 불확실한 기대만으로 버티기 어려운 시간만 흘러갔다. 그러다 또 가을이 돌아오니 새로 수확할 벼를 저장할 공간을 마련하고 매입자금도 준비해야 했다. 하지만 그 어디에서도 유기농 벼를 그 가치를 충분히 인정하고 구매하겠다는 곳은 없었다. 결국 수확을 앞두고 급하게 반토막이 난 가격으로 창고를 비우던 날, 농부의 가슴에도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

며칠 뒤, 그제야 쌀 시장격리가 추가로 확정되었다는 뉴스가 들려왔다. 누군가는 웃고, 누군가는 울었을 뉴스를 들으며 탄식이 나왔다. 누군가에겐 너무나 늦어버린 소식이었다. 예년과 비교하면 풍년으로 생산량이 늘어난 반면에, 경제불황과 물가상승으로 쌀 소비시장은 위축이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쌀값이 떨어지고 쌀이 남아돌게 될 것은 충분히 예측됐고 정밀하게 관측도 했던 문제였다.

하지만 한해가 다 지나서야 그 대책이 마련되었고, 결국 그사이 발생한 피해는 오롯이 농가들이 짊어져야 했다. 식량주권과 식량안보 수호가 국가의 중대사로서 어느 정도 가치와 중요성을 가졌는지 오랜만에 실감했다. 나락값이 나락으로 떨어져버린 지금 상황이 국가의 정책 중요도를 너무 명백히 보여주고 있다.

이번 쌀 가격 하락사태와 같은 농산물 수급조절의 문제는 뒤늦게 생산농가들이 피해를 보고 절규를 해야지만 대응방안이 마련되는 것 같아 늘 아쉬운 마음이다. 그러면서 의문이 들었다. 언제까지 이렇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상황이 반복돼야 하는 걸까? 예측 데이터와 실시간 생산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시장격리 조치나 소비 활성화를 위한 지원책 마련이 선제되는 건 불가능한 일인가? 그리고 이런 문제는 농가들만 해야 하는 고민인가?

올해도 가을 들판엔 황금 물결과 농부의 근심이 함께 넘실거렸다. 또다시 쌀값 폭락 사태가 발생하면 더이상 유기농 벼농사를 실천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농사지은 지 42년 만에 정부 매입도 알아보고, 유기농 쌀 원물이 아닌 가공제품을 개발해서 변화하는 소비시장에 대응해보자 마음도 먹었다. 결국 또 투자를 해서 부채는 늘고, 거기에 새로운 가공제품 마케팅 영역까지 확대된 고민들에 잠 못 이루는 날이 늘어날 듯하다. 지속가능한 유기농 벼농사를 위한 고민은 결국 농부 스스로의 노력으로 찾아내야 하는 농부만의 몫인 것 같다.

강선아 (우리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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