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종서 "해방감 주는 배우 되고파"[인터뷰]
"연인 이충현, 시청자들의 반응에 기뻐하는 중"
전종서가 밝힌 앞으로의 연기관은
배우 전종서가 맡은 캐릭터들은 유난히 불안의 아이콘으로 해석되곤 했다. '버닝'에서 노을을 보며 자신을 감싸고 있던 것을 벗어던지는 모습, 또 '콜'에서 욕망으로 가득한 싸이코패스를 입었던 모습이 쉽사리 지워지지 않는다. 이처럼 전종서는 가늠할 수 없고 또 정해진 길을 따르지 않는 방황하는 청춘을 대변하는 인물을 주로 소화했다. '몸값'에서의 모습도 마찬가지다. 장기매매 조직의 에이스 경매사지만 생존에 대한 욕구로 움직이는 인물은 전종서를 만나 이야기를 뛰놀았다.
최근 티빙 오리지널 '몸값'의 주역인 전종서의 화상 인터뷰가 진행됐다. '몸값'은 서로의 몸값을 두고 흥정하던 세 사람이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에 갇힌 후, 각자 마지막 기회를 붙잡기 위해 위험한 거래를 시작하며 광기의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를 다룬다. 서바이벌장이 되어버린 고립된 건물에서 벌이는 광기 어린 사투와 반전, 또 인물들의 각기 다른 욕망은 시청자들을 단숨에 매료시켰다. 아수라장 내내 이어지는 원테이크 연출법에 대한 호평도 꾸준히 이어지는 중이다.
전종서는 지난 2018년 이창동 감독의 영화 '버닝'으로 데뷔와 동시에 칸 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았다. 이후 영화 '콜' '연애 빠진 로맨스', 넷플릭스 '종이의 집' 등을 통해 연기력을 입증받았다. 이번 작품에서 전종서는 장기매매 조직의 에이스 경매사 박주영 역을 맡았다. 갑작스러운 지진에 휘말려 노형수(진선규)와 고극렬(장률)과 탈출을 위해 분투하는 인물이다.
이날 인터뷰에서 전종서는 '몸값'을 두고 "제가 가장 했던 작품들 중 가장 힘들었다"면서 말문을 열었다. 촬영 내내 처음부터 끝까지 젖어 있었었기 때문. 또 2개월 남짓한 기간 동안 작업을 마쳐야 했을 뿐만 아니라 원테이크 촬영으로 사흘 리허설 후 촬영을 진행했고 전종서에게도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체력적 고갈이 심했지만 전종서는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내면서 인물과 이야기를 만들어나갔다. 직접 대사를 수정하면서 시나리오를 고쳤고 시청자들의 몰입감을 끌어올렸다는 비하인드가 전해졌다.
"제가 맡은 주영은 욕망에 솔직해요. 폭력성을 내포하는 인물로도 비칠 수 있지만 오락적으로 승화시킬 수 있도록 장치를 넣었습니다. 심적으로 부담스러웠던 부분은 많이 없었지만. 촬영 들어가면서 오늘도 젖어야겠지 하는 생각이 부담이 됐던 때도 있었어요."
작품의 1부, 진선규가 속옷만 입고 춤을 추는 장면이 크게 화제를 모았다. 전종서는 초반 진선규와의 케미스트리를 쌓는 과정을 두고 "대사를 맞추고 어떻게 할 건지 미리 상의를 하진 않았다. 진선규 선배님과의 케미스트리는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전종서는 주영이라는 인물을 두고 "발랄하게 만들고 싶었다. 관객들이 이 캐릭터를 보면서 '또 거짓말한다'고 생각할 수 있도록 생각과 진선규를 속이고 또 속이는 과정을 끊임없이 잘 살렸다. 아저씨와 소녀 케미로 가져가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전종서는 주영이 극중 빌런으로 보이길 바랐다. 전사에 대한 대사가 나오지만 보는 이들이 매력적으로 느끼길 원했기 때문이다. 그가 원했던 지점은 '나가는 길을 알고 있을 것 같고 따라가야 살 것 같은 인물'이다. 이를 표현하기 위해 전종서는 거짓말을 잘 하는 특성부터 누군가를 필요로 하고 이용하는 대목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여기에는 전종서의 실제 성격이 일부 반영됐다. "제가 내가 원하는 목적을 위해 전력으로 질주하는 모습이 활용됐습니다. 저는 실제로 재밌는 걸 좋아해요. 촬영하다가 너무 웃기면 막 웃었고 화가 나면 화를 냈어요. 감정적으로 솔직할 수 있어서 해소가 됐죠."
'버닝'부터 '콜' '종이의 집'까지, 유독 전종서는 불안과 절망의 아이콘으로 대변되는 인물을 주로 맡았다. 그는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돌아보면서 "스릴러 디스토피아 또 로맨스 휴머니즘 장르를 거치면서 시청자들이나 관객들에게 유머 있게 다가갔으면 좋겠다"고 연기관을 드러냈다. 이어 "제가 선택했던 작품들이 불안하고 절망적일 수도 있다. 배우로서 캐릭터를 통해서 유머를 가져가고픈 욕심이 있다. 저도 늘 콘텐츠를 접한다. 불안도 사라지고 절망도 사라지면서 웃을 수 있다. 제가 연기를 사랑하는 이유"라고 전했다.
그런가 하면 '몸값'의 원작자이자 전종서의 연인인 이충현 감독의 반응도 들을 수 있었다. 전종서는 "이충현 감독에게 재밌다는 답을 받았다. 계속 보게 된다고 한다. 너무 많은 분들이 사랑해 주니까 원작자인 이충현 감독이 너무나 감사하고 기뻐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전종서가 '몸값'으로 남기고픈 메시지는 무엇일까. "현 시대의 유머가 많이 반영됐다. 몸값이 만약 5년 전에 개봉됐으면 어땠을까. 관객들이 지금과 같이 바라볼 수 있었을까. 지금처럼 흥미롭게 봐주실 수 있었을까. 관객들이 느끼는 해소가 지금 더 커졌다. 연기자로서 연기로 많이 풀어드리고 싶다. 그런 역할을 많이 하고 싶다"고 소망을 비쳤다.
우다빈 기자 ekqls064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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